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베트남 출장을 다녀와서...

베트남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보다

경영지원부 이예림 대리

지난 12월, 베트남의 사례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출장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은 북한의 오랜 외교적 우방국일 뿐 아니라 시장경제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통해 급속 성장한 국가다. 그래서 베트남이 개혁·개방 초기 단계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은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과도 많은 부분에서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북부에 위치한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첫 느낌은 "따뜻하다"였다. 한국은 이미 영하를 오가는 겨울이 시작되었지만, 베트남의 겨울은 20도에 가까운 따사로운 날씨를 보여줬다.

공항에서 나와, 하노이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내다볼 수 있는 베트남의 첫 인상은 활기로 가득했다. 인구 절반 이상이 오토바이를 이용한다는 말 그대로 도로를 가득 메우는 오토바이 행렬이 하노이 도시를 활기차게 채우고 있었다. 신호 없는 도로 위,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 물결은 평균연령 32세의 젊은 나라 베트남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 듯했다.

베트남과 한국은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을 갖추고 있다. 양국은 △한자문화권 △불교 발달 △쌀농사 기반의 공동체 문화 △지정학적 반도 위치 △식민지배와 분단 경험 등 유교적 가치관과 역사적 배경을 공유한다.

한편, 베트남이 개혁·개방 초기단계에서 극복해야만 했던 과제들은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과 많은 부분이 흡사하다. 궁극적 국가발전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필요했다는 점, 시장경제 시스템을 허용하며 경제성장 기초를 구축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현지의 기관, 전문가들과의 면담을 통해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 그리고 최근 베트남과 북한 간의 교류 동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도이모이 정책

Doi Moi/Renovation'쇄신'을 뜻함

개혁·개방 이전 베트남의 국가경제는 오랜 프랑스의 식민지배와 남북·베미 전쟁 등으로 인해 이미 황폐화되었던 상황이었다. '75년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점령하며, 북베트남의 공산당은 국내뿐만 아니라 인도차이나 전역의 유리한 국제정세를 바탕으로 '76년 정치적 통합을 감행했다. 하지만 급진적 정치통합의 부작용으로 남베트남뿐아니라 북베트남 국민의 저항까지 발생했으며, 경제적으로도 국가경제 전반에 심각한 적신호가 발생했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70년대 후반부터 심화된 생산력 저하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국가 전체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으며, 베트남 재정수입의 60% 이상을 무상 지원하던 구소련의 지원 급감으로 재정난은 보다 가중되었다.

이에 공산당 지도부는 '79년 중반부터 개혁·개방 정책의 시초인 신경제정책을 도입했으나, 이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조치 성격의 정책으로서 성과는 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베트남 공산당은 점진적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 정책을 선택하고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도이모이 정책은 대외개방을 촉진하고, 수출과 농업을 중시한 정책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이외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 축소, 국영기업 민영·주식화 추진, 협동농장 폐지,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축소 등 사회 전반적인 쇄신이라는 파급력을 가져왔다.

도이모이 도입을 시작으로 베트남은 대미관계 정상화 과정과 맞물려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하며 고성장에 돌입하는 경제적 성장을 창출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기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생산·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는 크게 증가해, 연도별 성장률은 '23년까지 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개혁·개방 추진 과정에서 내·외부적으로 무수한 반대와 어려움에 직면했고 이를 극복해 나갔다고 말하며, 지금까지의 경제모델 중에서 시장경제가 가장 우수한 만큼, 북한도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베트남의 북한과의 교류

베트남은 북한의 전통적 혈맹국가로 꼽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봉쇄정책에 따라 최근 몇 년간의 양국 간 관계는 소강상태로 흘러왔다. 다만, 코로나19에 대한 세계적 위협이 감소하고 북한도 대외활동을 시작한 '24년부터는 베트남과의 교류를 재개하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24.3월말 북한 노동당 대표단의 방문을 시작으로 7월말 북한은 신임 주베트남대사를 임명하고 이후 북한의 외무성 부장과 베트남의 국방부 차관이 양국을 방문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있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2025년에 양국의 수교가 75주년을 맞이하는 것을 계기로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유관기관 및 전문가 면담

민간 부문에서 주목해 볼 부분은 베트남-북한 간의 관광 재개이다. 지난 9월,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 베트남어 지국의 보도에 따라 국내 언론사가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베트남의 민간 여행사는 '25년부터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향하는 여행상품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 내에서도 경제적 여력이 있고 계획경제에 대한 향수가 있는 노년층을 중심으로 북한 관광이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이러한 교류 재개 국면에서도 양국 간의 교역액은 '24년 8월까지를 기준으로 베트남의 대북 수출은 5,999천 달러, 수입은 7,273천 달러로 미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 글을 마치며

베트남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개혁과 대외개방을 통해 빠른 경제성장과 성과를 이룩한 나라로 이러한 성공적인 개혁·개방 사례는 한반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베트남은 궁극적인 국가발전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경제성장의 기초를 구축했다. 또한 베트남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정책의 수혜지로서 현재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하는 해외 생산 거점으로 베트남을 선택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이전 '베트남식 개혁 모델'을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해, 향후 북한이 경제 발전으로 나아가는데 베트남의 사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베트남은 대외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다. 베트남은 한국의 제3위 수출시장이자 무역흑자국이다. '23년 교역규모는 '22년과 비교해 9.4% 감소하긴 했지만, 794억 달러라는 큰 금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수출 규모로서는 3위, 수입 규모는 6위, 전체 교역규모로 보면 종합 3위에 해당한다. 베트남 입장에서 바라보는 한국도 수출 3위, 수입 2위에 해당하는 종합 3위 교역대상국이다. '88~'23년 기준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한 누적액은 858억65백만 달러로 투자국 중 1위를 기록할 정도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과 도약은 남북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다. 시장경제 체제 도입과 대외 개방의 성공적 사례,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극복한 경제 성과는 북한에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베트남 출장은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하고 남북의 새로운 협력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출장을 마치고 하노이를 떠나 다시금 노이바이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따사로웠다. 베트남의 활기찬 에너지와 개혁‧개방의 발자취를 통해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할 가능성과 미래를 다시금 그려본다.

"여기에서 느꼈던 변화와 도약의 기운이, 훗날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작은 씨앗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