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 전환과
북한경제

홍제환 (통일연구원)

2020년 이후 북한경제는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북한경제를 위협한 것은 2017년 하반기부터 실시된 강력한 대북제재와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한 당국이 취한 국경봉쇄 조치였다. 그 결과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북한경제는 2020년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기 직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2022년 북한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88.4%에 불과하다. 6년 사이 경제 규모가 10% 이상 위축된 것이다. 그 사이 인구도 증가해 북한의 1인당 소득은 14% 이상 줄어들었다.

2022년 8월 북한 당국은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화물열차와 화물트럭 운행을 일부 재개하는 등 국경봉쇄 조치를 부분적으로 해제해 왔다. 북한경제의 위협 요인 중 하나가 서서히 제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23년 북한경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을까.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대북제재는 지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북한경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 글에서는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초점을 맞추어 2023년 북한경제를 평가하고, 2024년 북한경제의 향방을 전망해 본다. 

회복세를 보인
2023년 북한경제

2023년 북한경제는 회복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국경봉쇄 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면서 무역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중무역 규모를 보면, 지난 8월 현재 수출은 1억 8,775만 달러로 전년 동월(6,708만 달러)에 비해 180% 증가했으며, 수입은 12억 3,844만 달러로 전년 동월(4억 3,508만 달러) 대비 184.6% 증가했다. 수출입 모두 코로나 종식 선언 이전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를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전 상황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2019년 8월 상황과 비교해 보면, 수출은 33.1% 증가했으며 수입은 21.2% 감소했다. 무역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16.7%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2020년 초부터 급감했던 무역 규모가 2023년 들어와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전 수준을 어느 정도 회복해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역의 회복세는 북한경제의 회복세를 가져오고 있을 것이다. 수출 증대 및 원자재 등 중간재의 공급 증대는 산업 생산 증가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며, 소비재 수입 증가와 내수용품 생산 증대는 시장 활동과 소비를 촉진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23년 북한경제는 2019년 0.4% 성장 이후 4년 만에 다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올해에는 북한의 식량 작황도 크게 나쁘지 않아,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황을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심각한 식량난에 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의문

북한경제의 회복세는 2024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전망하기가 조심스럽지만, 또 다른 반등 요인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024년 이후 북한경제는 위축되거나 현상을 유지하는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2023년 북한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본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었던 무역이 2023년 빠른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무역 규모 측면에서 기저 효과가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 이미 코로나 이전의 무역 규모를 어느 정도 회복한 상황이고, 향후 북한의 무역 규모가 추가적으로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러한 기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북한 무역 규모의 추가 확대가 어려우리라는 전망은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북한의 수출 확대가 쉽지 않다. 대북제재로 인해 석탄, 의류 등 주요 수출품목 대부분의 수출이 불가능해진 결과, 북한의 수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8년부터 예년의 1/10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그런데 북한이 이들 수출금지 품목을 대체할 수 있는 수출상품을 발굴해 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 규모를 단기간 내에 회복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무역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외화를 보유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는 수입 규모 확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관건은 북한이 무역 이외의 경로를 통해 외화를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느냐이다. 향후 북한 당국은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해외노동자 파견 규모를 확대하며, 정권 차원에서 해킹을 통해 가상화폐를 탈취한 뒤 현금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외화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예년 상황을 보면, 북한은 이러한 방식으로 외화를 벌어들여 10억 달러 안팎의 무역적자를 상쇄해 왔는데, 외화 획득 규모를 더욱 늘리면 수입 규모를 확대해 경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시도를 강화해 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대부분은 대북제재를 통해 금지되었거나 불법적인 행위에 해당한다. 국제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가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북한의 시도가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장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
기조도 경제에 부정적

대외무역의 확대와 함께 2000년대 이후 북한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어 온 것은 시장화의 진전이었다. 따라서 무역 확대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장 부문이 성장한다면 북한경제 상황의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2010년대 말부터 시장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기조는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더욱 심화되었다. 이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함은 물론, 대북제재 강화와 국경봉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고 물자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위해 국영 부문에 역량을 집중 투입하려 한 결과였다.

이러한 정책 기조가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 사이 법 개정 등을 통해 이러한 정책 기조가 시스템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시장에 대한 통제와 관리 강화는 2000년대 후반에 나타났던 시장을 억압하는 조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시장의 존재는 인정하되, 민간 대신 국영 부문이 시장을 주도해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역 부문의 경우, 무역회사의 권한은 줄이고 국가의 "무역사업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일적 지도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상업 부문에서는 시장 대신 국가상업망을 통해 상품을 공급하도록 하기 위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북한 당국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을 활용하되, 경제 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재정적인 편익을 얻으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대북제재와 국경봉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나름 절충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인데, 국영경제 부문만을 놓고 본다면 효과적인 방안일 수 있겠으나, 사경제 부문까지 포함한 경제 전반을 놓고 보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통제와 관리 강화는 시장 부문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2023년에도 무역 회복의 효과도 일부 상쇄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도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유지보다는 주민을 위한
선택이 이루어져야

북한경제가 살아나는, 즉 북한 주민을 위한 길은 자명하다. 핵문제 해결을 통해 대북제재가 해제되도록 하여 무역 규모를 늘리고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국영경제를 축소하고 시장 부문을 확대하여 경제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그와 정반대되는 길을 고수하고 있다. 핵개발을 강행하여 국제사회를 위협함으로써 대북제재의 해제를 요원하게 만들고 있으며, 시장 부문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국영경제를 안정화하는 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고수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데에는 이로울지 모르겠으나,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24년에는 북한 정권이 정권 유지에 급급하기보다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관심을 쏟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펴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