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촌 화장실 위생개선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웹진 <이음>에서 25년도 신규 컨텐츠로 '잘파의 톡톡클럽'을 선보입니다. 남북교류와 통일의 주역이 될 청년세대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싶은 협회의 작은 바램인데요. 전문가 못지 않은 청년들의 날카로운 시각과 창의적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는 '잘파의 톡톡클럽' 많은 응원 바랍니다.^^

차영우 청년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재학)

남북이 다시 교류한다면... 나는 어떤 사업을 제안해 볼 수 있을까? 북한은 어떤 사업을 필요로 할까? 이 물음 앞에서 제가 화장실을 키워드로 선정한 이유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점을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인프라'라는 세부분야를 활용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일상 속 우리가 느끼는 "사소하지만 없으면 불편한 시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생각하던 중, 불현듯 화장실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화장실을 사용할 때, 깨끗함과 더러움에서 오는 차이점과, 주변에 화장실 존재 자체의 유무에서 오는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화장실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의 유무 여부와 위생 상태로부터 오는 경험이 우리의 일상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인상 깊었고, 다른 무엇보다 와닿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북한 화장실에 대한 자료 조사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우선 관련 자료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해외의 화장실 위생 사례는 찾기 쉬웠지만, 북한 화장실은 그 사례가 적었고, 설령 사례가 있더라도 한 페이지, 또는 한 줄로 살짝 언급만 됐습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북한의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수세식 화장실을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농촌을 중심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왜냐하면 평양 같은 도시의 경우, 일정 수준의 수세식 화장실 인프라가 구축됐지만, 농촌 같은 낙후 지역은 수세식은 커녕, 재래식 화장실 또는 야외 화장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화장실 이용 실태는 바로 위생과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농촌 어린이의 설사 발생률은 다른 지역보다 약 36%가 높은 상태입니다.

특히, 화장실과 관련 문제는 북한 출신 유명 인사의 인터뷰에서도 그 심각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시로, 태영호 전 국회의원의 지난 2020년 인터뷰에서, 북한 화장실의 실태를 감추기 위해 북한 당국이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했던 행태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표> 북한 도시와
시골의 분뇨 배출 및 처리 경로

구분방식 시 설 전체비율 도시시골

개선된

위생시설

수세식

하수관로 시설

44.6%

67.2%

9.5%

정화조

9.6%

6.4%

14.5%

수세식 변소(구덩이)

2.7%

1.9%

3.9%

수거식

환풍 기능 재래식 변소

0.4%

0.4%

0.4%

상판 설치 재래식 변소

26.8%

15.8%

44.1%

미개선

위생시설

미수거

미처리 방류

0.1%

0.1%

0.1%

상판 없는 변소 / 노상배변

15.8%

8.3%

27.6%

합계

100%

100%

100%

개선된 위생시설 비율

84.1%

91.6%

72.3%

조사대상 가족구성원 수

32,455

19,779

12,675

자료 : DPRK and UNICEF(2018), pp.153-155.

<표> 북한 도시와
시골의 하수처리율 및 무처리율 추정

구분전체 도시 시골

하수 형태 배출

하수관로 배출

44.6%

67.2%

9.5%

정화조

9.6%

6.4%

14.5%

수세식 변소(구덩이)

2.7%

1.9%

3.9%

하수처리율

56.9%

75.5%

27.9%

생분뇨 형태 배출

재래식 변소

27.2%

16.2%

44.5%

변소시설 없음

15.9%

8.4%

27.7%

무처리율

43.1%

24.6%

72.2%

자료 : DPRK and UNICEF(2018), pp.153-155를 참고하여 저자 재구성.

출처: 박규홍, 이승희 외(2021). 「북한 환경상태: 하수도와 폐기물」, 한국환경연구원. p.39-45

출처: UN. (2020). DPRK Needs and Priorities Plan 2020. p.35

해당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든 문제점은 바로 '실천 가능성'입니다.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설이 필수입니다. 오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하수도 시설이 대표적인데, 북한의 해당 시설은 매우 노후화된 상태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낙후 지역으로 공사 자재를 어떻게 보급할 것인지도 문제였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도로와 철도는 공사 자재의 적시 보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과연 북한 당국이 화장실 개선 사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인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를 구상한 이유는 바로 가능성과 가치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도 2016년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서 '상하수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관리'를 언급한 점과 2023년 상하수도법 개정을 통해 기존 법령보다 위생 관리 강화 의지를 보여준 점을 통해 북한 당국의 의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에 보여줬던 여러 프로젝트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인도적 지원을 시도했습니다. 기존의 대북 인도적 지원, 특히 보건 위생 분야는 주로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품이나 생활 필수품목을 제공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이와 다르게 북한 지역 내 '전체 주민'이 향유 가능한 "위생환경"을 중심 목표로 진행한다는 점과,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전방위적인 기초 생활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장실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남북 간의 인프라 격차 문제점이었습니다. 주제 선정을 위해 여러 자료를 찾는 가운데, 항상 찾는 모든 자료에서 북한의 인프라 시설의 열악함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북한에서 가장 잘 산다는 평양도 인프라 수준이 남한에 비해 한참 부족한 것을 봤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검토하면서 느낀, 어쩌면 우리나라의 통일을 위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는 남북한의 인프라 격차 해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남북한의 인프라 격차는 거의 한 세기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그 차이는 심각하다고 합니다.

물론, 통일을 위해서 이보다 더 크고 복잡한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문제는 가장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구호물자를 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인프라 격차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해당 시설들이 주민의 삶의 질에 가장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설들은 우리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우리는 깨끗한 집과 따뜻한 물,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화장실이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꿈꾸던 생활공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약과 의약품을 주는 것 만큼 더 중요한 것이 인프라 시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비록 머리와 글로만 구상한 프로젝트이지만, 언젠가 한반도에 평화와 교류의 바람이 불어올 때는 실제로 현장에서 손과 발로 이루어지는 사업이 되길, 또한 그 현장에 저와 우리 남북의 청년들이 머리 맞대고 함께 하길 기대해 봅니다.

<참고문헌>

Central Bureau of Statistics and UNICEF. (2018). MULTIPLE INDICATOR CLUSTER SURVEY 2017 SURVEY FINDINGS REPORT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p.75, 151

김영권. (2020.11.18.). 세계 화장실의 날..."탈북민들, 깨끗한 한국 화장실에 충격". VOA. https://www.voakorea.com/a/korea_korea-social-issues_toilet-day-nk/6048175.html

박규홍, 이승희 외(2021). 「북한 환경상태: 하수도와 폐기물」, 한국환경연구원. p.39-44

정서영. (2023.06.19.). 상하수도법 강력 집행 지시…주타격대상은 평안남도. DAILLY NK.https://www.dailynk.com/20230619-3/

박민주. (2022).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과 용변의 사회기술사: 고난의 행군 이후 주민-용변-화장실 연결망의 재배치. 동북아연구, 37(2).263-303. p.272-273. https://dx.doi.org/10.18013/jnar.2022.37.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