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련 대표 의원에게 듣는

남북관계 해법

제22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구성이 확정되었습니다. 우리 웹진 독자들도 이번 국회에 기대하고 바라는 점이 많을 텐데요. 독자들을 대신해 '이음' 편집부(정리: 이예림 대리, 사진: 양효원 차장)에서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을 만나 남북관계에 대한 고견을 물어보았습니다. 대담은 정낙근 회장이 직접 진행했습니다.

인요한 의원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서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 상황이라도 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윤석열 정부 또한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인도지원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인요한 의원과 정낙근 회장의 일문일답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인사가 늦었지만 저희 웹진 독자들을 대신해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그간 남북교류의 현장에서 여러 활동을 해 오셨기에 저희 독자들도 의원님께 많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먼저 의원님이 해오신 남북교류와 관련한 그동안의 활동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을 한두 가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2000년대 초에 검진차 4대, 총 20억 원에 달하는 지원 물품을 가지고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원산, 함흥, 청진, 혜산 등지에 의료 지원 차량과 약품을 전달했는데, 물품을 분배하고 보니 북한 주민을 돕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이 때 북한을 돕는 일이 얼마나 큰 도전인지 실감하게 되었고, 제가 교만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함경도 바닷가에서 모래 한 줌을 들고 "우리가 도와준 것이 겨우 이것밖에 안 된다"며 북쪽 안내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안내원은 오히려 저에게 "존(John) 선생, 그렇게 낙심하지 마십시오, 우리 조선 사람은 한 명을 도와줘도 고맙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해주어 되려 위로를 받았습니다. 또 한 번은 원산에 함께 간 한 후원자 분이 "여러분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지만 도우러 왔습니다. 우리 또한 어려움에 처하면 여러분들이 달려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전하는데 북한 사람들을 보니 눈물바다가 되어 있었어요. 우리의 지원이 단순히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였죠. 그게 참 저나 그들에게 깊이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저에게 아주 감동적인 순간들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은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접경지역을 차단하며 '민족' · '통일'이란 단어조차 노골적으로 지우기까지,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이러한 북한의 행태와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저렇게 적대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의 제안에도 반응하지 않는 북한에 접근하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과거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뉴욕에 있는 NGO들이 북한과의 접촉을 거의 중단했고, 이후 약 200개 남아 있던 NGO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적인 지원과 소통이 어렵다면 국제사회 특히 독일 등 유럽의 NGO들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특히, 이번에 북한이 큰 수해를 겪으면서 비축된 식량이 상당 부분 손실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계기로 작은 일부터 신뢰를 쌓는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설비나 기술은 제한적이지만, 의료(Pharmaceutical), 농업(Farming), 식량(Food) 지원은 가능합니다. 지금은 작은 도움부터 먼저 신뢰를 쌓고, 궁극적으로는 더 큰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합니다.

지난 약 30년 동안 남북교류협력은 부침을 겪어왔습니다. 의원님께서는 그간의 남북교류협력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남북교류협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려 온 게 사실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여야의 공통된 합의(consensus)가 필요합니다. 제가 과거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식량이나 약품과 같은 지속 가능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SOC같은 인프라 지원에 대한 합의와 지원도 필요합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국도 포장을 들 수 있습니다. 에이스침대의 사리원 국도포장사업이 제가 볼 땐 성공적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고기를 쥐어주는 방식이 아닌, 낚싯대를 주는 방식의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북한과 많은 교류협력사업을 진행했지만 일회성·이벤트성 지원에 그친 것이 많았고 이제는 이런 게 별 효과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당시에는 상당히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었지만, 앞으로는 과거 방식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북한의 관광사업을 활성화시켜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의원님의 그동안의 교류협력 경험을 되새겨 볼 때, 앞으로 남북 간 교류협력은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하는 게 좋을지,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은 에너지와 인력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필요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농업·건설업 등 여러 분야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력을 활용하면 이러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의 공통점은 에너지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시베리아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를 직접 조달할 수 있다면, 남북한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에너지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을 줄여야 대한민국이 더 번영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남북한은 미래의 운명을 함께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embrace(포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북한과의 관계에 engage(관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꾸 만나고 설득해서 같이 가야 하는 거죠.

의원님께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처음 활동하시게 되어 뜻하신 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의원님의 포부와 계획 그리고 저희 웹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남북교류가 약화되고 힘들지만 반드시 봄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최근 북한에 물난리가 크게 났는데 이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과거 1995년에서 97년 사이에 수해와 가뭄이 연속으로 있었는데 이게 북한이 외부세계에 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현재는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도 지속적으로 의사를 타진하고 신뢰감을 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여당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현재 여당이 남북교류협력이나 인도지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여야를 통틀어 북한을 저만큼 많이 방문한 국회의원은 없다고 봅니다. 북한 출신 의원도 현재 야당에는 없구요. 여당 안에서 저와 같은 분들이 나와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소통하면서, 더 나아가 남북의 통로가 되고 싶은 게 저의 희망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웹진 독자 분들도 많이 성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바쁘신 가운데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의원님의 발걸음을 늘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의원님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저희 웹진 독자들의 의견도 받을 예정인데, 독자들과도 꾸준한 소통 부탁드립니다.

※ 인요한 의원 소개

- 제22대 국회의원(국민의힘 최고위원)

- 영문명 : John Alderman Linton (존 올더먼 린튼)

- 출생 : 1959년 12월 8일(전라북도 전주시 예수병원)

아버지 휴 린튼과 어머니 로이스 린튼 사이에서 5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남. 미국 국적이었으나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하여 복수국적자가 됨. 진외증조부는 1895년 한국에 선교사로 온 유진벨, 친할아버지는 윌리엄 린튼(1912년 한국에 와서 교육 및 의료봉사 등 다수 활동, 3.1독립운동 참여), 아버지는 휴 린튼이며 한국에서 선교활동 및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등에 참전한 바 있음. 둘째 형 스티브 린튼은 대북인도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을 운영하는 등 가족 모두 한국에 많은 공헌을 함.

- 연세대학교 의학박사,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주임교수

- 2012년 대통령후보 국민대통합위원장 및 당선 이후 대통령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

- 2015년 한국보건의료재단 4대 총재 역임

- 2023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역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