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의 날’제정 기념
‘코스믹 앙상블: 공존과 조화’전시
(남북통합문화센터) 소개
2024년 7월 14일,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지정되었습니다. 이 날은 북한이탈주민의 권익향상과 남북 주민 간 통합문화를 형성해 통일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날로 기념한다는데요. 웹진 '이음'에서는 특별히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전시 중인 '코스믹 앙상블: 공존과 조화'를 관람하고 탈북작가 다결을 만나보았습니다.
사업협력부 김민지 대리
어느 때보다 강렬한 태양의 열정이 가득했던 7월의 한 날, 서울 강서구 마곡동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북한이탈주민 작가 다결(강지현)의 <코스믹 앙상블 : 공존과 조화> 특별전시를 다녀왔습니다. 센터는 더위에 지친 손님들을 어서 오라는 듯,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휴게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었습니다. 특별전시는 5층 기획전시관에 영상체험실, 평화통일도서관과 함께 위치해 있어 전시물들을 조용히 몰입해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전시는 '공존과 조화'를 주제로 총 19점(그래픽 아트 9점, 유화 6점, 혼합재료 및 오브제 4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가지를 주제로 여러 색상과 혼합재료로 만든 작품을 지나, 탈북민의 사연을 그래픽으로 담아낸 아트, 실제 북한군이 입던 군복을 그대로 예술화한 작품 등 평소 볼 수 없었던 창작물들을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그래픽 아트 한 점마다 북한이탈주민 한명 한명의 인생이 담겨 있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다결 작가는 더운 날씨를 잊게 하는 유쾌함을 지니고 있어, 장시간의 만남도 순식간에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작가로부터 직접 듣는 작품 해설은 확실히 혼자 눈으로 보는 것보다 피부로 와닿았고, 이후 인터뷰에선 전시작품뿐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활동, 그리고 남북교류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이야기들도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다결 작가는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크고 뚜렷한 비전과 방향을 가지고 이를 실현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동시에 한국의 또래 MZ세대처럼 밝고 순진함으로 삶의 현재를 기꺼이 즐기고 있는 멋진 여성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기관이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인 만큼, 북한 출신의 작가가 공존과 조화를 내세우며 북한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번 전시 ‘코스믹 앙상블: 공존과 조화’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희 멋대로 남북 간에 공존과 조화를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연관이 있나요?
네, 맞아요. 보시기에 따라 그렇게 해석하셔도 좋구요. 일단 저는 코스믹 앙상블은 '우주를 이루는 서로 다른 요소들의 공존과 조화'라는 주제로 좀 더 크게 바라봤어요. 그 안에 말씀하신 남북한도 포함되어 있겠죠. 우리 사회는 남과 북, 동과 서, 남녀 그리고 세대 간 차이 등 여러 갈등이 심하잖아요. 우주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하나의 작은 객체라는 생각이 들어 조화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전시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홀히 지나칠 수 없었는데요. 이중 몇 개만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래픽 아트 9점은 모두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아무래도 저의 이야기를 소개해주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네요. 이것은 제가 15살 때 가족들과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난생 처음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외국인을 보았고, 거지도 아닌데 왜 찢어진 옷을 입었을까 막연히 생각하다가 패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선 그런 개념조차도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 뒤 잡지나 TV를 봐도 옷만 보이고 결국에는 탈북을 하는데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전시에 가장 애정을 쏟은 작품은 '에그플랜트(가지)'를 표현한 작품 4점인데요. 가지의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을 섞었을 때 나오는 거라 중립적이고 조화로운 색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인 가지에, 의류 재료인 비즈를 올렸을 때 이질적인 듯 하지만 조화롭고 독특해져서 '코스믹 앙상블: 공존과 조화'라는 기획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7월 14일이 첫 ‘북한이탈주민의 날’이었는데, 이 날 뭐하셨는지... 북한이탈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회는 어떠셨나요?
저도 파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초대받긴 했지만 거리가 멀어서 사양했는데,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가까운 DDP에 지인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저희 탈북민들이 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서는 소수다 보니까 어려운 점들이 많은데 전 국민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어 참 좋았던 것 같구요. 일 년 중 하루만 있는 일회성 행사,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현장에 탈북민 생산품 등 소개하는 부스들이 많았는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탈북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북한주민 출신으로서, 남북 간에 공존과 조화, 교류와 협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시는지,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탈북을 했던 계기 중 하나가 한국 드라마를 접한 적이 있거든요. 그만큼 소프트 파워의 힘을 믿어요. 누군가 내게 강요하듯 한국이 좋다고 한 게 아니라 서서히 생각이 바뀌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총칼보다 무서운 것이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도 있겠지만 저 같은 사람이 하는 얘기, 여기서 하는 활동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간에 명목 상 교류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고 그런 통로가 생겼으면 합니다.
작가로서 활동도 하시만 ‘아이스토리’라는 패션회사도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작품과 연계해서 우리가 입는 옷에 스토리를 입혀 세상에 없는 특별한 패션을 담는다는 게 정말 새로웠는데요. 이 번 웹진 참여마당 사은품으로 작가님의 패션의류를 독자들에게 선물할까 합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패션의류 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는데요. 일을 하며 많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보았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고향 얘기를 하면 차별적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처음에는 밝히기 싫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내가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은 변하지 않기에 내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나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전달 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자 해서 '아이스토리'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스토리'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탈북민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재능이 이 사회에 펼쳐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저희 홈페이지(https://istory.ooo)에 방문하시면 각 스토리들을 모두 보실 수 있어요. 많이 관심 가져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