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乙巳)년 새해,

청년의 물음에 회장이 답하다

청사(靑巳)의 새해를 맞아 웹진 <이음>의 발행인인 정낙근 회장이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V.I.P.!! 바로 청년세대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요즘 청년들 모시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 것 아시죠?올 해 웹진은 청년들의 이야기가 화두가 될 것임을 예고하며, 1월의 커버스토리~ 시작합니다.

BTB 배태환 청년활동가(대학생)
동국대 북한학과 서민정 학생
협회 사업협력부 김재윤·노연경 대리

취임 2주년을 앞두고 계신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으로서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2023년 1월 6일자로 취임을 했으니 정확하게 만 2년 되었습니다. 남북 간 사이가 유독 안 좋을 때 맡게 되었잖아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통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교류협력을 활성화보다는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이 양적인 활성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질적인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었죠. 그래서 협회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가고 있나 고민하면서 협회를 재정비하고 역량 또한 강화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남북교류도 안 되는데 협회와 같은 조직이 왜 필요하냐며 기관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위기도 있었습니다만, 그럴수록 정상적인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오히려 협회의 역량을 정비하고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자 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아직은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성과를 느끼면서 남은 1년 더욱더 기반을 제대로 닦아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세계정세가 어떻게 요동을 칠지, 그리고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도 많고 또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견해는 어떠십니까?

지난 트럼프 1기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 국정경험도 없는데다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2기 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대통령도 국정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고, 상·하 양원 의회도 공화당이 장악해서 이제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로선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전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이나 관세 부과 같은 이슈들로 갈등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말을 듣지 말고, 그의 행동을 보라." 트럼프가 말로는 엄청나게 독설을 쏟아내지만 실제 행동은 매우 실용적이란 겁니다. 트럼프의 전략은 철저히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중심적, 실리적 입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럼 이게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민해봐야 하는데... 제가 볼 땐 이렇습니다. 트럼프의 대외전략의 주 타겟은 중국입니다.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즉시 끝내겠다고 했잖아요. 이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섭니다. 현재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는데 러·우전쟁이 끝나면 중국과 러시아간 밀착관계가 느슨해지겠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부 점령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종전된다는 건 사실 러시아에게 이익이죠. 그럼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개선되고, 또 러시아를 통해서 북한을 관리할 수 있게 되죠. 이 말은 미국·러시아·북한 간의 관계가 극한 대결로 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 또한 러시아로부터 안보를 도움받게 되면 다음은 경제문제에 집중할 수 있겠죠. 그 때 일본이 미국의 암묵적 지지 아래 움직일 거라 봅니다. 곧 북한에겐 '安러經일'의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거죠. 이럴 때 우리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는데,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합니까?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교류협력은 더욱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남북관계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교류협력이 중요하지 않고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필요없다는 생각은 정말 근시안적 사고입니다.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한 남북 간 교류협력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다만 과거에 해왔던 교류협력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겠죠. 시대가 급격히 변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하니까요. 물론 북한은 여전히 일종의 절대주의체제입니다. 최고지도자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헌법에도 명문화했는데 그게 갑자기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남북관계를 ‘동포애’로 접근하기보다는 보편적 '인간애'에 바탕을 두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동포를 넘어 한반도의 인간이 직면한 문제를 남북한이 협력하고 또 국제사회와 더불어 풀어야 할 겁니다. 예를 들면 기후위기나 재해재난 같은 건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코로나 펜데믹도 보세요.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감염병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죠. 북한의 슈퍼결핵이나, 공유하천의 범람, 해양오염, 조류독감처럼 동물이 옮기는 전염병 같은 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북한이 직접적이거나 또는 국제사회를 활용한 다자적 교류협력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통일을 위해 청년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언 부탁드립니다.

요즘 청년들이 통일에 관심이 없고, 이 분야에 있어봤자 취업도 어렵고 힘든 거 압니다. 충분히 이해되죠. 지난 해(2024) 우리 협회에서 젊은 90년대생들을 10명 가까이 채용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천한 거라고 봐 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청년들한테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창조적 소수가 필요합니다. 비록 앞날이 불투명하더라도 창조력을 가지고 노력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서둘지 말고 한 걸음씩 내딛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이 분야에도 굉장히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드물죠. 결국 남북문제가 유행을 탄다는 건데, 이 말은 다르게 표현하면 북한 관련 제너럴리스트는 많아도 스페셜리스트 전문가는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분야에서 정책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제너럴리스트가 주로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정책결정이 정치에 흔들리고 여론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통일은 과거를 복원하는 게 아니고 가보지 않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 때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스페셜리스트가 정말 필요합니다. 우리 청년들이 스페셜리스트 능력을 갖추어 새로운 통일국가를 창조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살아갈 세상이니 여러분이 주도하는 게 당연합니다.

2025년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운영은 어떻게 하실지 묻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듯이 제대로 된 교류협력을 위해서 협회는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준비할 게 많습니다. 특히 2025년이 중요한 때라고 봅니다. 세계정세의 격변도 계속될 것이고 한반도 정세 또한 녹록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협회는 "남북교류협력의 과거를 진단·정리하고, 현재를 관리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이 말에 우리 협회의 역할이 다 담겨있습니다. 과거 역사를 단순히 정리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걸 잘했는지 또 못했는지 리뷰가 필요하고 그로부터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현재를 관리한다는 것은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인프라 그런 걸 철저히 정비하고 또 현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북지원단체라던지 교역업체, 개성공단기업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그동안 구축해왔던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도 계속해야 합니다. 과거에 해왔던 방식이 잘 되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잘 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세상이 달라지고 시대가 바뀌었는데, 거기에 맞는 새로운 아이템과 방법론을 발굴·개발하면서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끝으로 우리 협회는 엄중한 대내외 정세 속에서도 남북교류협력이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열어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견지하면서 맡은 임무에 충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기대합니다. 을사년 새해 두루 평안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청년들은 현 시대를 명쾌하게 풀어주시고 청년들의 나가야 할 방향까지 풀어주신 정낙근 회장님 덕분에 통일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은 이제 청년의 몫으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고, 정낙근 회장도 오히려 들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 협회에서 하는 전문가교육이나 세미나행사에 청년들 자리를 더욱 마련하겠으니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2025년 올 한 해 우리 협회와 청년들의 멋진 콜라보~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