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미래
친환경개발을 위한

수력발전소 견학기

조사연구부 부장 김준현

화창한 봄날 강원도 춘천의 수력발전 시설을 탐방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서울은 이미 벚꽃이 떨어졌지만 춘천의 산악은 아직도 꽃나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춘천댐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 한강수력본부이다.

사실 한수원의 주력사업은 원자력발전소를 통한 전력생산이다. 그래서 한수원의 또 다른 전력생산시설인 수력발전의 비중은 매우 적다. 이러한 한수원의 발전시설은 석탄화력발전과 달리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원자력은 방사능 안전성과 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만 수력발전은 이러한 위험이 없는 산업이다. 그래서 친환경 청정사업으로 분류된다. 미래 친환경 탐방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강수력본부는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 등 한강수계의 댐을 관리하고 있다. 이와 달리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할한다.

한강수력본부의 주요 사업은 수력발전과 함께 홍수예방관리도 있다. 최북단의 화천댐 상류에 북한이 새로 건설한 임남댐이 있다. 메콩강이나 나일강의 사례에서 보듯 상류의 국가가 하류의 국가와 합의 없이 댐을 건설하여 수자원을 독식하면 국가분쟁까지 일어나는데, 북한은 한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동해로 터널을 뚫어 수력발전에 이용하고 있다. 가뭄이 심할 때는 북한이 물을 내려보내지 않아 남한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집중호우가 내리면 남한에 사전통보 없이 수문을 열고 방류하여 남측에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한강수력본부 이범석 부장은 한강 상류의 강수량을 파악하여 북한의 방류를 대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력발전의 현장을 보기 위해 청평댐에 도착했다. 청평댐은 1944년 일본이 건설한지라 발전시설이 노후되어 최근 현대화 사업을 완료했다고 한다. 31m 높이에 제방길이만 400m가 넘는 웅장한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청평호의 아름다운 절경과 가두리양식까지 하는 걸 보니 수력발전이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 전기생산만 볼 게 아니라 사회적 무형의 가치를 더 인정하고 개발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청평양수발전소를 방문했다. 양수발전이란 산 정상에 저수지를 만들고 지하에 발전기를 설치하여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의 잉여전력을 활용하여 하부의 물을 퍼올려 상부댐에 저장했다가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낮 시간때 물을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대규모 배터리를 설치하여 저장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출처 :홍천양수알리미 블로그

터널 입구에서 차량으로 깊숙이 지하로 내려가 발전시설에 도착했다. 외부의 높은 기온과 달리 터널 내부라 매우 시원했다. 이곳에 2개의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 주변에 보면 장난감 모터에서부터 세탁기, 자동차나 비행기 엔진 같이 크고 작은 터빈들이 있지만 이렇게 큰 발전기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설비용량이 400MW(200MWx2기)라니 핸드폰이나 전기차 충전만 생각하다 실로 엄청난 전력이라 비교가 되었다.

맨 아래 지하시설을 본 다음 이번에는 가장 위에 있는 상부저수지를 탐방했다. 호명산 정상에 있어 일명 호명호수로 불리우는데, 해발 538m 정상에 오르자 흡사 천지를 연상케 하는 드넓은 장관이 펼쳐져 백두산에 온 기분이 들었다. 다만, 양수발전소에서 퍼 올린 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인공호수인데다 오후에 방문해서인지 수위는 낮았다. 이 물은 수차를 활용해 밤낮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우리에게 전기를 제공해 주는 귀한 자원이기에 더욱 소중히 생각되었다. 이곳 상·하부 저수지에는 물고기도 산다고 한다고 한다. 400m 높이의 정상까지 물을 퍼 올리면 물고기도 빨려 올라와 산다는데 나름 인간과의 친환경적 공존이 아닐까 싶다. 호명호수는 경춘선 청평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산 정상까지 등반할 수 있기 때문에 백두산을 못 가본 사람들은 나름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한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NK뉴스의 보도(2022.8.5.)에 따르면 북한은 수력 및 양수발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서 언급한 남북 그린데탕트의 실현을 위해서도 북한에 소형 양수발전소 건설은 꼭 필요하다. 대북제재로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 설비 반입이 어려운 현실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고려하면 유일한 대안은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생산인데, 태양광은 밤에는 전력 생산이 불가능하고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전력생산이 어려워 전력을 담보할 수 없다. 이 때 외부환경에 관계없이 스스로 신속하게 전력을 생산하고 또 저장할 수 있어 비상 시 바로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양수발전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양수발전은 정지 상태에서 최대 출력에 도달하는 시간이 불과 3분에 불과하다고 하니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한반도 전체적으로 볼 때 산이 많고 전력이 부족한 북한지역에 양수발전소는 가장 적합한 미래지향적 개발계획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