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의
전략자산으로써의 의미와
북한의 위협

한국수출입은행 차장 김성진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특별 대사인 데이비드 삭스는 최근 열린 가상자산 관련 첫 기자회견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디지털 자산 태스크포스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비트코인 준비금 검토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애리조나 등 미국 15개 주에서도 자체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준비금 법안을 제출 및 검토 단계에 있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스위스, 체코 등 다양한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비축하거나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 도입 및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24년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 출시 등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현실화되면서 불법 거래 악용, 해킹을 통한 탈취 등 가상자산의 안전성 문제도 함께 논의가 되고 있다. 북한의 해킹 그룹들은 가상자산의 안전성 및 불법적 거래의 결제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 범죄 행위자들이다. 북한은 정부 차원에서 가상자산 탈취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해킹 그룹을 운영할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범죄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가상자산을 전략자산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배경과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가상자산이 국가의 중요한 전략자산으로 분류될 경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전략자산 지정 검토의 의미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언급한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은 현행 법률에 기반한 발언은 아니었다. 해당 발언은 비트코인을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분류하고 국가 자산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겠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국가 경제 및 안보상 중요한 자산으로 분류하고, 국가 차원에서 비축하고 있는 금, 석유, 외환보유고 등과 동일한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비축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려는 표면적 이유는 비트코인을 통한 미국의 부채 해결에 있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도 관련 법안을 제출하면서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을 통해 2045년까지 부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명 '비트코인 법안'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의 요지는 연준이 보유한 금을 매각하여 비트코인의 5%를 매입하고 최소 20년간 보유 후 시장에 매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동일한 기간 동안 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부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한 발언들은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미국의 패권을 강화(혹은 유지) 시키기 위한 의도가 함께 있다. 미·중간 지속되고 있는 무역갈등,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지속되면서 제재가 강화된 러시아 등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통화로 원유 거래를 하며 ‘페트로달러’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러시아, 브릭스 등 일부 경제 주체들은 달러 중심의 결제시스템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결제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가상자산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기축통화로써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고, IT 업계에서 새로운 전환점으로 다가온 WEB 3.0 시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블록체인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여 가상자산을 새로운 투자 및 경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현황

북한 역시 가상자산에 대한 가치를 주목하고 있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나라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상자산에 접근하고 있다. 북한은 가상자산을 마약 및 무기 밀수출 등 불법적 거래의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국가적 차원의 해킹 그룹을 운영하면서 가상자산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발생한 가상자산 도난 사건은 303건이며, 피해 금액은 약 22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47건이 북한 해커집단의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피해 금액은 약 13억 4,000만 달러로 파악된다.

출처: chainalysis 연구자료(https://www.chainalysis.com/blog/crypto-hacking-stolen-funds-2025/) 편집(검색일: 2025.02.05.)

북한의 해커들은 주로 랜섬웨어 공격 후 암호화된 컴퓨터 및 시스템을 정상화시켜주는 조건으로 가상자산을 요구하거나 거래소, 개인 전자지갑, De-Fi 시스템 등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의 해킹을 통해 가상자산을 탈취하고 있다. 북한은 탈취한 가상자산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주로 믹서(mixer; 범죄자 및 불량 국가들의 불법적 가상자산 세탁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서비스)를 통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에서 많은 국가들이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믹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자금세탁 방식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파악되고 있다.

전략자산으로서의 가상자산은 해킹으로부터 안전할까?

향후 미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비축할 경우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정책 기조에 동참할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가상자산 비축에 동참할 경우 가상자산의 가격은 상승할 것이며, 이로 인해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가상자산 탈취를 시도하는 범죄 행위도 함께 증가할 것이다.

다만, 가상자산 탈취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탈취에 성공한 경우에도 이를 현금화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자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고, AML(자금세탁방지 시스템), KYC(사용자 신원 확인 시스템) 등 금융기관들이 활용하는 내부통제 절차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비축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사실상 탈취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가상자산의 보관은 해킹의 위험이 없는 콜드월렛(오프라인 상태로 보관하는 지갑)에 보관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가상자산을 비축하는 정부도 콜드월렛을 통해 안전하게 보관할 것이며 콜드월렛의 특성상 온라인 상에서 접근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국가들이 가상자산을 비축자산으로 활용할 경우에도 정부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가상자산 비축을 시작할 경우 가상자산이 제도권에서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각국의 정부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법·제도적 안정장치를 마련하고, 가상자산 분야의 시장이 성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면서 오히려 가상자산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 보고서의 내용은 연구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수출입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디지털 금융시대,
북한은 어디까지 왔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황주희

디지털 금융은 간단히 말해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금융 거래로, 최신 정보기술과 기존 금융이 융합된 형태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아마존페이(Amazon Pay), 애플의 애플페이(Apple Pay) 등은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금융의 보편화와 일상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디지털 금융은 과연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북한, 주민에게 전자화폐 사용 권장

북한에서도 전자화폐가 사용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전자화폐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전자화폐 사용을 장려하는 것일까? 북한은 그 목적이 원활한 자금 순환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의 중앙은행의 마크는 화살표가 고리를 이루는 형상인데, 이는 자금순환을 의미한다. 북한의 김천균 중앙은행 총재는 대북제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자금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자금을 원활하게 순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그 방안 중 하나로 주민생활에서 카드와 전자화폐의 활용을 확대하는 것을 제시했다.1) 특히 실질적 영업이 중단되었던 국영상점을 활성화하고 카드결제를 도입하면서 북한 당국은 카드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추세이다.

 조선중앙은행 마크 (출처: 위키백과)

선불카드에서 모바일 결제로 이동

북한에서 자주 사용하는 카드로는 '진성카드'와 '나래카드'가 있다. 이 카드는 선불형 충전식 카드로, 미리 충전한 금액만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전자지불 체계는 『삼흥』, 『전성』, 『앞날』 등이 있다. 이 중 『전성』은 북한 중앙은행과 평양정보기술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전자지불 시스템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전성』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후 자료통신 서비스에 가입한 후 핸드폰에 『전성』 어플을 설치하여 전자지갑을 생성해야 한다. 이 때 카드 명의자 정보와 핸드폰 전자지불 체계에 등록된 명의자 정보가 반드시 같아야 이용이 가능한 방식이다. 이외에도 『만물상』은 전자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핸드폰 내 QR코드를 인식하여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상점, 택시 등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고 전화요금 충전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한다.2)

북한 나래카드 (출처: 플리커)

『전자결제법』, 『전자상업법』 제정,
전자지불 결제체계 제도화

북한은 2021년 최초로 『전자결제법』을 제정하고 2023년에 이를 개정하였다. 이 법은 현금유통을 줄이고 무현금유통을 확대하여 화폐유통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북한의 전자결제 수단은 컴퓨터, 금융카드, 카드결제, 휴대폰, ATM 등이 해당된다. 이후 2024년에는 『전자상업법』을 제정하였다. 『전자상업법』은 전자상업 시스템 구축과 이용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기관, 기업소 단체 등의 전자상거래 유통 시, 전자상업망에 전자지불 결제체계를 구축하여 경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 전자지불 결제체계는 전자상업망과 중앙은행망이 연동되어야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3)

北, 디지털 금융 발전에 근본적 제약이 존재 

북한이 정보화를 강조하면서 금융 분야에서도 정보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디지털 금융은 결제, 뱅킹 서비스, 핀테크, 디지털 자산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지만, 북한의 디지털 금융은 아직 '디지털 결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디지털 결제'는 모바일 뱅킹과 완전히 연결된 형태가 아니라, 선불 충전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사용자가 미리 충전한 금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은행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도 작동이 가능하다.

북한의 ICT 및 금융 결제 시스템 미비로 디지털 금융 발전에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 북한은 현시점에서 이러한 근본적 한계를 개선하기보다는, 현재 운용 가능한 방식의 디지털 금융을 활용하고 확대하는 방향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