
남북 습지 협력
한동욱 소장
(사) 에코코리아 PGA생태연구소
1. 남북한 접경은 비무장지대만 있을까?
비무장지대(DMZ)는 폭 4㎞, 길이 248㎞의 좁은 띠로 이루어진 육상지역으로서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장단반도의 임진강 하구로부터 시작해서 동쪽으로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의 동해안에 걸쳐있다. 또 하나 바다의 접경은 서해와 동해로 연장되어 있는 북방한계선(NLL)이다. 서해 NLL은 한강하구에서 시작해서 백령도 서쪽 42.5 마일(약 80km) 지점이며 동해 NLL은 북방경계선 218마일까지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접경과 전혀 다른 종류의 접경으로 한강하구 공동이용 수역(한강하구수역)이 있다. 이 지역은 1953년 정전협정에서 ‘한강하구수역’으로 정의된 지역으로 2018년 통일부에 의해 ‘남측의 김포반도 동북쪽 끝점으로부터 교동도 서남쪽 끝점까지 북측의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로부터 황해남도 연안군 해남리까지 70km에 이르는 한강(임진강)하구 수역’으로 재정의되었다. 이 수역은 육역의 DMZ나 해상의 NLL에 비해 면적이나 거리는 좁아도 이들과 성격이 전혀 다른 평화적 이용 수역이자 생태적으로 강과 바다의 점이지대인 하구역에 속하기 때문에 반드시 제3의 유형으로 다루어야 한다.
남북한 접경의 습지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습지는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크게 나누며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기수습지는 국가에 따라 내륙습지나 연안습지로 분류한다. 남북한 접경습지도 크게 보아 DMZ일원의 내륙습지와 NLL일원의 연안습지, 그리고 한강하구의 기수습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보호지역으로 등재되어 있는 접경 내륙습지는 한강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구역인 임진강유역과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강원 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 내 습지보호지역인 용늪과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그리고 철원 용양보 습지보호지역 등이 있다. 비록 보호지역으로 등재되어 있진 않지만, 임진강하구의 장단반도·초평도습지와 평화의댐이 있는 양의대습지, 토교저수지, 화진포호도 중요한 습지로 인식되고 있다.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은 장항습지, 산남습지, 공릉천하구습지, 성동습지, 시암리습지와 유도 등의 내륙습지와 강화 북단의 일부 연안습지를 포함하고 있다. 연안습지로는 천연기념물인 강화 갯벌 및 저어새번식지와 바닷새들의 번식지인 인천시 특정도서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보호지역들은 남북한의 접경지역에 있지만, 북한 쪽은 안타깝게도 보호지역으로 등재되어 있지 않다.
[ 남북 접경 보호지역 및 주요 습지 ]
보호지역명칭 | 등재주체 | 등재연도 | |
---|---|---|---|
1 |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천연기념물 제250호) |
문화재청 |
1975 |
2 |
한강하구습지보호지역(장항습지,산남습지,공릉천하구습지,시암리습지, 성동습지,유도 포함) |
환경부 |
2006 |
3 |
강화 갯벌 및 저어새번식지(천연기념물 제419호) |
유네스코 |
2008(수정고시) |
4 |
강원 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용늪포함,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포함) |
유네스코 |
2019 |
5 |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임진강,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포함) |
문화재청 |
2019 |
6 |
철원 용양보 습지보호지역 |
환경부 |
2020 |
2. 습지는 접경지역 생물다양성의 요람
국립생태원 조사결과 DMZ일원에서 출현한 멸종위기종은 101종이었다. 이 중에 습지종은 포유류는 수달과 삵 2종(50%), 식물은 3종(17.6%), 양서·파충류는 5종(83%)이었으며, 조류는 40종으로 88.9%에 달했다. 어류 12종과 저서무척추동물 5종을 포함하면 습지종은 66%이상이었다. 이 중에 접경습지지역의 깃대종으로 두루미, 재두루미, 저어새, 개리를 들 수 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두루미목 두루미과에 속하는 조류로 남북한 모두 매우 친숙한 종으로 남북한 접경인 한강하구수역과 임진강유역의 대표적인 깃대종이며 남북한의 주요 접경 습지생태자원이라 할 수 있다.
저어새는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는 조류로 남북한의 NLL 주변의 완충해역과 한강하구수역의 무인도에서 주로 번식하고 대만,홍콩 등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는 여름철새이다. 남북한 모두 주요 관심대상종이며 특히 한강하구수역의 무인도인 유도 번식 개체에 남북한 공동조사가 여러번 제안된 바 있는, 접경 습지생물자원 협력의 주 대상종이라 할 수 있다.
개리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로 러시아, 중국 동북부, 몽골, 사할린에서 주로 번식하고 중국 남부 등에서 월동하는 철새이다. 한강하구는 장항습지, 성동습지, 산남습지, 강화북단갯벌, 유도갯벌, 조강리갯벌, 공릉천하구갯벌, 파주출판도시습지 등이 주요 서식지이다. 북한의 문덕습지와 동일한 개체군인지 두 지역의 동시모니터링과 정보교류가 필요한 종이다.
두루미
Red-crowned Crane, Grus japonensis
재두루미
White-naped Crane, Grus vipio
저어새
Black-faced spoonbill, Platalea minor
개리
Swan goose, Anser cygnoid
3. 남북이 함께 가입한
습지와 생태계 보전 관련 협약
다행히도 습지와 물새 보전에 있어서는 남북한의 노력이 서로 일치하고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동성 물새들은 남북의 서식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최근 람사르협약이나 지역간 물새 협력 프로그램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로 파트너쉽(EAAFP)에 가입했다. 또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 BR) 지정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함께 가입되어 있고 각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EAAFP 네트워크 지역 등재, 람사르습지 등재,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공동협력할 필요가 있다.
람사르협약
Ramsar convention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 EAAFP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UNESCO Biosphere Reserve
4. 남북협력의 양면성, 개발이냐 보전이냐
남북한은 정치적으로 대화 국면일 때 오히려 접경지역은 생태적 위기를 맞곤 했다. 특히 한강하구수역은 골재채취 등의 개발사업으로 심각한 서식지 소실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DMZ 지역은 도로와 철도사업이 추진되었고, NLL일원은 어업불가 지역을 개방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오히려 정치적 경색국면에 비정치적인 생태협력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강하구수역의 습지구간을 남북한 공동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는 방안이다. 현재 한강하구 남측에는 고양시 장항습지에서부터 강화군 북단 갯벌까지 습지보호지역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그중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도 등록되어 있다. 당사국들이 공동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려면, 각자가 람사르습지를 등록하고 공동 등록을 요청하면 된다. 북한은 라선과 문덕을 람사르습지로 등재한 이후 추가로 늘려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고, 특히 남북한의 접경이면서 한강하구수역의 북한쪽 연안인 용연군~배천군연안을 중요습지보호지역으로 등재했다. 그러므로 한강하구습지 북측구간을 국제 공동조사를 통해 람사르습지로 등록한다면 이후 한강하구 접경 람사르습지 등록은 가능할 것이다.
둘째, 람사르습지와 EAAP 네트워크 지역 간 자매결연 활동이 가능하다. 한강하구를 공동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는 절차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이미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있고, 동시에 EAAFP 네트워크 지역으로 등재된 장항습지와 문덕습지 간 자매습지(sister wetland) 맺음을 통해 남북 간의 환경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이 있다. 이는 당장이라도 두 지자체가 제안하고 남북한 당사국들이 동의하면 추진할 수 있다. 특히 EAAFP와 국제재단인 한스-자이델재단이 북한을 방문하여 문덕습지에서 '물개리축제'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실현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더불어 북한의 금야철새보호구와 철원평야는 모두 EAAFP네트워크 지역에 가입되어 있으며 두루미 서식지이므로 두 지역간 자매결연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비록은 통일은 당장 어렵더라도 남북의 습지를 오가는 철새들을 통해 습지 보전 협력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