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라는 단어를 아세요? 바로 식물과 집사를 합친 새로운 용어로,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웹진이음 에디터도 초보 식집사에요! 어느 날, 사랑하는 반려식물에게 줄 천연비료를 알아보다 새의 분변(다시 말하면 '새똥')이 굉장히 좋은 유기농 비료로서, '구아노(Guano)'라고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어요!

구아노에도 몇 종류가 있는데, 특히 바닷새의 분변으로 만든 구아노는 영양소가 풍부한 유기 천연비료라고 합니다. 이 바닷새 구아노는 1879년, 칠레와 페루·볼리비아 사이에 '새똥전쟁'이라고 불리는 자원 전쟁을 일으킬 만큼 귀한 자원이었는데요. 그래서 호기심 많은 에디터는 또 궁금해졌습니다. 천연비료와 남북교류, 과연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구아노 때문에 전쟁까지 날 정도라니, 비료로서 효과가 엄청난가 본데?

구아노는 바닷새의 배설물이 바위섬에 쌓여 딱딱해진 덩어리입니다. 일반적인 유기농비료의 질소(N) 성분이 4%인데 비해 구아노는 9%~15%의 정도에요. 심지어 비료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인산(P) 성분도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답니다. 1900년대 유럽에서는 중남미에서 가져 온 이 구아노만 뿌리면 불모지에서도 감자를 풍부하게 거둘 수 있어 그야말로 구아노 열풍이 불었어요. 그래서 새똥전쟁도 일어난 거죠. 유기농 친환경 농업이 각광받는 요즘, 구아노는 유기농 비료 중에서도 가장 그 영양소가 풍부한 비료라 여전히 유용한 자원입니다.

한 섬에 퇴적된 조류 분변(구아노)가 새하얗게 뒤덮인 모습

이런 유용한 비료라니, 대단해! 우리 주변엔 없나? 어, 회장님?

북한 두만강 하류와 동해바다가 만나는 지역인 라선 우암리 부근에 '알섬바다새번식보호구'라는 곳이 있어요. 여기는 2018년 람사르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북한의 라선철새보호구 근처이기도 합니다. 알섬바다새보호구는 북한의 천연기념물 34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다른 이름으로는 '선봉알섬바다새번식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번식기인 5~6월이 되면 수 만 마리의 검은꼬리갈매기, 재갈매기, 바다오리, 가마우지 등 바닷새들이 모여서 새끼를 치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섬에는 엄청 많은 바닷새의 분변이 쌓여서 화석화되어 있다고 하네요.

알섬을 하얗게 뒤덮은 조류 분변(구아노)

세상에, 우리 한반도에도 구아노 밭(?)이 있었네요!

그렇죠. 에디터께서 말씀하는 고품질의 천연 유기농 비료 재료인 구아노가 북한 라선 알섬에 풍부하게 있는 셈입니다. 예전 남북 교류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던 한 사업가 분을 통해 들었답니다.

그래도 바닷새의 분변이 원료니까 많은 양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맞아요.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비료다 보니 화학비료처럼 공급량을 우리 마음대로 조절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분변이 퇴적되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더욱이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인해 바닷새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구아노가 만들어지는 양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결국 인간이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 자연도 인간에게 유용한 자원을 건네주는 셈이죠.

페루 파라카스 국립공원의 구아노와 바닷새인 가마우지가 앉아있는 모습

북한에 또 다른 유기질 비료가 또 있을까요? 앗, 북한 지하자원 전문가 박충환 위원님, 혹시 비료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 게 있나요?

북한에 '흑보산 비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흑보산 비료는 '니탄'에 질소를 섞어 만든 일종의 복합 유기질 비료입니다. 니탄이란(우리식 표현으로는 '이탄(泥炭, peat)'), 식물과 같은 유기물이 땅에 묻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 탄화되지 않은 석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석탄은 수목(樹木), 즉 나무가 땅에 묻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분해되고 그 위에 퇴적물이 쌓이며 충분한 압력을 받게 되는 '탄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니탄은 천연 재료이지만 화학비료인 질소가 일부 섞이니 구아노처럼 완전한 천연 유기질 비료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그렇다면 니탄을 활용한 흑보산 비료는 어떤 특징이 있는 건가요?

화학비료가 풍부하지 않은 북한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니탄에 포함된 풍부한 유기질 성분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흑보산 비료를 생산하는 복합비료공장의 성과를 독려하는 내용이 노동신문에서 보도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작물의 생장에 꼭 필요한 성분인 질소를 화학비료로 보충해야 하는데, 이 질소비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흑보산 비료 생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잉? 북한에서 질소비료는 왜 구하기 어려운거에요?

제가 등장할 때가 됐군요! 바로 그건 UN대북제재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비료가 UN대북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질산암모늄(NH4NO3)을 추출할 수 있는 질소비료는 무기로 전용될 수 있으므로 UN대북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질산암모늄은 우리 정부 독자대북제재와 UN대북제재 모두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죠.

질산암모늄이 왜 위험하냐면 폭발력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인데요. 2020년에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 항구에서 아주 큰 폭발이 있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이 폭발의 원인이 항구 창고에 저장된 질산암모늄 때문이었습니다.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 또한 질산암모늄 비료를 싣고 가던 화차에 불꽃이 옮겨 붙어 그 피해가 컸습니다. 

헉, 질소비료는 농사에 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게 사용될 수도 있네요.

네, 그렇죠. 이렇게 우리 산업에 유용하지만 군사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을 '이중용도품목(Dual-use item)'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중용도품목은 전략물자로서 국제사회의 합의 하에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요. (일명 '수출통제') 우리 협회는 남북 간 물품을 주고받으려 할 때 어떤 물품이 전략물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포함해 '대북 반출입 물자 UN제재 사전검토' 업무를 통해 민원인들께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최종적인 전략물자 해당 여부에 대한 판정은 전략물자관리원이라는 곳에서 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하! 계기가 된다면 북한에 풍부하게 있는 고급 천연비료인 구아노와 한국의 다양한 화학비료를 교환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는 북한에서 온 구아노 비료를 예쁜 반려식물에게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참고자료 -

주식회사누보 블로그, 유기농업자재-구아노 편

- https://blog.naver.com/nousbo3098/222397791977

서귀포신문, 과학자 리비히, '마법의 비료' 구아노의 효능 증명

- https://blog.naver.com/nousbo3098/222397791977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선봉알섬바닷새번식지

한국일보, ‘식량 위기’ 페루에서 '새 똥'이 주목받는 이유는?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700627?sid=104

자유아시아방송,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비료는 줄이고 알곡생산량은 최대로 늘리는 법

- https://rfa.org/korean/weekly_program/b18dcd95c0b0-d604c7a5c774-b2f5c774b2e4/nkagriculture-052720220917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