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우영
최근 통일부는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북한의 실상을 공개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라는 책입니다.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많은 정부 인사들이 이를 토대로 북한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데요. 웹진 '이음'에서 가만 있을 수 없죠?^^ 이 보고서의 집필진 중 한 분인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님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최근 통일부(북한대학원대학교, 글리벌리서치)는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이하 실태보고서)를 발간하였다. 통일부는 북한 관련 연구기관 및 대학의 관련 전문가들과 리서치기관이 참여하여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탈북민 6,351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매년 진행하여왔다. 원칙적으로 당해년도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전수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고, 필요한 경우 사회 진출 이탈주민에 대한 조사도 실시하였는데, 본 보고서는 이 조사에 대한 종합적인 결과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10년 동안 이루어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는 1000여개가 넘는 문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북한경제·사회적 실태 변화와 주민의식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북한 경제실태와 변화에는 △경제전반 운영실태 △국영경제 실태 △사경제 확대 △소규모 국유자산의 사유화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 사회실태와 변화에는 △의식주 △전력 및 상하수도 △보건의료 서비스 △교육과 탁아 △정보통신 △교통시설 및 운송체계 △여성현실과 생활 △통제 및 규율통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주민의식에는 △정치분야(최고지도자와 세습에 대한 평가) △경제분야(시장과 계획경제에 대한 인식) △사회분야(개인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 정보기기의 필요성과 외부 정보에 대한 관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실태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 경제와 사회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주목할 것은 배급제의 붕괴와 시장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탈북연도를 기준으로 2000년 이전 식량 배급경험이 없다는 비율이 62.2%에서 2016~2020년에는 72.2%로 증가하였으며, 같은 기준연도 기준으로 직장에서 식량배급과 노임지급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33.5%에서 50.3%로 증가하였다. 식량의 구매경로는 종합시장이 70.5%라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공식적으로 국가의 소유인 주택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도·매매 경험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북한이 여전히 유일지배체제와 사회주의 이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상영역에서는 시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시장화는 불가피하게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는데 이와 관련되어 최근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93.1%가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추세는 자연적으로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의 51.2%가 권력승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2016~2020년 탈북한 주민들만 대상으로 한다면 부정 인식이 56.3%로 늘고 있다. 시장화와 진전과 더불어 주목하여야 할 것은 폐쇄체제의 변화이다. 2012년 이후 탈북한 조사대상자에게 시장에서 거래되는 1순위 화폐를 묻는 질문에 57.9%가 중국 위안화라고 하고 있다. 또한 외부정보와 문화에 엄격한 통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2016~2020년 탈북자들의 경우 남한 등 외부 영상물 시청 비율이 83.3%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보이지만 경제사회적 차원에서는 북한 체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대내외적인 통제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대한 개방정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북한주민들의 인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태보고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는 실태조사 사업 초기 문항 작성에서부터 조사 실시 및 결과분석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왔다. 통일부가 북한의 경제사회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한 것은 북한에 대한 정보수집과 축적을 바탕으로 북한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이 바람직한 대북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탈주민이 북한 실상을 전하는데 적정한 샘플인가에 대해서는 통계학적인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이 경험한 실상이 차별적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누적하여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조사 설계부터 광범위한 문항을 구성한 것도 자료가 축적되면 분야별 실태를 파악할 수 있고, 추세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동안 관련 자료의 공개를 유보한 것도 그리고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도 5년 단위로 나누어 분석한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최근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숫자가 천명 단위에서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최근 10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실태조사의 환경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그동안 조사과정에서도 북한이탈주민의 전체 숫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입국시점이 아니라 탈북시점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상자의 숫자는 항상 고민이었다.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태조사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실태조사도 해를 거듭하면서 조사방법이 정교화되면서 방법론적 개선이 이루어져왔고, 코로나19 종식 이후 북한의 국경 통제도 완화될 여지가 커지면서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의 숫자도 복원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보의 축적은 필요하며 그 자체가 북한 변화의 추세를 이야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아울러 북한을 방문하는 외부인에 대한 조사나 최근 북한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각종 SNS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실태 조사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