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찾은
남북관계의 실마리...

- 2024년 8월 몽골 출장기 -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8월말 몽골 울란바타르로 출장을 다녀왔다. 몽골은 1948년 북한과 수교관계를 맺었으며, 몽골에서는 북한이 두 번째 수교국일 만큼 사회주의 연대를 기반으로 한 우호관계를 유지하여 오고 있다. 몽골을 통한 탈북루트가 영화화 될 정도로 북한과 몽골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몽골의 탈북루트는 사막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험난하기로 유명하지만 몽골 당국에 붙잡혀 강제북송 되었다는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단면이 사회주의 연대에 기반 하지만 몽골이 중국, 러시아와 다른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몽골의 對한반도 정책, 몽·북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몽골이 가지고 있는 한반도 통일·평화에 대한 입장은 어떠하고, 앞으로 어떠한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기회를 몽골 방문을 통해 가져봤다.

사업협력부 김희준 차장

주몽골북한대사관 전경

#왜 몽골인가?

몽골은 중국보다 먼저 북한과 수교를 맺은 국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 몽골과 북한은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여 오고 있는 나라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와 같이 경제·군사 분야 교류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국가이다. 미·중 갈등 심화, 러·북 관계 밀착 등 신냉전 구도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에 있는 몽골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과 방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향후 다자협력 등의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지는 않을지, 조용히 북한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몽골에 주목한 이유이다.

몽골과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닮은 구석이 많다. 우리와 비슷한 생김새,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그에 따른 균형외교 추구, 그리고 내몽골과 외몽골로 구분할 수 있는 분단 경험 등이 그것이다. 또한 몽골은 남한과 북한의 대사관이 모두 설치되어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이고, 한반도 비핵·평화·통일에 일관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몽골은 1990년대 사회주의·계획경제 국가에서 민주주의·자본주의 국가로 체제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던 것이 몽골과 북한의 연결고리다. 몽골의 체제전환을 말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문구가 '창문 하나 깨지지 않고 이룩한 무혈 체제전환' 이라는 말이다. 몽골의 민주화 과정은 온건하면서 신속하게 이뤄진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몽골의 체제전환 모델은 북한이 체제전환을 원할 경우 참고할 만한 사례 중 하나라고도 평가되고 있다.

남한의 입장에서도 몽골은 외교관계를 수립한 아시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였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양국은 상호관계를 폭넓게 발전시켜 왔으며, 1990년 270만 달러였던 양국의 무역량은 이후 85배나 증가하였다. 그리하여 몽골에서 한국은 전체 무역량의 6.7%를 차지하는 네 번째로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 되었다. 몽골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시기 한국은 원조금과 연화차관을 제공했고, 이러한 우호관계에 기반하여 양국의 교류는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몽골에서 건물마다 입점하여 있는 국내 편의점 간판을 매우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주몽골북한대사관 앞 게시물

#정치·문화 영역의 교류는
상대적으로 활발, 경제교류는 주춤...

'김일성 유치원', '김정일 유치원', '김정숙 유치원' 북한에 있는 유치원 이름이 아니다. 몽골과 북한의 관계를 상징하는 몽골에 있는 유치원 이름이다. 6.25 전쟁 당시 북한은 몽골에 200여 명의 전쟁고아를 보내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하였다. 몽골정부는 1959년까지 이 아이들의 교육과 양육을 책임졌고, 아이들은 전쟁이 끝난 후 모두 건강하게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양국은 전통적 우호기반을 쌓게 되었고, 몽골이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일시적 냉각기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몽골과 북한은 상호 교환학생 파견, 상대국의 기념일을 기리는 것과 같은 정치·문화 영역에서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하여 왔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의 주체사상 연구 및 전파와 관련한 교류가 꾸준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다. 몽골에는 다수의 주체사상 관련 민간단체들이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폐쇄 기간을 제외하면 관련 인사들의 교류가 지속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올해 4월 코로나19 이후 첫 번째 대면 국제행사가 평양에서 개최한 '주체사상국제토론회'라는 점도 북한이 주체사상을 매개로 해외와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음을 뒷받침 한다. 이 토론회에는 몽골, 태국, 네팔, 독일, 스위스,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20여 개국이 참석하였으며, 그에 이어 몽골의 주체사상·선군사상연구협회라는 곳에서 8월말 평양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반면, 경제분야에서 양국의 교역규모는 크지 않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무역액 360만 달러를 기록한 것이 최근 20년간 최대 규모였다. 주로 몽골의 대북 수출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품목은 식품, 육류, 가죽의류, 모포 등이다. 몽골이 북한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은 침환 등 고려의학 관련 제품이었다. 양국은 경제교류에 관심은 있으나, 상호 수요충족이 노동력 및 일부제품에 국한되어 있고,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인해 투자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북제재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내재적 리스크로 인해 대북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임을 몽골 기업도 잘 알고 있었다.

민관협력 참여숲 사업지

민관협력 참여숲 사업지

주체사상 관련 서적

#몽골의 중립적 전략과
對한반도 정책

몽골은 위로는 러시아 아래로는 중국과 접경을 하고 있고, 지리적 특성상 항구를 갖고 있지 못하다. 몽골이 수출을 하거나 수입을 하려면 러시아와 중국을 거칠 수밖에 없는 자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는 러시아, 수출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몽골은 이른바 '제3의 이웃 정책'(몽골이 정치·경제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국제관계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몽골은 일·북 관계에서도 납치자 문제에 대한 중재자 역할을 하는 등 중립적 위치를 활용한 외교력 강화 및 영향력 증대에 관심이 많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도 적용되며, 기회가 된다면 남북문제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다. 몽골은 이러한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민간 싱크탱크 등과 함께 동북아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울란바타르 대화'(1.5트랙)를 2014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오고 있으며, 이와 함께 민간단체 주도의 '울란바타르 프로세스'(2.0트랙)도 개최하여 왔다. 다만, 북한은 2018년 참석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울란바타르 대화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몽골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동북아의 평화·안정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몽골에도 유리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특히 바다를 갖고 있지 못한 몽골은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북한 나진항 등 항구 이용을 원하고 있다. 북한의 항구를 통해 자신들이 생산한 석탄 등을 중국과 러시아가 아닌 제3국으로 수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관협력 참여숲 사업지

#몽골에서 찾은
남북관계 안정화의 실마리 - 산림협력

기후변화의 피해를 전 세계가 겪고 있지만 몽골은 그 피해의 대표적 국가이기도 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사막화의 영향으로 몽골은 우리나라 산림청과 유사한 정부부처를 신설하는 등 산림황폐화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실제로 '100억 그루 나무 심기 운동' 전개, ODA를 통한 조림사업 추진 등 국가차원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북한 또한 산림 황폐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 당국도 산림의 중요성을 인지,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으로서 교토의정서, 파리협약을 비준하였다. 매년 열리는 총회 참석에도 적극적인 것을 보면 산림협력 분야가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적어도 겉보기에는 비슷한 몽골의 생육환경, 조림 이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 등은 북한과 공통점이 많아보였고, 이러한 문제를 우리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기업들은 해결해 나가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몽골의 분단이 사실상 영구적 분단임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단기적으로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겠으나, 현재 너머에 있는 미래를 우리는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 공동대응이라는 대명제는 남과 북이 다를 수 없고, 남과 북 모두 이해를 함께한다. 중재자 역할을 원하는 몽골의 외교전략, 그리고 산림협력이라는 콘텐츠가 남북관계 개선의 타이밍과 맞물리는 시점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도 조금은 눈을 돌려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다자협력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겠다.

2026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총회를 몽골이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몽골이 개최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이다. 몽골로서는 자신들의 산림보호 성과를 알리고, 다자회의 개최를 통한 외교역량 강화의 호기라 할 수 있다. 몽골정부는 자신이 개최하는 성대한 국제행사에 북한을 초대할 것이고, 북한이 이에 응한다면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몽골과 전통적 우호관계에 있는 북한의 참석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기회가 성과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기회로 생각했으나, 때가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현재 너머에 있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은 작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심어나가듯 멈추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