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고향방문

메타버스로 찾은
북녘 내 고향

Q. 서울 한복판에 앉아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만져볼 수 있을까?

A. 있다. MBC 김대호 아나운서는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최첨단 VR고글을 끼고 VR여행을 즐겼다.

Q. 세상을 떠난 딸을 만날 수 있을까?

A. 있다. 다큐멘터리 <VR 휴먼 다큐멘터리-너를 만났다>는 4년 전 희귀 난치병인 혈액암으로 일곱 살에 세상을 떠난 딸 나연이와 엄마 장지성 씨가 VR로 만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3년. 우리는 실존하지 않으나 실존하는 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 가상현실(VR)덕분인데요, 시공간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가상현실만 있다면 가능하답니다.(기술의 발전이란!)

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은 메타버스입니다.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랍니다. 아바타를 활용해 단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도 있어요. 장점이 참 많은 기술이지요!

관련해서 주목할 콘텐츠가 하나 더 있답니다!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 국립통일교육원이 실제 이산가족 세 분(김병모, 김옥화, 김정옥)의 고향마을을 재현하고, 고향에서의 추억과 이산의 아픔을 메타버스 콘텐츠로 구현한 건데요, 이산가족의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에 가본 적도 없고, 6.25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 콘텐츠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남북이와 함께 또 다른 세계로 가 봐요~

안녕?

나는 메타버스 속 남북이야. 지금부터 나와 함께 이산가족을 만나러 갈 거야.

여기가 어디게? 기억의 도서관이야. 이산가족들이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 이산가족을 찾아야 하는데 도서관이 너무 멋있어서 자꾸 한 눈 팔게 돼. 책상 위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책 몇 권이 놓여있는데 그걸 잡으면 6.25전쟁 등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어. 그나저나 이산가족은 어디 계시지? (두리번~두리번~)

오, 첫 번째 이산가족 김병모 씨를 만났어! 8살 병모는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평안남도 진남포에 살았대. 지금은 남포시로 불리는 진남포는 원래 작은 어촌이었지만 철도가 깔리고 평양의 부속 항구가 되면서 한때 부산과 인천 다음의 거대 항구도시였지. 병모의 집이 궁금해서 병모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어. 8살 병모의 집 옆에는 사과밭이 있는데, 그곳에서 병모의 아버지가 사과를 따고 있었어. 병모의 아버지께 인사하러 갔더니 올해 사과 농사가 잘 돼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다고 좋아하시더라. 참고로 진남포는 쌀과 사과가 유명하대.

그 옆 개울가에서 병모의 남동생이 놀고 있었어. 병모는 가끔 가족을 돕기 위해서 뒷동산에 올라 민들레 풀을 따서 토끼에게 줬대. 나한테 민들레 풀을 따달라고 부탁해서 금세 따왔어.

그날 밤, 병모의 어머니는 중공군이 밀려와 진남포항에 피난가는 배가 가득하다는 소식을 들어. 병모 가족은 결혼한 병모 누님네에서 하룻밤 자고 진남포항으로 이동하려고 해. 누님의 집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라는 미션을 받았는데 나는 너무 늦게 도착해버렸어. 그렇지만 누님은 반갑게 맞아줬지.

오후 4시쯤 라디오에서 피난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방송이 나와. 이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잠깐 집에 두고 온 것을 가져오겠다면서 막냇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서. 누님과 병모만 있었던 새벽 2시,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들겨! 진남포 교회 목사님이 찾아와 모든 배가 떠나고 있다면서 피난을 재촉해. 시간이 없다는 말에 병모와 누님은 짐을 싸들고 진남포항으로 향해.

부두 곳곳을 찾아봤지만 배가 없어. 병모가 이미 떠나고 있는 배에 탈 수 있도록 내가 방향키를 움직였어. 다행히 병모의 누님과 병모는 배에 올라탈 수 있었어. 그 시각, 짐을 챙겨 온 부모님은 아이들과 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돼. 아버지는 인천항에 아이들만 내버려 둘 수 없으니 먼저 가있겠다고 말해. 어머니는 갓난아이가 있어서 물에 들어가지 못하니 뒤따라가는 배를 타고 인천항에서 만나자고 약속하지.

그렇게 추운 겨울날, 병모의 아버지는 영하 20도가 넘는 차가운 바다를 헤엄쳐 배에 매달렸어. 그리고 인천항에서 가까스로 병모와 누님을 만났어. 하지만 엄마와 갓 태어난 막냇동생은 북에서 내려오지 못했대.

이날 벌어진 사건은 1.4후퇴였지. 1951년 1월 4일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수도 서울을 탈환한 대한민국 국군과 UN군이 압록강 국경에서 마지막 공세를 준비하던 중, 중국에서 내려오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서울을 포기하고 대대적으로 퇴각한 사건이야. 이때 대부분의 피난민들은 곧 국군과 UN군이 전열을 정비해서 북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잠시 몸을 피하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에 가족 전부가 피난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 이 시기 가족을 잃은 경우가 가장 많았어.

8살이었던 김병모 씨는 올해 82세가 되었다. 그동안 결혼도 하고 아들 둘도 낳으며 한 가정을 이루었다. 아버지가 된 그는 가족을 잃은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구술한다. 아직도 엄마와 막냇동생이 너무 그립다고 한다.

진남포에 다녀온 나는 김옥화 씨를 만났어. 옥화는 평양시에 사는 고등학생 소녀로, 포목상을 하는 어머니와 교회 장로님인 아버지와 살아. 옥화의 기억을 따라가기 위해 옥화의 집에서 부모님 사진, 첫사랑 사진, 스카프, 부채를 찾았어.

이건 비밀인데, 옥화는 자신보다 세 살 많은 오빠 안기우를 짝사랑했대. 기우오빠가 보고 싶을 땐 대동문 나루터에 가서 배를 타곤 했다네. 기우오빠가 대동강 건너편에 살고 있었거든. 이날도 옥화는 1635년 세워진 북한의 국보 제4호 평양성의 대동문을 거쳐 덕바위 아래쪽 대동강 나루터로 향했어.

옥화가 기우오빠를 만날 수 있도록 노를 열심히 저었어. 옥화는 대동강 건너편에서 기우오빠와 놀다가 무용연구소에 갔어. 옥화는 당대 최고의 무용가가 운영하는 무용연구소 오디션에 합격해 다니고 있었거든.

무용연구소에 들러 무용선생님을 만났어. 조만간 모스크바에서 공연할 춤 연습을 위해서 발레연습을 해. 이 때 옥화가 연습하던 무용은 신무용이었는데, 한국에서 1920년부터 반세기 동안 무용인들이 추구한 근대적 형태의 새로운 춤이야.

그날 오후, 한 군인이 옥화의 집으로 찾아와. 한 달 전에 옥화의 집에 머물었던 군인인데, 옥화의 부모님과 할 얘기가 있나봐. 옥화의 부모님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지금 중공군이 밀려오고 있다”면서 빨리 피난하기를 권해. 그러나 옥화의 부모님은 평생 일군 재산이 전부 평양에 있다면서 떠나지 않았어.

군인은 대신 아직 나이가 어린 옥화와 여동생만이라도 데려가. 이 군인은 중공군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폭파를 하면서 남하하는 부대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옥화는 달리는 군용 트럭 뒤로 대동강 철교가 폭파되는 걸 목격해.

대동강 다리는 평양에서 대동강을 지나는 구간에 놓인 철교로 러일전쟁 당시 전쟁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건설됐어. 1950년 12월 북진하던 UN군은 중국에서 내려오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평양을 포기하고 대동강을 건너 임진각으로 향해. 이 때 중공군의 추격을 막기 위해 UN군은 대동강을 건너자마자 1950년 12월 4일 대동강 철교를 폭파시켜. 남으로 피난을 가던 피란민들은 대동강을 헤엄쳐 간신히 폭파된 다리에 매달렸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물에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고 해.

이날 김옥화 씨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도망치듯 집을 떠났다. 곧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동강 철교가 끊긴 것처럼 남북은 나누어졌다. 옥화는 함께 피난을 떠난 군인과 전쟁 중에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다. 김옥화 씨는 올해로 91살이다. 이젠 할머니가 되어 몸을 움직이기도 불편하다. 하지만 평양에서 가족들과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김정옥 씨의 기억이 있어. 함경남도 함흥시가 고향인 정옥이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메타버스로 다시 찾은 북녘 내 고향' 콘텐츠는 고령의 이산가족 김병모, 김옥화, 김정옥 세 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향(평양, 진남포, 함흥)의 6.25전쟁 전후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어요. 실제 사연을 기반으로 구성한 가상현실 속에서 남북이는 이산가족 분들의 아픔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구독자 여러분이 김정옥 씨를 만나 그녀의 기억을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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