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3색 평화의 길 1코스 도보순례기

지난 해 9월, 코리아둘레길이 'DMZ 평화의 길'을 마지막으로 완전 개통되었습니다. 남북의 평화를 소망하며 남북교류협력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DMZ 평화의 길'을 걸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겠죠? 웹진 이음에서는 이러한 독자들의 마음을 대변하여 'DMZ 평화의 길'의 시작지점인 1코스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웹진 편집부 양효원 차장

평화의 길 1코스 (출처 : 네이버 지도)

#프롤로그

'DMZ 평화의 길'을 검색해보면 온라인상에 이미 많은 정보와 참여경험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된 정보도 많고, 단순히 여러 장의 사진만 올려놓거나 무미건조한 코스소개만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DMZ 평화의 길' 1코스(약15km, 강화평화전망대-문수산성남문)를 걷지 않고도 걸은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과, 다른 검색이 필요치 않는 정확한 정보, 이 글을 보고나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1코스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고 싶습니다.ㅎㅎ

#감칠맛나는 3인방 TMI

도보순례에는 3명의 직원이 동참하였습니다. 단순히 웃고 떠들며 놀멍쉬멍 참여하는 게 아니라,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처럼 각자가 이 길을 걸으며 자기를 돌아보고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경건히 임할 것을 각오했습니다. 늦겨울 2월에 떠난 이들 3인방은 평화의 길을 걸으며 과연 어떤 인생의 각오를 다졌을까요? ^^/

# 남화순

하는 일 : 사업협력부장

나이 : 비밀

취미 : 클라이밍, 달리기

사는 곳 : 서울 북아현동

참여 동기 :

'사무실 출근보단 낫겠지?' 평범한 하루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기분으로 참여

# 장경윤

하는 일 : 교류협력 관련 조사·연구

나이 : 40대 중반

취미 : 새로운 장소를 걸어보는 것(고양누리길 완주 기록 보유)

사는 곳 : 고양시

참여 동기 :

40대 중반의 길목에서 인생을 돌아보고 변화와 성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갖기 위해

# 황영재

하는 일 : 협회 공공업무관리 및 서무 등

나이 : 관심없음

취미 : 복싱 잽잽

별자리 : 쌍둥이자리

참여 동기 :

협회에 갓 들어온 신입직원으로, 취업과정이 힘들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다 털어버리고자 함!

# 출발 전, 브리핑!

우리가 가는 길이 분단의 최전선, 'DMZ 평화의 길'이다보니 제약이 많다고 오해합니다. 누구는 도보로 못 간다고 써놓기도 했죠. 여기서 딱 정리해드리면, DMZ 평화의 길은 자유롭게 방문 가능한 '횡단노선'과 투어 예약 후 방문가능한 '테마노선'으로 나뉩니다. 같은 길인데 '횡단노선'은 도보이용이 가능하고, '테마노선'은 단체로 차로 이동하는 방식이죠. (다른 코스에서는 우회노선도 존재합니다.)

1코스 도보이용 시 주의할 점은, 신분증 지참 후, 일몰 전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 외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이는 2월 현재 기준이구요. 향후 정확한 정보는 코리아둘레길안내사무국(1588-7417, 평일9~18시)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 시작지점(강화평화전망대)까진
어떻게 이동?

코스를 걷는 건 좋은데, 막상 거기까지 가기가 불편하죠? 아무래도 대한민국 서북단, 북한과 맞닿은 곳이라 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 기준으로 대중교통과 차량이용 2가지 방법이 있어요. 먼저 대중교통은 일단 '강화터미널'까지 오셔야 하는데 서울에서 3000번 빨강 광역버스가 대표적이에요. 그다음 '강화터미널'에서 '강화평화전망대'까지 가는 녹색 지선버스가 26, 27, 28번이 있습니다. 그런데 배차간격이 좀 무섭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지하철 구래역(김포골드라인)에 집결 후 차를 이용하였습니다. 차로 오시는 분은 시작지점인 강화평화전망대에 주차를 하시거나, 종착지점인 문수산성남문 근처에 주차를 하셔야 합니다. 문수산성남문에는 주차장이 없어 인근 가까운 주차장이 '문수산성산림욕장 주차장'입니다. 아무래도 차량이 편하긴 한데 다시 차를 타러 돌아와야 한다는 게 아쉽죠. 저희는 4명이라 그냥 택시이용했어요.(정신건강을 생각하면 그냥 편하게 택시가 나을 듯? ^^;;)

# 강화평화전망대 찍고 출발~

강화평화전망대(9~17시)에 대한 정보는 많으니 생략하고, 일단 입장료(일반성인 기준 2,500원)가 있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출발지점에 도착하면 바로 맞닥뜨리는 게 북한의 대남방송입니다. 이게 뭐지 싶은 알 수 없는 요상한 소리가 걷는 내내 우리를 괴롭힙니다. 맛보기로 들어보시라고 녹음도 했으니 아래 버튼을 클릭클릭! 전망대의 묘미는 망원경이죠. 실물망원경은 500원 주화를 넣어서 이용하니 패스~ 디지털망원경은 무료인데 건너 황해도 개풍군이 라이브로 정말 가깝게 보입니다. 와우! 다만, 우리가 간 날은 날씨가 흐려서 아쉽네요.

- 대남방송 소리 들어보기 -

# 끝없는 철조망

전망대를 뒤로 하고 도보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왼쪽에 철조망을 제외하고는 한적한 시골마을 풍경에 반갑게 짖는 시고르자브종 견 몇 마리들...(걷다보면 목줄도 없이 노니는 강아지들도 꽤 보였어요. 뜨아~) 처음엔 몰랐습니다. 이제까지는 스팟성으로 분단된 철조망만 잠깐 보았지, 이렇게 길게 선으로 이어진 철조망을 보며 오래도록 걸어본 적은 없다는 걸요. 이게 우리 한반도의 허리를 동에서 서로 끊어놓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분단의 현실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사이좋게 무리지어 나는 기러기 떼들을 보며 '저 새들은 건너 북한도 자유롭게 왕래하겠구나' 싶어 부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 No Coffee, No Peace

전망대에서 5km쯤 지점에 까페(카페물빛)가 하나 있습니다.(사실 1코스 길에서 안으로 꽤 들어와야 됩니다.) 일행 중에 '커피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카페인파가 있어 겸사겸사 1차 휴식겸 들렀습니다. 카페는 대산저수지를 앞에 두고 있는 것만 제외하고는 '이런 시골에 카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엉뚱한 곳에 있습니다. 아직 도보순례의 반도 못 지났지만 오랜만의 긴 걸음이라 향긋한 커피 한 잔과 카페의 시그니처 왕마카롱이 어찌나 달달한지요. 이 글을 보고 평화의 길로 떠나시는 분은 저희처럼 잠시 코스를 벗어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시길 꼭 추천합니당^^

# 강화할머니의 냄비밥상

카페인과 당충전을 한 후에는 대산저수지를 끼고 지도상에 나와있지 않는 저수지둑길을 거쳐 다시 1코스에 들어섰습니다. 저수지에선 여럿 분들이 한가로이 얼음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염없는 철조망을 끼고 북한을 바라보며 다시 약 5km 남짓 걷다 ‘연미정할머니네’라는 허름한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1코스 도보길 중간쯤에 위치한 유일한 식당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30분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는 할머니의 당부가 아니었다면 식당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것만 같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할머니와 푸짐한 시골밥상은 피로를 싹 잊게 해주었습니다. 냄비로 지은 잡곡밥과 직접 길렀다는 나물반찬, 난로위에서 끓인 생선조림과 김치찜은 고향에 온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1인 1만원, 메뉴는 백반 1종류)

# 마지막 순례의 여정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연미정에 잠시 올라본 뒤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평화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평화를 염원하는 분단의 길'이라, 그늘 한 점 없는 딱딱한 아스팔트길을 10km 이상 걸어온 터라 슬슬 피로가 몰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 순례길이 마냥 좋을 순 없지' 되새기며, 도보로만 이동가능한 (구)강화대교를 건너 문수산성남문에 도착하는 것으로 그렇게 오늘의 도보순례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종착지인 문수산성남문에서 구래역까지는 90번 지선버스가 자주 있기 때문에 귀가길 교통편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울이 가까워지면서 철조망과 대남방송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높이 솟은 빌딩들을 보며 꼭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건너 온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저 건너 북한주민들이 한국을 접한다면 더하겠죠? 온종일 바라본 동서를 가로지르는 저 철조망이 언제쯤 걷어질지, 내가 저 긴 가로줄에 한 줄 세로줄을 놓고 북한주민과 교류할 날이 올 수 있을지, 한 줌의 기도를 올린 후 아늑한 저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함께한 일행들은 오늘의 순례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궁금하시죠? 그럼 3인의 짧은 인터뷰 후기로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남화순 #

도보순례 후 느낀 점, 소회

만만한 걷기가 아니었다. 인생에 새로운 경험 하나 추가. 가방에 인생 교훈 하나쯤은 넣어야 하는데, 아쉽다.

독자들에게 순례를 권유한다면

권유하기가 부담되지만, 저처럼 출근 안 하고 걷는 거라면? 회의 대신 걷기, 보고서 대신 땀. 이 정도면 만사 제치고 ok. 참고로 남북의 확성기 방송이 이렇게 치열한 줄 몰랐다. 분단 현실을 느끼며 발이 아픈 걸 잠시 잊었다가, 다시 아팠다. 사실은 마음이 아팠다.

장경윤 #

도보순례 후 느낀 점, 소회

길을 묵묵히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인생도 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남북한도 지금을 답을 찾기 힘들지만 묵묵히 나아가다보면 길이 보일거라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 순례를 권유한다면

솔직히 힐링 느낌의 코스로는 추천하기 어렵겠네요. 하지만 이 코스가 주는 의의, 그리고 본인의 고민과 각오를 다지기 위한 길로서는 이러한 환경이 오히려 성찰에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황영재 #

도보순례 후 느낀 점, 소회

강화도의 맑은 공기와 평화로운 마을을 보면서 예전에 힘들었던 기억보다 좋았던 추억이 더 많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목표를 갖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순례를 권유한다면

대남 확성기 때문에 아무 잘못없는 접경지역 주민들 피해가 크다는 점이 체감되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시골 강아지들과 연미정 인근 식당에 할머니께서 해주신 오마카세! 점심이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따듯한 밥상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