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과
따뜻한 창업동행

자유민주적
시장경험의 시금석

조봉현 박사 (IBK기업은행 선임연구위원,
민주평통 경제분과 위원장)

탈북민은 먼저 온
자유민주적 시장경험의 시금석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 통일 논의가 다시금 확산되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과 자유민주 통일은 시대적 과제이다. 통일 준비가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통일과 남북 간의 자유로운 시장경제 교류 준비 과정에서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 지원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탈북민 3만명 시대가 도래한지 오래됐다. 지난 1993년 이후 현재까지 탈북민 숫자는 3만 4,000명을 넘었다. 탈북민이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자립이다. 탈북민의 경제활동을 보면, 아직 열악하기 그지없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63.4%이지만, 고용 사정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다. 탈북민 창업자는 3,012명으로 추산되지만, 그것도 식당, 미장원, 영농 등 생계형 자영업이 대부분이다.

통일과 남북교류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탈북민이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체득하고 따뜻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주의경제체제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몸소 경험한 탈북민들의 경제관념 체득과 성공적 정착을 먼저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우리가 다시금 남북 간의 자유로운 시장경제교류와 민주통일을 논할 수 있을까.

탈북민 정착을 넘어
성공한 경제인으로 육성해야

먼저 남북한의 경제체제를 모두 경험한 탈북민의 단순한 사회 정착을 넘어 이젠 성공한 기업인(경제인)으로 육성하는 것이야 말로 남북 간의 자유로운 시장경제교류와 평화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핵심 과제이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역량 개발과 네트워킹 지원, 일자리 창출 등 탈북민을 성공한 경제 활동가로 육성하여, 대한민국 새로운 도약의 일원으로 만들고, 남북관계 개선 및 평화통일시대에 북한 지역 고향에서 경제(기업) 활동의 역군으로 활약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제조, IT, 서비스업, 농업 등 각 경제 분야에서 자유 스타트업을 통해서 탈북민의 경제적 자립과 지위 향상은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고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만난 탈북 청년이 생각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창업을 해서 돈을 벌고,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가서 투자하고 싶은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자유민주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열린 자세로 탈북민 자유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자유 스타트업은 자유민주주주의를 찾아서 온 탈북민이 비즈니스 경제활동(창업, 취업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 및 지위 향상과 성공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탈북민의 창업 실태와 어려움은

탈북민은 창업에 대한 의욕은 많지만, 실제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다소 지난 조사연구 결과(조봉현 외, 북한이탈주민 창업 활성화 방안 연구, 2015)지만, 탈북민의 상당수가 스타트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계획에 대해 ‘준비 중’이거나 ‘매우 있다’라고 응답한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상황을 봐서 나중에 창업하겠다는 비중도 약 30%에 달했다.

창업하고자 하는 사유로는 ‘수입 증대’가 3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그 다음으로 ‘가지고 있는 기술 활용’(35%), ‘훌륭한 기업인이 되고 싶어서’(11%), ‘자아실현’(10%) 등의 순이다. 탈북민이 가장 창업하고 싶어 하는 분야는 서비스업(39%)이며, 제조업 분야의 창업 희망 비중도 약 24%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탈북민이 창업 할 수 있는 국내 여건은 아직 열악한 실정이다. 탈북민은 창업 과정에서 많은 애로에 직면하게 되는데, 신용 및 담보 부족으로 창업자금 조달 곤란, 창업 아이템 선정과 실현 어려움, 일반인들과 소통 곤란, 마케팅 및 홍보 곤란 등 수많은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탈북민 실태조사에서도 창업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금조달’(27%)을 꼽았다.‘기술습득’(18%), ‘한국 실정 이해’(14%), ‘판로 확보’(12%), ‘탈북민에 대한 편견’(8%), ‘아이템 발굴’(8%) 등의 어려움도 큰 편이다. 과거나 현재나 탈북민의 스타트업 실태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탈북민 맞춤형
자유스타트업 지원책 마련해야

탈북민의 자유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정부 및 지원기관 등 관련 주체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탈북민의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창업교육부터 창업 준비 및 실행, 실패 시 재도전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보다 정교하게 마련돼 적극 실행돼야 한다.

우선, 창업에서 어떤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탈북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게 관건이다. 정책적으로 탈북민의 지식이나 능력에 맞는 창업 아이템을 발굴해 연계시켜 줘야 한다. 생계를 위한 창업이 아닌 훌륭한 기업가를 꿈 꿀 수 있는 제조업과 기술, 지식서비스업 분야에서 보다 다양한 창업 아이템이 발굴돼야 한다.

또한, 창업은 철저한 준비가 필수이며, 그에 맞는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준비 없이 창업하게 되면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장경제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민들에게는 창업 이전에 세밀한 교육이 필요하다. 탈북민의 시장경제 이해, 창업에 필요한 기초지식 습득, 기업가정신 제고 등을 위한 탈북민 창업교육 및 컨설팅 프로그램을 가동해 탈북민의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창업 실패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한편, 창업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탈북민이 창업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자금조달이다. 탈북민이 창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탈북민 맞춤형 금융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좋은 아이템이 있는 탈북민 창업가에게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은행과 매칭방식의 탈북민 창업 정책자금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탈북민 창업 정책자금은 신용대출, 금리 등 우대 혜택이 주어져야 하며,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의 ‘탈북민 창업지원보증’도 뒷받침 돼야 한다.

아울러, 탈북민 창업시 공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탈북민 창업 전용 인큐베이팅 사업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아이디어 단계부터 편안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탈북민 관련 단체‧협회 등에 창업상담소를 설치해 자체 운영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마지막으로, 탈북민 창업 이후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 구축도 필요하다. 탈북 창업기업의 성장사다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창업 이후 지속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탈북기업의 제품을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해 줌으로써 제품 홍보와 매출 증대로 자립성을 확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탈북 청년이나 여성들이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길도 활짝 열어 줘야한다.

탈북민의 성공적인 창업 사례를 계속 만들어 나가면 자유통일 기업 생태계가 형성돼 궁극적으로 통일 경제의 꽃이 피지 않을까. 탈북민의 창업을 통해서 성공한 통일 기업가들이 많이 탄생하면 북한에도 자유 스타트업 바람이 거세게 불어 개혁 개방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