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변화와 한반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조영주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3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61명으로, 작년 한국의 합계출산율 0.78명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이다. 하지만 1.61명이라는 수치는 한국에 비교해 높은 것이지 북한의 상황에서는 '급격한 저출산 추세'라고 진단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인구기금도 '세계인구현황2022'에서 북한의 합계출산율을 1.9명으로 집계했고,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인 2.1명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결국 남북한 모두가 필요한 합계출산율에 미치지 못하는 저출생시대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한이 저출생시대를 겪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 배경은 같을까, 다를까.

유사한 남북한의 인구피라미드

남북한의 인구피라미드를 살펴보면 유사한 역사적 경로를 지나와서인지 인구피라미드의 형태는 유사하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은 모두 출생률이 높았다. 이 때는 전쟁 이후 남북한 모두 전후복구와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였기에 출산을 장려하던 분위기였다. 특히 북한은 전쟁으로 인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노동력과 병력이 부족하고 남북한 인구 격차가 나타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장려를 시작했다. 1961년 제1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가시화하기 시작했고, 다자녀 여성과 가족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거나 표창을 수여하였다. 하지만 전후 인구성장률이 높아지면서 1960년대 후반부터 남한은 출산억제정책을 펴기 시작했고, 자녀수가 적은 가정에 혜택(1982년에는 자녀수가 2명 이하인 가정에 의료보험료, 공무원가족수당, 기타 세제 및 복지제도의 차등 혜택)을 주거나 피임보급, 피임실천 및 소자녀관 촉진 등 실질적 인구억제를 위한 조치 지원과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졌다. 출산억제는 결국 개별 가정의 자녀 수 조절을 요구하게 되는데,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많이 낳아 고생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자녀 많다 후회말고 낳기 전에 조절하자’, ‘둘만 낳자’, ‘잘 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부럽다’, ‘적게 낳아 잘 기르면 부모 좋고 자식 좋다’와 같은 다양한 구호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구호는 남한에게만 익숙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하나는 좋고 둘은 많다. 셋은 양심이 없고 넷은 미욱(미련)하다’). 북한 역시 1970년대 이후 인구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는데, 배급제를 실시하던 북한은 인구의 증가는 곧 주민에게 공급해야 할 물질적 양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했고 국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북한은 출산을 억제했고, 출산통제를 위해 고리(체내삽입형 피임도구 '루프') 삽입시술, 생리학 교육 등 의료체계와 교육을 통해 출산억제정책을 시스템화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남북한 모두 경제위기를 겪으며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현재에 이르러 (초)저출생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남북한이 (초)저출생시대를
맞이하게 된 배경은

남한의 (초)저출생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익히 알려져있다. 결혼을 하려는 이들이 줄어들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으려 하거나 자녀를 낳더라도 두 자녀 이상을 낳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는데, 여기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동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주택 마련,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직접적 요인이면서 동시에 일과 생활의 균형을 도모하기 어려운 현실, 특히 여전한 여성의 양육부담 등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남한사회에서는 양육을 책임지려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사회적으로 양육의 일차적 책임은 여성에게 있기에 일생활 균형이 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양육은 어렵고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녀 양육이나 교육은 더욱 어려운 문제이기에 현재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상황에서 초저출생시대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반 극심한 경제위기를 거치며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고, 가정의 생계를 책임질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여성이라면 당연히 결혼하고 출산해야 한다는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출산을 하더라도 자녀를 적게 낳아 잘 키워서 힘들지 않게 살게하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다자녀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처럼 현상적으로는 북한 여성의 인식이 변화하여 북한이 저출생시대를 맞이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실 북한에서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데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북한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한 젠더관계에서 기인한다. 북한 여성의 인식과 가정 내 역할의 변화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불평등한 구조와 젠더관계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정생계 관리와 육아의 책임은 여성에게 있고, 정치, 경제, 사회적 자원은 남성을 중심으로 생산, 분배되는 구조가 체제 유지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최근 북한 남성의 변화된 모습도 발견되지만, 구조의 변화를 야기할 정도의 징후로는 보기 어렵고 일상생활에서 여성과의 관계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띠는 수준 정도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과거 국가 차원에서 보장되었던 양육, 교육, 의료와 같은 사회적 보장체계가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 환원되면서 더욱 자녀 양육과 교육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이나 다자녀 출산을 피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저출생 시대를 벗어나기 위한
남북한의 노력들

(초)저출생시대를 맞아 남북한 사회 모두 이를 벗어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꾀하고 있다. 남한은 결혼과 다자녀출산시에 주택, 세제 등의 다양한 혜택을 주려 하고, 양육의 부담을 줄이고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취한다. 북한 역시 다자녀 출산 여성에게 금메달 망치와 낫, 국기훈장 제1급을 수여하는 등 보상체계를 만들고 주택 배정에서도 다자녀 세대를 1순위로 배정하도록 ‘살림집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또한 작년 2월에는 ‘육아법’을 제정해 아동들을 대상으로 영양식품과 학용품을 공급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담기도 했다. 사회문화적 차원에서는 남성의 양육과 자녀 교육 참여를 독려하는 담론을 만들어내면서 남성의 인식과 실천의 변화를 요구한다. 올해 11월 16일 어머니날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칭송하며 자녀를 많이 낳아 나라의 역군으로 키우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자 응당한 본분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남북한 사회가 모두 (초)저출생시대를 벗어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사안이다. 경제적 격차와 불평등의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이 되어야 할뿐더러 이미 변화한 인식과 생활양식을 되돌리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한 모두가 저출생시대를 맞게 된 데는 경제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함께, 그 변화를 겪으며 각인된 불안감과 기대상실 등이 나의 선택으로 인한 내 삶의 변화와 그에 따른 부담을 저어하게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결혼과 출산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런 점에서 직접적인 보상이 출산을 선택하게 하는 기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길 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직접적 보상도 필요하지만 취업이나 경제적 격차를 야기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때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출산과 결혼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한 모두 마찬가지다.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와 한반도

한국기후변화학회 고문 
권원태

1. 기후변화의 현황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거나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기록을 경신했다’라는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기록 경신을 뉴스라고 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3년 지구평균기온 편차는 1850-1900년 평균에 비해 1.4도 이상이 될 것이며, 관측사상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최근 10년간 지구평균기온은 최고 순위 1~10위 안에 들 정도로 온난화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1850-1900년 대비 지구평균기온 변화 (영국기상청 자료 사용)

지구온난화는 기온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집중호우, 가뭄, 강력한 태풍, 폭염, 대규모 산불 등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극한현상이 빈발하여 세계 각지에서 심각한 사회 경제와 자연생태계에 피해를 발생시키고, 대규모 기후난민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또한 해수면 고도는 최근 10년 동안 4.6cm 이상 상승하여 30년 전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여 열팽창하고, 육지 빙하가 녹은 물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으며, 앞으로 수백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인데, 대부분이 인간활동의 결과이다.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석유, 석탄 등) 사용으로 발생한다. 배출량은 2022년에도 전년에 비해 0.9% 증가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418ppm으로 최근 3백만년 이래 최곳값을 기록하고 있는데, 급격한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당분간 계속 상승하고 온난화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2. 한반도 현황과 전망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기온은 2도, 강수량은 10% 이상 증가하였으며,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으며, 폭염, 열대야, 호우는 증가하고, 서리, 결빙은 감소하였다. 동식물의 서식지와 농작물 재배한계는 북상하고 있으며, 해양생태계에도 온난화 영향으로 제주도뿐만 아니라 동해에서도 아열대성 어류가 나타나는 등 변화가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2100년에는 우리나라 기온이 현재(1995~2014년 기준)보다 2.4-7.0도 상승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45도가 넘는 폭염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하였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에 홍수와 가뭄 등 극한현상으로 인해 사회경제와 자연생태계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여 식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에 관한 분석은 자료 부족으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실정이나,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북한의 국가보고서와 논문에 의하면 지난 100년간 약 2.2도 상승하여 남한보다 온난화 속도가 빠르다. 극한현상 발생이나 계절 변화는 남한과 유사한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에도 기온과 강수량 변화는 남한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 피할 수 없는 미래

2021년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6차 평가보고서에서 2040년 이전에 지구온난화가 1.5도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감축한다면 추가적인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으나,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온난화는 4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해수면 고도는 2100년까지 최소 40c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백 년 이상 해수면 고도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해안도시나 저지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극한현상은 직접적인 재해 발생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특징을 가진다. 집중호우는 홍수, 산사태 등 재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회인프라, 교통과 유통, 농작물 가격, 전염병 등에 영향을 미친다. 가뭄은 폭염, 산불, 식량 생산, 물 부족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대기오염, 에너지 수요, 기아, 건강, 생태계, 지역 분쟁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온난화에 따라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극한현상의 증가는 피할 수 없으며, 물 부족, 식량 생산 감소, 재해 증가 등으로 사회경제 및 자연생태계에 온난화 영향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4. 기후변화 대응 방안

202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지구위험지수를 보면 향후 10년간 위험지수 1, 2위가 기후변화 완화(온실가스 감축) 실패와 기후변화 적응 실패라고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는 것도 역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 추세로는 향후 온난화를 2도 이하로 억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추가적인 노력이 없으면 온난화가 3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WMO, 2023). 미래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기온 상승폭이 달라지고, 극한현상의 발생 증가와 강화로 재해로 인한 피해와 식량 생산 감소로 기후난민 발생이 증가하여 기후위기는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온난화를 1.5도로 억제하기 위해서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여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당분간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극한현상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고 물과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기후변화 적응 정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재해 발생을 줄일 수 없다면, 예방이 가장 비용효과적이다. 이상기후예경보 시스템으로 재해를 예방하고, 미래 기후 전망에 근거하여 예상되는 폭염, 호우, 태풍의 강도 및 빈도 증가를 고려한 지역별, 부문별 기후변화 영향과 취약성을 분석함으로써 효율적인 적응 정책을 수립하여 사회안전대책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탄소흡수저장, 재해예방 등 기후기술 개발을 위하여 R&D 투자가 지속되어야 한다. 국제협력과 국가, 시민사회, 기업이 같이 노력해야 기후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 북한과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협력 사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가까운 미래 20년 동안은 온난화를 막을 수는 없으나, 지금부터라도 기후행동에 참여한다면 20년 이후 온난화의 강도를 변화시켜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려는 마음가짐과 후손에게 기후청구서를 떠넘기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