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2기 행정부와 한반도 정세!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에게 듣는다. II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위성락 국회의원에게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진행은 우리 협회를 물심양면으로 늘 도와주고 있는 백기엽 이사(전 한국관광대학교 총장, 전 주호놀룰루 총영사)가 다시 한번 수고해 주셨습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외교지표는 무엇인지 한번 들어볼까요?
위성락 의원(더불어민주당)
진행 : 백기엽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이사
정리 : 노연경 사업협력부 대리
사진 : 양효원 종합지원센터 차장
의원께서 22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펼치신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외교부 북미국장·주미공사·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주러시아대사 등 주요 외교 직책을 두루 역임하셨고, 이제 국회의원으로서 새롭게 활동하시는데, 그동안의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외교 현장에서 평생을 보냈기에 정치는 저에게 생소한 분야였지만, 그간 외교 현장에서 느꼈던 문제의식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 해도 외교적 위상은 아직 이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외교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보다 나은 외교 정책 추진을 위해 정치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선진외교를 위한 초당적 포럼'을 구성하여 여야를 막론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네, 현재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 중이신데, 그렇다면 남북관계와 관련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느끼신 점이 있으신가요?
외통위 활동 중 특히 법안소위 위원으로서 남북관계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둘러싼 토론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다양한 논의를 하다 보면 여야 간에 생각보다 공감대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북 전단 문제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판결이 나온 이후 관련법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논의하였는데, 당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야 의원들 간에 접접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상호 타협점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북 문제에 있어서는 정파를 넘는 접근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봤죠.
의원실에 들어오다가 '한국형 외교 좌표'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슬로건에 담긴 의미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복잡한 지정학적 여건을 가진 지역 중 하나입니다. 폴란드도 어려운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핵 위협이나 분단 상황은 아니죠. 이렇게 복잡한 여건 속에서도 우리는 그동안 사안별, 정권별로 외교를 편의적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외교 전략이 부족했던 것이죠. 이제는 '한국은 이런 나라다'라고 분명하게 알릴 수 있는 외교 좌표, 즉 외교적 정체성과 기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는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는 파트너 관계를 조율해야 합니다. 주변국들도 한국이 일관된 입장을 가질 경우 이에 맞춰 기대치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은 압박을 가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형 외교 좌표'라는 개념을 제안했는데, 보좌진이 이를 명함에 로고를 넣어 주었어요. 저의 외교적 사고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과 친하다. 북한은 핵 보유국이다. 뉴클리어 파워' 등의 발언을 자주 하는데, 북미 핵 협상에 대해서는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실적으로 남북관계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북미 간에는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배제되는 '통미봉남'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북미 대화가 먼저 진행된다고 가정할 때,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조율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구축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안보적 이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죠.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6월 이후 출범할 새 정부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어떤 자세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우선, 지금의 남북 간 긴장·대결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아야 합니다. 과도 정부는 자극적인 행보를 자제하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 새 정부도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받아 추가적인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미 간의 공조와 필요한 훈련은 지속하면서 억지력을 확보하고, 그 기반 위에서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추진해야 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를 조율함에 있어서 억지력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닙니다. 대화와 협상이 있어야 북핵 문제나 긴장 완화·신뢰 구축에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억지력 강화와 대화·협상이 잘 배합되어야 합니다. 두 가지가 병행되지 않은 채 '대화·협상은 필요 없다' 혹은 '억지력은 필요 없다'는 식의 접근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의원께서는 오래전부터 실용외교를 강조해오셨습니다. 실용외교의 관점을 남북관계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강압이나 대립 일변도는 해법이 아니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화와 협상의 끈을 놓지 말고,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실용적으로 접근하되, 비핵ㆍ평화 목표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아주 중요한 말씀 해 주셨는데, 방금 의원께서 말씀하신 상황에서 우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협회는 남북교류에 있어 가장 큰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기관입니다. 지금 상황이 어렵다 해서 다음을, 내일을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교류 재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특히 정치나 군사 이슈와는 거리를 둔 인도적·사회문화적 분야에서 실현 가능한 교류 방안을 구상해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다시 열리는 시점에 가장 앞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평소 철저한 준비와 구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변화된 현실 속에서도 남북관계를 특수한 관계로 바라보고, 통일을 지향하는 입장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남북 관계를 통일로 가기 전까지의 특수한 관계로 보는 기존 관점에서부터 교류협력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오래된 진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남북교류협력에서 이 출발점 없이 뚝딱 해법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요술 방망이가 있는 게 아니니까요. 대화하고 교류·협력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를 위한 기반을 충실히 다져나가는 협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소명감을 가지고 변화에 대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요즘 특히 중요하고 바쁜 때인데, 긴 시간동안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의원께서 역할을 잘 하셔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