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Electronic Sports)가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치러진다는 소식, 들어보셨나요? e스포츠는 사람들이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인데요, 이 기사를 본 에디터는 문득 북한에도 게임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과연 동시대 북한에서는 어떤 게임 콘텐츠와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요?

메가 스포츠이벤트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게임이나 e스포츠가 더 이상 특정인의 향유물이 아닌 많은 이가 즐기는 문화로 성장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조선일보

북한 문화 전문가 이지순 박사님! 북한은 스마트폰 보급률도 적고, PC방도 없을 것 같은데 북한에도 게임이 있나요?

북한에도 PC게임, 모바일 게임, 닌텐도 Wii나 엑스박스 같은 콘솔 게임, 오락실에서 동전 넣고 하는 아케이드 게임 모두 있습니다. 접근성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의 취향이나 흥미에 따라서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어요. 간단한 퍼즐게임부터 복잡한 시뮬레이션 게임까지 장르와 유형은 다양해요.

북한판 wii '모란봉'은 모바일 게임, 어린이용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동작을 인식하는 컨트롤러와 운동발판을 갖추고 있다. Ⓒ머니투데이

북한도 우리와 비슷한 게임을 하고 있었네요!

시간과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북한은 세계 유행을 참조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어요. <테트리스>는 <탑쌓기>로, <캔디 크러시 사가>, <애니팡>은 <별찌까기>로 이어졌죠. 모티프의 유사성은 북한 게임 전반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인 <려관 경영>은 '크림제조소'에서 크림을 만들고, '당과매점'에서 초콜릿을 팔고, '세탁소'에서 빨래를 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가 많이 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슷해요.

우리에게 <애니팡>이 있다면 북한에는 <별찌까기>가 있다. 북한말 '별찌'는 '유성'이라는 뜻이다. Ⓒ 이지순

북한 모바일 게임은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 궁금해요.

보드와 퍼즐 게임의 경우 개발한 역사가 오래된 만큼 플레이 유형이 다양하고 아이템 적용도 가능해요. 슈팅 게임, 어드벤처 게임은 기기 간 호환성을 높이고 프로그래밍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있어요. 특히 <치렬한 전투>의 플레이 방식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가 있는 L0L(League of Legend, 리그오브레전드)에서 플레이어가 컨트롤 하지 못하는 캐릭터인 NPC(Non Player Character)들의 전투와 유사해요.

자신의 거점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거점을 빼앗기 위해 한정된 숫자의 NPC를 필요한 곳에 이동시켜야 한다. Ⓒ이지순

북한은 인터넷 대신 전국 인트라넷(intranet) 체계를 구축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바일 게임을 어떻게 다운로드 받는 건가요?

북한에는 정보기술교류소라는 곳이 있어요. 북한의 기술교류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대학이나 회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술교류사'로 소프트웨어와 전자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곳이에요. 다른 하나는 전자 제품과 함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정보기술교류소'죠. 북한에서 스마트폰에 프로그램과 앱을 설치하려면 정보기술교류소에 직접 가야해요. 핸드폰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App Store 혹은 Google Play과 같은 종합열람프로그람 '나의 길동무'가 있어요. 나의 길동무 4.3 이전 버전은 나의 길동무에서 콘텐츠를 확인하고 정보기술교류소에서 구매해야 했지만, 2019년 8월 갱신된 4.3버전부터는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내려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정보기술교류소에 돈을 주고 애플케이션을 사서 스마트폰에 탑재한다. ⒸLU JUNYU

<나의 길동무 4.3>은 이동통신망과 컴퓨터망으로 앱을 구입할 수 있다. Ⓒ이지순

모바일 게임을 사고 파는 거예요?

네. 무료부터 5,000점까지 다양해요. 나의 길동무 4.3 이후 버전은 이동통신망과 컴퓨터망에 의한 '점수결제체계'를 새롭게 도입했는데, 게임 분야에서는 망결제, 망순위, 망도전 등을 지원하고 '별점'으로 게임에 대한 대중적 호응도를 표시할 수 있어요. 여러 가지 앱을 구매할 경우 할인도 해줘요. 신규 게임일수록 가격이 비쌉니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에 <주패 게임>이 있어요. <주패 게임>은 북한식 카드게임인데 개발사도 여럿이고 종류와 버전도 많아서 새 버전이 출시되면 이전 버전의 가격이 내려가는 식이죠. 

주패게임은 한국의 고포류(고스톱&포커류)이며, 점수를 걸거나(레이즈), 통과(드롭) 등이 가능하다. 게임 내 재화로 '남의 카드 엿보기', '남은 패 보기' 같은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이지순

혹시 게임의 아이템이나 캐릭터도 살 수 있나요?

승률을 높일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을 정보기술교류소에서 구입하기도 해요. 예를들어 <스트리트 파이터>와 비슷한 액션 게임 <소년장수>에서 '바우', '국화' 같은 캐릭터는 기본으로 제공되지만 '쇠메', '미라' 캐릭터는 '정보기술교류소'에서 사야해요. 스테이지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돈을 내고 포인트를 사거나 퀴즈를 풀어 포인트를 획득해야 하죠. 이렇듯 코스튬, 무기, 스테이지 공략, 승률을 높이는 각종 아이템들은 나날이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모바일 게임은 핸드폰에 내장된 블루투스로 근거리 통신망을 구축해 사람과 대결할 수 있는데, 이렇게 게임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해요. 요컨대 게임에 파생된 각종 서비스들은 모두 유료로 구매해야 한다고 보면 돼요.

<소년장수>의 퀴즈 정답을 맞히면 구슬을 받을 수 있고, 이 구슬로 잠겨있는 캐릭터를 구매할 수 있다 Ⓒ이지순

여러 사람이 게임을 같이 할 수 있군요! 그럼 북한에도 e스포츠나 프로게이머와 비슷한 문화가 있을까요?

민간에서 e스포츠와 유사한 게임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어요. PC방 점주가 상금을 걸고 지역전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PC방이 일부 대도시의 공공기관이나 사업소 공간을 빌려 비공개로 운영되다 보니 지역대회와 같은 경우도 일반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다만 게임을 아주 잘하는 고수의 경기 영상이 북한 내에 퍼지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이 영상을 돌려보면서 전략을 배운대요. 프로게이머는 아니지만 닉네임으로 알려진 유명한 고수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 e스포츠 팀이 결성될 수 있다면 재능 있는 게이머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요.

슈팅게임 <땅크전>과 <전장의 용사>. <배틀그라운드>, <원신>과 기본 뼈대가 유사한 <땅크전>은 블루투스를 활용한 멀티플레이만 지원하고 있다. Ⓒ이지순

박사님은 게임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게임은 21세기 문화산업의 빅테크입니다. 적은 자본과 투자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산업이에요. 상상하는 무엇이든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에는 무궁무진한 힘이 있어요. 그리고 게임은 놀이이면서 경쟁이에요. 게임을 매개로 함께 놀면서 소통할 수도 있고, 공동으로 팀을 만들어 상대와 경쟁하면서 유대감을 쌓을 수도 있지요. 게임 콘텐츠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친구랑 다투다가도 게임하러 가자는 말 한 마디에 팔짱끼고 오락실 갔던 기억이 나요. 게임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북한 게임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언젠가 한 번 해 볼 날이 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