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기억하시나요?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고, 보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장면도 자주 나옵니다. 한국전쟁이 1950년이었으니까 무려 73년이 흘렀네요. 당시 열 살이었던 꼬마가 지금은 83세입니다. 부모님들은 100세 가까운 연령이시죠. 지금도 언제 만날 수 있을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산가족 분들이 한시라도 빨리 상봉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번 에디터의 사심에서는 이산가족을 다뤄보려 합니다. 이산가족 속에 숨어있는 남북교류의 가능성은 무엇일까요?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실향민을 위해 음력 8월 13일 '이산가족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는데, 실향민의 뜻이 뭐지?
실향민(失鄕民)은 고향을 떠난 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사람을 뜻합니다. 한국에서는 8·15 광복 이후 남북분단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해당됩니다. 당시 분단이나 피난을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해 연로한 사람이나 부녀자를 고향에 두고 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산가족이 생겼습니다.
아하, 실향민은 이산가족을 포함해 여러 이유로 고향을 떠나게 된 사람들이구나. 찾아보니 실향민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네? 이북5도위원회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이북5도위원회 이훈 위원장님, 알려주세요!
이북5도위는 행정안전부 소속 정부 기관으로 1945년 8월 15일 기준 북한의 5개 도(황해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를 관할합니다. 개청 초기 이북도민의 남한사회 정착 지원과 반공‧안보 활동을 중심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급속도로 증가한 북한이탈주민의 포용 및 사라져가는 이북5도 향토문화의 보존·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북5도위원회는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나 이북5도위원회 정책포럼 등 각종 사업을 통해
국내외 이북도민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있다.
통일 이후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곳 같아요! 하지만 통일 이전에 실향민들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게 걱정이에요.
이북5도위원회도 그 문제를 인지하고, 후계세대 육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이북5도 무형문화재는 실향민 1세대의 고령화로 명맥을 잇지 못하고 소실 위기에 처해있는데요, 이를 안정적으로 전승‧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북5도 무형문화재 전수 교육에 필요한 경비와 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하는 「무형문화재법」이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황해도 만구대탁굿(左), 평안남도 향두계놀이(右) 등 북한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노래, 춤, 굿 등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기예 20가지가 이북5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다.
'이산가족의 날'을 기념하는 일도 이북5도위원회의 이산가족 상봉 지원 업무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요, 이산가족의 날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산가족 문제는 진영, 이념, 정치적 논리에 따라 다루어질 문제가 아니라, 인권에 기반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산가족의 날' 지정으로 정부 차원에서 이산가족을 위로하고 이산가족의 문제가 더 이상 이산가족 당사자와 그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산가족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기까지 어떤 절차가 있을까? 이산가족 등 남북 사업을 진행하는 대한적십자사를 찾아가보자. 국제남북사업본부 김성근 본부장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적십자회담을 진행합니다. 실무 접촉에 따라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면 대한적십자사는 상봉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대상자 선정은 2차에 걸쳐 선정하며 북측과 생사확인의뢰서와 회보서를 교환하는 등 단계를 거쳐 최종대상자를 선정합니다.
이산가족 상봉자는 컴퓨터 추첨을 통한 1차 후보자 선정 → 상봉의사와 건강상태 확인을 통한 2차 후보자 선정 →
북측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 과정을 거친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를 해도, 상봉 기회를 갖기 어렵다고 들었어요.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하신 분들은 얼마나 되시는 건가요?
현재까지 상봉을 완료한 인원은 총 24,352명입니다. 이 중 직접 만난 인원이 20,604명이고 화상상봉을 통해 만난 가족이 3,748명입니다. 참고로 대면상봉은 현재까지 21차례 이루어졌고 화상상봉은 7차례 이루어졌습니다. 현재까지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한 인원이 13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극히 일부의 인원만이 상봉의 기쁨을 누린 것이지요.
13만 명이 넘는다니, 하루 빨리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인원 중 3분의 2가 사망하셨고, 생존자의 3분의 2가 80대 이상의 어르신이에요. 특히 북측의 경우 사망자의 비율이 남측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1971년 8월 12일 최두선 대한적십자사 총재(左)가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대화를 제안했고,
제안이 받아들여짐으로써 비로소 남북 사업이 시작됐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숨진 분들이 3,600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보이는데, 최근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생애보'를 제작한다고 들었어요.
네. 이산가족 생애를 담은 자서전의 일종인데요, 고향에서의 삶, 이산 경위, 이산 이후의 삶, 가족관계 등 깊이 있는 인터뷰를 기반으로 구성했어요. 올해는 시범 실시 사업으로 진행하였으며 내년에는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산가족의 생애를 사진과 글로 남겨서 보존하면, 사후라도 재북 가족에게 생애보를 전달할 수 있겠네요. 혹시 이산가족 상봉 후에 최소한의 연락이나 생사 확인이 가능한가요?
당국 간의 협력을 통해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가능하며, 이에 따라 발생한 비용을 법령에서 규정한 금액 내에서 실비 정도를 보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적십자사(02-3705-3652)로 연락바랍니다.
혹시 인도적 지원 및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남북 양쪽에 하고 싶으신 말씀 있을까요?
북한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식량, 보건·의료, 식수 위생 등 생존에 관련된 것들입니다. 이 중 식량 문제가 가장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평양에서조차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리포트가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사업들은 정치적 문제와 무관하게 처리하여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남북 관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많은 노력을 해야 되겠지만 북한의 역할도 중요해보이네요!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속절없이 기다려야 하는 분들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