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찾은 아카데미,
그 이유는?
- 북한 인도협력 아카데미 현장스케치 -
남북교류협력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향해 꾸준히 관심을 이어가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2024년 제2차 북한 바로알기 아카데미'에 이어, '2025년 북한 인도협력 아카데미'까지 연이어 참여한 재수강생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한 번의 참여로 끝나지 않고, 다시 이 프로그램을 찾은 이들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번 현장스케치에서는 두 차례 아카데미에 모두 참여한 재수강생 3인의 솔직한 이야기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노연경 대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소개합니다. 남북협회 아카데미가 단순한 강의를 넘어, 어떤 배움과 동기를 전했는지 함께 들여다보시죠.
이동현 수강생
(명지대학교 경영정보학 전공)
통일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고, 그로 인해 초래될 불확실성과 기회 또한 막대할 것이라는 신념 속에서 저는 이를 대비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가장 빠르고 방대하게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정보 접근에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이로 인해 정보가 왜곡되거나 편향될 수 있으며, 특히 민간에서 접하는 정보는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경우가 커 심도 있는 이해를 도모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점에서 지난해에 참여한 '2차 북한 바로알기 아카데미'는 저에게 신선한 충격과 값진 배움을 주었습니다. 실제 북한 교류 협력 사업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강연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깊이와 밀도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아카데미 신청 과정에서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도 참가자의 관심과 열의를 중점적으로 평가했기에 수강생들의 배경지식이 높았고, 이 점이 의견 교류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큰 시너지를 냈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참여자들을 통해 보완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깊은 통찰과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주차에 진행된 조별 발표도 이러한 배움을 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좋은 결과도 얻었습니다.
이번 '북한 인도협력 아카데미' 또한 지난해의 값진 경험을 기대하게 하였고, DMZ 현장답사 기회를 꼭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또한 기대에 부합했는데, 특히 3주차에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솔직하고 가감 없는 북한 이야기를 심도 깊게 접할 수 있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번 아카데미는 저에게 큰 만족과 배움을 안겨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던졌던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협회가 마련한 프로그램들은 중요한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훌륭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신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깊이 감사드리며, 함께 참여했던 분들과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며 미래에 또다시 만나길 희망합니다.
임세빈 수강생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 전공)
2024년 하반기 '북한 바로알기 아카데미'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한 이후, 올해 '북한 인도협력 아카데미'에 재참여하게 된 이유는 다른 대외활동과는 차별화된 협회 프로그램만의 구성과 운영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학부생활 동안 북한 및 대북 관련 활동에 꾸준히 참여해 왔지만, 강연과 공모전을 통합적으로 경험한 건 처음이었고, 약 5~6주간 전문가 강연을 들으며 실제 대북사업 제안을 구상하는 기회는 매우 특별했습니다. 특히 주1회 야간에 진행된 일정은 고학년으로서 학업과 병행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는 저에게 협회 프로그램만의 강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의 가장 큰 특징은 '인도협력'이라는 주제였습니다. 기존 아카데미에서 대북제재나 북한 실태 등 경성적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연성적 시각에서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전환점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국내외 NGO 관계자와 ODA 관련 학계 전문가들의 강연은 실무 중심의 생생한 사례를 공유해주었고, 특히 토크콘서트 방식의 강의는 자유로운 질문과 깊이 있는 응답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더 넓은 시야를 열어주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 습득을 넘어 수강생들끼리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코로나 이후 감소한 인도협력 측면의 남북관계를 다루는 몇 안 되는 귀중한 프로그램이라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공모전 과정에서 제안 아이디어에 대한 중간 피드백이나 전문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더욱 실효성 있는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년 공모전 발표 후 심사위원께 따로 피드백을 요청했을 만큼, 전문가들의 실현 가능성 판단과 선례 공유는 매우 유익한 배움이 될 수 있기에 향후 반영되기를 희망합니다.
북한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주로 안보나 외교 관점으로 접근했던 저의 시각은 협회 프로그램을 통해 '교류협력'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확장되었고, 특히 현장 경험 기반의 강연은 저의 관심을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앞으로는 저와 같은 관심을 가진 주변인에게 협회 아카데미를 적극 추천하고, 민간 차원에서의 관심과 후원이 중요한 만큼,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저의 관심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제 남북협력 사업의 관계자로서 직접 활동하며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품게 되었습니다.
현우민 수강생
(동국대학교 북한학 전공)
요즘 청년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만 보아도 관련 전공자를 제외하면 남북한 문제에 깊이 있는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드뭅니다. 통일은 젊은 세대에게 '죽은 단어'가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아카데미에서 만난 이들은 달랐습니다. '2024년 제2차 북한 바로알기 아카데미'에서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대학생들과 함께했습니다. 관련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공모전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남북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 5주는 통일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단어'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강렬했던 경험은 저를 '2025년 북한 인도협력 아카데미'로 이끌었습니다. 북한 현장에서 활동한 전문가와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기존 아카데미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는데, 이는 남북교류협력에 관심이 있는 저희에게도 꼭 필요한 자세라고 느꼈습니다.
북한은 단순히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분명 우리에게 안보적 위협으로 다가오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국 우리가 함께 가야 할 상대입니다. 북한을 떼어놓고 한반도를 생각하는 것은 마치 한쪽 눈만 뜨고 세상을 바라보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비핵화 포기 등과 같은 차가운 현실은 두 눈으로 한반도를 바라보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남북교류협력은 이러한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은 개성공단, 농축산 개발사업 등 함께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비록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던 경험도 분명 존재합니다. 토크 콘서트에서 한 전문가는 이념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북한 주민과 교우를 맺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남북한 교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인도협력 아카데미는 저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신뢰는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신뢰가 개인에서 집단으로, 다시 공동체로 확장된다면 결국 한반도 전체의 관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신뢰들이 층층이 쌓이고 서로를 한 존재로서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는 한반도를 두 눈으로 온전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노연경 대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사업협력부)
'북한 인도협력 아카데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지금,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후련함과 동시에 여운이 남습니다. 아카데미는 기획부터 연사 섭외, 홍보, 디자인까지 제 손을 거치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애정을 많이 쏟은 사업이었습니다.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했기에, 기획자로서의 보람도 컸고, 앞으로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청년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북한학을 전공했던 저 역시 1~2년 전까지 공모전과 아카데미를 찾던 학생이었기에, 이 분야에 대한 청년들의 수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교류협력 관련 공모전과 교육 프로그램이 줄어들면서, 관심은 있지만 참여할 기회가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단순한 강의 제공만으로는 청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차별화된 구조로 조별 공모전과 기관장 명의의 표창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작년에는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남북교류협력', 올해는 '지속 가능한 인도개발협력'을 주제로 공모를 개최해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했습니다. 또한 수강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류 현장 탐방 프로그램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울림을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 수강생이 마지막 날 밤,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다시 이 분야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고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준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이 아카데미의 두 가지 목표 -북한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생업으로 삼기를 포기하려던 청년에게 다시 희망을 갖게 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관심을 유도하는 것- 이 이루어졌음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5주간의 야간 운영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김포에서의 장거리 통근과 야근은 피곤했지만, 청년들과 함께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 그 모든 수고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같은 청년의 입장에서, 그리고 기획자로서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담론의 장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봄이 찾아올 한반도에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현실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