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회 창립 16주년 맞이 기획 시리즈
오늘의 남북교류,
앞으로의 남북교류 2
지난 5월, 남북협회 창립기념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20∼30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나눠보았다. (웹진 5월호 현장스케치편 참고) 청년 직원들이 업무 일선에서 느끼고 털어놓은 고민들을 오랜 사회생활을 경험해 온 선배이자 기관을 대표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궁금했다. 이번 호에서는 남북교류협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협회가 나아가야 할 앞으로의 길을 기관장과의 대담을 통해 묻고 정리해보고자 한다.
제1장 교류협력의 의미와 의의
안녕하세요 회장님,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북교류협력이라는 주제를 두고 어느 때보다 다양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는 시기입니다. 협회도 지속가능한 앞으로의 교류협력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데요.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청년 직원들이 생각하는 교류협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직원들이 바쁜 업무 가운데에서도 몸담고 있는 분야, 그리고 기관 전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우리 조직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았어요.
직원들의 고민들 가운데 중요해 보이는 몇 가지 지점들에 대한 회장님의 의견도 여쭙고 싶습니다. 그 첫 번째는 남북교류협력이 갖는 의미입니다. 지난번 청년 직원들이 매긴 점수는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교류협력이 남북 서로간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했는데요. 회장님께서는 교류협력의 의의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동감합니다. 남북교류협력은 남북 상호간 이해의 폭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적대성, 즉 정치·군사적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발 나아가서, 남북교류협력은 폐쇄적인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촉진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로 가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제2장 교류협력 추진환경 평가
교류협력 추진환경에 대한 회장님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직원들 사이에서는 국내 정책기조의 변화, 국민 공감대 부족, 그리고 지속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외부적 요인 등으로 남북교류가 사실상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거든요.
흔히들 전화위복이라고 하지요. 지금의 상황을 나쁘다고만 보지 않고, 오히려 지난 남북교류협력을 되돌아보면서 교류협력의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또 앞으로의 교류협력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준비하는 계기로 생각하는 전향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 정부의 입장은 남북교류협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역대 정부에서 이룬 남북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가운데 그 성과를 이어받아 발전시켜 나가면서 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접근 방식에 있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에 충실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도록, 그리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상호 호혜적인' 남북관계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모하겠다는 점이 기존과 인식을 달리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남북교류협력을 둘러싼 외부 환경보다, 교류협력이 갖는 내재적 측면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일까요?
그렇지요. 이는 국민 공감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불합리한 태도나 잘못된 관행이 나타나는데도 이를 용인한다면, 달성하고자 하는 바가 아무리 가치 있을지라도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또 남북관계 정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교류협력 추진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대북제재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면 점차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나아가 정부는 비핵화 이전이라도 인도적인 지원과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방송·언론·통신의 교류, '그린데탕트', 곧 한반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환경 공동대응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제3장 지금까지의 교류협력
교류협력의 목적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주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지금까지의 교류협력에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 관행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라 보십니까?
앞으로의 남북간 교역·경협이 보편적 상거래 규범과 일치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는 남과 북이 협력하는 사업임에도, 북한의 표준계약서만을 토대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사업 자금의 선지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교류협력 사업자들은 불특정 다수인 반면, 북한의 교류협력 담당 기관은 한 곳인 비대칭적 구조 하에서 거래물품의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가격 책정, 원산지증명 요구 시 추가 비용이나 조건 강요, 클레임 무시, 우리 기업의 대위권(代位權) 불인정, 납기 지연 등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 거래 사례가 있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향후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동시에 자성의 목소리도 필요합니다. 사업의 성사를 위하여 북한의 불공정한 요구임이 명백함에도 이를 수용했던 점, 교역·경협 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리체계가 충분하게 구축되지 못했던 점 등은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북한과의 사업에서 우리 국민들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고, 보다 다양한 주체들이 적극·지속적으로 교류협력에 나서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죠.
제4장 앞으로의 교류협력과
협회의 방향
지금까지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남북교류협력은 남북 서로간의 인식 제고와 더불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대외보다는 대내적 측면에서 교류협력 과정 전반을 재점검 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도 우리도 교류협력이 국제기준에 부합하고, 체계적으로 추진·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남북교류협력의 ‘양적 활성화’가 아니라, 교류협력을 '제대로' 잘 할 수 있도록 '질적 내실화'를 이뤄내는 것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래야 정상적인 남북관계도 가능할 것입니다.
질적 내실화의 구체적인 방안들로는 어떤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서는 UN 대북제재의 철저한 준수를 통해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우선적인 방안일 것입니다. UN 대북제재는 국제정치의 현실이니까요. 민생유지를 위한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방문을 위한 인적 왕래, 체육 등 분야에서의 사회문화교류 등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질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추진 가능한 영역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교역·투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대내적으로는 관련 법규와 남북간 합의서를 정비하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협력체제를 구축·가동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질서 있고, 국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교류협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은 물론, 민간에서도 자기책임성을 강화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겠지요.
조심스러운 질문인데요, 북한이 쉽사리 응할까요?
쉽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교류협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정책적 우선순위 분야에 주목하면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교류협력 방법을 모색해 간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북한은 민생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이와 직결되는 식생활 개선이나 농업생산성 향상 문제를 지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요.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해도 북한의 미래세대는 어떨까요. 기존 세대와 다른 환경에서 자란 그들의 욕구, 살아가고 싶은 삶이 무엇일지 지금부터 고민해 나가며 준비한다면 미래의 교류협력은 또 다른 모습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제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한 교류협력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협회는 어떤 노력을 해 나갈 수 있을까요?
남북교류협력을 지원하는 유일한 공공기관으로서 우리 협회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질서에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교류협력이 추진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합니다.
북한과의 비대칭적 협상 구조나 불공정한 거래 관행 등으로부터 발생 가능한 우리 국민의 권익 피해 방지 조치들을 고민하는 한편, 과거 교류협력 사례들을 다시금 돌아보면서 북한도 그리고 우리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찾아서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언하는 것 등이 협회가 앞으로 해나갈 수 있는 주요한 역할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대부를 참 좋아하는데요. 거기에 보면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남북교류협력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북한발(發)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게 관리하는 데 필요합니다. 우리 협회는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함에 있어 우리국민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직원들이 지금 당장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보다 넓은 시야와 긴 호흡으로 새롭고 지속가능한 교류협력의 기반을 만들어내는데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원들의 고민과 남북교류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회장님의 속 깊은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협회가 공공기관으로서 새로운 교류협력의 패러다임과 기반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대담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