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을 가로지르는
강물(공유하천)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나?

한국수력원자력(주) 차장 박성진

 '안보'란 안전보장의 줄임말로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일’을 의미한다. 전통적 의미로서의 안보는 군사적인 영역에서의 안보를 말한다. 다른 나라가 자국의 영토를 침범할 경우에 대비해 국방력을 키우고 상대국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대비를 하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비전통적 안보 또는 포괄적 안보도 중시되고 있는데, 포괄적 안보란 경제, 식량, 환경, 기후, 에너지 등의 요소에 의한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다. 수자원의 확보는 식량, 환경, 에너지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모든 국가에서 수자원의 확보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2개국 이상의 국가들 사이에서 국제적인 경계를 이루거나 이들 국가의 영토를 연속적으로 흐르는 하천을 공유하천 또는 국제하천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는 이러한 공유하천이 많이 있으며, 공유하천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자국의 수자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중동의 요르단강은 이스라엘, 요르단,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 여러 나라를 지나 흐르는데 이들 인접국들이 식수, 농업용수로 쓰일 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갈등이 발생해 왔다. 아프리카의 나일강에서도, 아시아의 갠지스강과 메콩강에도 수자원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공유하천에 관한 협력사례도 있다. 유럽 라인강의 경우에는 주변국가들 간에 용수사용, 수질보호 등에 대한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불가리아와 튀르키예, 체코와 오스트리아는 공유하천의 공동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운영하여 홍수에 의한 피해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림1. 북한강 수계 댐 위치도

 우리나라도 이러한 공유하천을 가지고 있다. 남한과 북한은 임진강과 북한강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중 한강의 제1지류인 북한강은 DMZ 이북에 위치하고 있는 강원도 통천군 단발령에서 발원하여 양구서천, 화천천, 소양강, 가평천, 홍천강, 조종천 등의 많은 대소 지천들과 합류하여 유역을 형성하면서 남서쪽으로 흐르다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부근에서 남한강과 합류하여 팔당호로 유입되어 수도권에 양질의 수자원을 공급하고 있다. D.M.Z 이북에 위치하고 있는 임남댐(금강산댐)은 2000년 초반에 건설되었으며, 서울(한강인도교)에서 상류로 약 230km 떨어져 위치하고 평화의댐으로부터는 약 36km 상류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북한강 발원지로부터 광탄천, 사두포천 및 개동연천과 합류하여 흐르다가 금강산과 대정리에서 합류하여 임남댐 저수지로 유입된다. 북한강 수계에 대한 유역도는 그림2와 같다. 

그림2. 북한강 수계 유역도

 북한강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남한이 수자원 활용에 있어 불리한 입장에 있다. 북한은 임진강의 내평댐과 북한강의 임남댐 물을 도수터널을 통하여 동해로 유역 변경하여 안변청년발전소에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의 화천댐으로 유입되는 물이 약 40% 감소하였고, 화천댐 하류의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물도 함께 감소되었다. 이로 인하여 활용가능한 생공용수, 농업용수, 발전용수가 감소하고, 전체적인 수량감소로 수질 및 수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임남댐 건설 전과 비교하여 경제적, 환경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화천댐 등 5개 댐 발전소의 발전량은 15% 가량 감소되었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약 300억원에 해당한다. 2014~15년에는 우리나라에 가뭄이 있었는데 가뭄이 조금만 길어졌다면 수도권의 물 공급에 제동이 걸릴뻔한 아찔한 사례도 있었다. 2005년 춘천호에서는 수량감소로 인하여 남조류 및 방선균이 대량발생하여, 용산정수장에서 용수공급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화천댐으로 저수되는 파로호는 임남댐 건설로 수량감소와 함께 물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해 어류의 상류이동이 제한되고 수중생태계 약화, 어류 생태계가 교란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주변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주었다.

 전체적인 수량의 감소도 문제이지만 홍수기에 예측할 수 없는 물이 갑자기 방류되는 것도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강우량이 집중되어 홍수가 발생한다. 홍수 방지를 위해서는 댐으로 들어오는 물과 내보내는 물을 예측하여 수문의 방류량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북한에서는 임남댐의 방류시에 남한에 통보를 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홍수 대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분이다.

그림3. 임진강 수계 지도

 남한과 북한의 공동관리 협력을 통해 양측에 이익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임남댐의 방류량과 방류시기를 조율할 수 있다면 생공용수, 농업용수, 발전용수, 환경개선용수의 증가로 우리나라는 년간 약 1,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 강수량 증대, 강우 강도 증가,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과학적 증거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재해피해가 다양화, 대형화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동아시아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공유하천의 물 안보 체계 구축과 경제적인 수자원의 활용을 위하여 공유하천 공동관리를 위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한은 부족하고,
북한은 풍요롭다는데...
남북 수자원에 관한 진실

한국수자원공사 사업기획부장 도기봉

 지구상의 물은 수증기나 물, 얼음과 같이 기체에서 고체로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하늘과 땅속, 하천과 바다를 오고 간다. 이 물을 모두 합치면 약 1,400조 톤으로 지구 전체를 2.7k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인간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고작 0.01%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바닷물이거나, 빙설이거나, 수증기나, 땅속 깊은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용 가능한 물, 이것을 우리는 '수자원(水資源)'이라고 부른다. 수자원은 일상생활과 공업, 농업, 수력발전, 그리고 환경 유지 등 여러 곳에서 이용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년·인)

순위국가명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년·인)

1

아이슬란드

578,818

58

미국

10,169

92

북한

3,366

93

일본

3,362

117

중국

2,128

129

한국

1,453

153

쿠웨이트

7

* 출처: 「제1차 국가물관리 기본계획」(2021)

우리나라는 수자원량이 풍부할까?

 한국의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은 1년에 1,453톤으로 세계 129위이다. 북한은 3,366톤으로 92위다. 북한의 인구가 한국의 절반가량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은 '물 부족국가', 북한은 '물 풍요국가'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이 1,700톤이 이상이면 '물 풍요국가'로, 아래이면 '물 부족국가'로 분류한다.

 거기에 한반도는 여름철에 비가 내리고, 산악지형이 많아 빗물이 빨리 바다로 흘러가는 등 안정적인 물 이용이 열악한 실정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역시 안정적인 물 이용에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반도의 경우, 최근 30년간 기온이 20세기 초 대비 1.6℃ 상승하고, 여름철 강수량은 135.4㎜ 증가하였다. 반면에 여름철이 아닌 계절에는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전 지역에서 가뭄에 취약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물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풍족하게 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물관리와 수자원 정책이 이미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자원종합개발 10개년 계획(1965년), 4대강 유역종합개발계획(1971년), 맑은물공급 종합대책(1989년),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자원 개발을 추진하였다. 2020년에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나누어서 하던 물관리를 환경부에서 일괄적으로 추진하며 물관리의 일원화가 완성되었다. 한국은 가장 큰 소양강댐 등 17,338개의 크고 작은 댐과 저수지에 빗물을 저장하여, 안정적인 물 사용을 가능케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향후 물 부족을 대비하여 더 많은 대체수자원을 찾아내고 있다. 포항의 하수 재이용, 서산의 해수 담수화, 서울의 빗물 이용, 양양의 해양심층수 개발, 속초의 지하수댐(땅속의 댐) 등이 그 사례이다.

<가뭄 취약지도> * 출처: 국가가뭄정보포털

<북한의 물 이용량(2008년 기준)>

북한의 수자원은 어떨까?

 앞서 설명했듯이, 북한은 남한과 달리 물 풍요국가에 속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주민들이 먹는 물조차 없어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다. 북한이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편향된 수자원 정책 때문이다.

 물은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말고 생활, 공업, 농업 등 모든 분야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분배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수자원 정책은 농업과 수력발전에 치우쳐있다. 특히 서해안과 동해안의 일부 지역에서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북한은 해방 후부터 지속해서 관개수로를 건설하고 있다. 최근 2022년에는 동해안 금야군에 40㎞ 관개수로를, 2023년에는 두 개의 대규모 관개수로인 청천강-평남 관개수로(평안남도)와 황주긴등물길(황해북도)를 완공했다. 올해에도 북한은 끊임없이 관개수로를 보수하고 양수기 등 필요한 설비를 추가하고 있다. 북한이 수력발전과 농업용수를 위해 임진강의 물을 예성강으로 돌려, 남한 측 임진강 수량이 수십 년째 감소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년 6억~9억 명이, 2050년에는 약 24억 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물 부족국가인 남한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물 부족을 겪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편향된 수자원 정책으로 원천적으로 풍부한 물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인 남한의 수자원 관리 노하우를 북한에 전수해 물 부족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끊어진 임진강 물은 다시 남으로 흐르게 하여, 한반도 전체가 물 걱정 없게 되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