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10.~11., 강원도 고성

2024 청년통일공감
아카데미 현장스케치

현예진
웹진 '이음' 일일기자

안녕하세요, 청년통일공감아카데미 현장견학에서 일일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된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1학년 현예진입니다. 남북통일에 대한 관심이 미미해진 요즘, 여전히 한반도의 미래에 희망찬 관심을 가진 대학생들이 모여 ‘강원특별자치도 고성’으로 현장견학을 다녀왔습니다. 북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고성 일대를 돌며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을 엿보았습니다. 무더웠던 올해 여름이 통일을 향한 청년들의 관심으로 더욱 뜨겁게 달궈졌던 그 현장을 소개합니다!

고성 통일전망대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통일전망대입니다. 고성 통일전망대는 파주에 위치한 통일전망대와 달리 민간인 출입 통제선 내부에 있어 출입신고서를 제시하는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우리의 코앞에 북한이 있다는 것이 체감되어 무언의 긴장감과 설렘으로 통일전망대를 관람했습니다.

일반 아파트 약 10층 정도의 높이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풍경은 무척 익숙하면서도 낯설었습니다. 1만 2천봉의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과 그 바로 아래를 살펴보면 전래동화 <선녀와 나뭇꾼>의 배경이 된 호수! '감호'도 볼 수 있었고 대한민국령이지만 군사분계선 바로 옆에 위치해 대한민국 군인도 들어갈 수 없는 외로운 섬, ‘송도’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과 다를 것 없는 산과 해안, 하늘과 바다였지만 북한의 공간이라는 점이 저희에게 절묘한 기류를 선사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육지와 바다를 가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대자연의 웅장함보다 무겁다는 현실에 안타까움도 느꼈습니다.

DMZ 박물관

다음으로, 통일전망대 근처에 위치한 DMZ 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DMZ, 즉 비무장지대는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DMZ ‘박물관’은 유일하게 대한민국 고성에만 존재하는데요, 6.25 전쟁의 슬픔과 비무장지대가 형성된 과정, 그 이후의 모습까지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수많은 소장전시물을 통해 볼 수 있어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비해 눈이 즐거웠던 관람이었습니다. 특히 참혹했던 전쟁의 순간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휴양을 꿈꾸며 전사하신 군인들의 유물은 우리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습니다.

DMZ 박물관답게 6.25전쟁뿐만 아니라 DMZ도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DMZ는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없어 '생명의 땅'이라며 주목받고 있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수달부터 재두루미, 산양,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던 독수리까지 실제 크기의 조형물이 무척이나 많아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막연히 DMZ는 자연이 보호되는 곳이라는 말만 들었을 때 체감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거대한 신비로움에 휩싸였던 기억이 남습니다. 이외에도 꽤 오랜 역사를 지닌 삐라를 시대별 양상에 따라 특징적으로 나타낸 것, 6.25전쟁 이후 이루어진 남북철도 연결구간 시험운행, 개성공단 입주업체 생산품 등 남북한이 협력한 모습도 자세하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AI포스터

통일전망대와 DMZ 박물관 관람을 모두 마치고, 저희 모두가 고대하던 원주 한라대학교 정대진 교수님의 강연, [접경지역과 남북 관계]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비무장지대에 관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었던 저희에게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군사분계선을 기준 삼아 총 4km 길이의 완충지대가 초소를 만드는 등의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500m 안으로 폭이 좁혀진 곳이 있다는 사실까지 저희가 알고 있던 DMZ의 사실과 다른 부분도 알 수 있었습니다.

DMZ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더불어 비교적 무거운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남북 관계를 크게 '대화 없는 대결의 시대'와 '대화하는 대결의 시대'로 구분해 보았고, 이를 구분할 수 있었던 계기로 1970년대의 정책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1974년도 6월에 이루어진 ‘6.23 평화통일 외교정책 선언’을 통해 남북 관계의 규범적, 개념적 패러다임을 확립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의 실천적 패러다임이 구축될 수 있었다니 참 놀라웠습니다.

 나아가 정대진 교수님은 후천적 분단 세대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 지금, '통일'에 대한 개인적 담론이 위축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통일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할 때'에 위치해있다고 하였는데요, 2020~30년대의 패러다임은 개인적 차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흥미로웠던 강의가 끝난 뒤, 생성형 AI로 통일미래 포스터를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희 모두 AI가 그린 그림을 직접 제작해 본 경험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생성형 AI 프로그램에 미래지향적인 통일이 드러남과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 담론이 나타날 수 있도록 적절한 워딩을 선택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DMZ가 비무장지대가 아닌 'Dreamful Miraculous Zing'이란 뜻으로 바뀌어 남북의 소녀가 거기서 만난다던지, '통일'은 도자기를 빚는 것과 같다는 포스터까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김일성, 이승만 별장

1박 2일간의 현장 견학 마지막 코스! 고성 화진포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 이승만 별장까지 다녀왔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역시나 김일성 별장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드문 유럽식 건축물이었는데요, 바깥을 바라보는 풍경도 에메랄드빛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이 유럽 못지않은 절경이었습니다.

이렇게 강원특별자치도 고성으로 1박 2일간의 청년통일공감아카데미 현장견학을 다녀왔습니다. '분단의 아픔'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통일에 관한 소통의 장이 협소해진 지금, 다시 한번 분단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평화통일이라는 미래의 지향점을 사고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최북단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몸소 느껴본 분단의 현실이 아주 뜨겁게 기억날 것 같습니다.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할 청년들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분단과 통일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기회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