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 제 3 편

함경북도 회령시

우리나라 지도를 호랑이에 비유하면 기운찬 앞발에 해당하는 함경북도 회령시! 이 글을 보고 나면 회령국수와 백살구가 땡기실 거에요.ㅎㅎ 두만강변에 위치한 우리의 고향, 함경북도 회령시로 떠납니다.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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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_조선의소리 캡쳐>

나의 고향은 두만강을 끼고 있는 함경북도 회령시 유선이다. 두만강 사이를 두고 중국 마을들이 보인다. 처음 그 마을들을 봤을 때, 북한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저녁이면 캄캄한데 저기는 저녁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 신기하면서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회령에 특산물이 있다고 하면 백살구가 유명하다. 백살구는 한국에서 나오는 살구와 많이 다르다. 백살구는 잘 익으면 복숭아 중간 크기만 하고 색깔도 예쁘고 냄새도 향기롭고 달달하면서 맛있는 과일이다. 봄에 백살구 꽃이 만발하게 필 때는 마을이 아름답기만 하다. 예전에는 백살구 철이 되면 배불리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이 되어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장사꾼들이 백살구가 나오는 초순부터 진을 치고 있으면서 사고팔기 때문이다.

두만강은 국경으로서 의미는 있으나 이것이 재앙으로 주민들에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국토환경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아 두만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두만강 주변 회령시 주민들이 종종 많은 피해를 보고 있으며 회령 시내 작은 하천에도 바닥 모래를 정상적으로 제거하지 않아 조금만 물이 불어나도 주민들에게 피해가 빈번히 일어나곤 하였다.

회령은 산간지대라 논보다 밭이 많아 옥수수와 콩을 위주로 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사를 많이 짓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개인들은 협동농장에서 관리하는 토지 외에 산의 경사지를 밭으로 개관하고 거기에 콩, 옥수수, 깨 등을 심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산림보호원들과 협력하며, 노동력이 부족하면 인력을 고용하여 대리 농사를 짓도록 하고 7:3 또는 5:5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내가 일하던 농장에는 과수밭도 있고 논도 조금 있었으며, 옥수수 경작지가 많아 일이 엄청 힘들었다. 농장에는 농산반, 남새반, 과수반, 기계화반, 축산반이 있었는데 나는 농산반에서 일하였다.

함경북도 회령시는 9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함경북도 회령군으로 되어 있었지만 김정숙(김일성 부인, 김정일 어머니)의 고향으로 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바로 인근의 함경북도 유선군을 회령군과 통합하여 지금의 함경북도 회령시로 승격하였다.

회령시내의 오산덕에는 김정숙 동상이 있어 매해 12월 24일이면 국가적인 행사를 진행하였다. 더불어 회령시에 있는 회령교원대학을 김정숙교원대학으로 명명하면서 청진시에 있는 마동희교원대학을 없애고 김정숙교원대학으로 이전하였다. 그 이후 김정숙의 고향인 회령시를 부각시키기 위해 회령 시내에 김정숙산모병원을 현대적으로 건설하였으며 과거부터 있던 김정숙혁명사적관을 새롭게 리모델링하였다.

회령시에는 회령탄광기계공장, 회령재봉기공장, 회령제지공장, 회령식료공장, 회령백살구가공공장, 회령담배공장, 유선도자기공장 등이 있으며 특히 많은 유연탄(갈탄) 탄광을 가지고 있다. 회령에 있는 탄광 중에도 중봉탄광에서 채굴되는 석탄의 발열량(4,000Kcal/Kg)이 높아 청진화력발전소에 전량 공급된다. 청진화력발전소에 공급되는 중봉탄광의 생산 및 관리는 국가보위부가 장악하고 통제한다. 이외의 탄광(세천탄광, 학포탄광, 유선탄광)에서 생산된 석탄은 국가계획에 따라 유통되지만 탄광의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탄광의 석탄을 훔쳐 회령시장에서 소매로 팔거나 도매로 매도한다. 탄광 주변에는 개인들이 땅굴을 파고 석탄을 채취하여 회령시장에 팔기도 한다. 회령시에는 석탄이 다른 지역보다 많아 개인들이 집에서 석탄을 이용해 엿을 만들어 팔아 이익을 남기기도 한다.

<김정숙동상>

함경북도 내에서는 회령국수가 나름 유명하다. 옥수수로 국수를 만들어 파는 것은 일반적이나 회령국수가 유명한 이유는 모양이다. 맛도 같고 양도 같은데 디자인에서 고객의 눈길을 집중시키고 돈을 쓰게 한다. 그 디자인이란 것이 뭐냐면 옥수수 국수가 기계에서 나올 때 그 모양을 원형으로 만들어 파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원형모양의 국수가 작은 그릇에 물을 담궈도 쉽게 젖기 때문에 보다 적은 양의 물을 이용할 수 있다. 북한은 식용 물 공급이 매우 부족하다. 오죽하면 민간에서는 "물·불·쌀"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민들이 입을 모으고 있겠는가? 회령시의 상인들은 어디에서나 만들고 팔 수 있는 옥수수 국수를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통해 그 사회에서 스스로 살아 나갈 수 있는 길을 헤쳐 나갔던 것이다. 

회령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길림성 룡정시와 맞닿아 있어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때문에 회령은 타지역보다 상업활동이 활발하고 중국화교들이 많이 거주하여 이들을 통한 다양한 상업활동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회령시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들은 필요한 자금을 위해 종업원들을 일정한 금액을 공출하고 시간을 주는 것이 다른 지역 대비 매우 농후하다. 내 경우에도 1개월에 중국 위안화 100원을 바치고 일정한 기간 동안 농장에 출근하지 않았다. 

회령시는 다른 지역보다 개인 상업이 활성화 되어 있다 보니 소상공인들이 목욕탕, 식당, 노래방, 제분소, 버스운용 등을 하고 있다. 한 예로 버스를 운영한다면 중국 친척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중고 버스 또는 화물차를 얻어 해당 공장, 기업소에 등록하고 공장, 기업소의 명의로 모든 서류 절차를 완료한 다음 개인이 운영하여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운영방식은 개인이 결정하고 모든 지출되는 비용은 개인이 부담한다. 오직 공장, 기업소는 자신의 명의로 차 번호, 운영 증명서, 주차편의를 도모하며 단속을 하는 경우 방패 역할을 해준다고 보면 된다.

회령시에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탄광이 많지만 이 외에도 오룡철광, 팽윤토광산, 유선탐사대 등이 있으며 그 중 오룡철광은 중국 철강기업과 협력하여 합작 운영하고 있다. 오룡철광은 철 정광을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철광산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화물트럭, 경유, 타이어, 식량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 정광은 회령시 내로 운반된 다음 회령세관을 걸쳐 중국 룡정시의 삼장세관을 통과하여 중국 내 철강기업소에 운송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은 80년대 초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보다 못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경제대국으로 논의할 정도가 되었으니 강 하나 사이를 두고 이렇게 차이가 심할 수 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경제를 개선할 돌파구는 무엇인지를 고심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빨리 경제를 회복하는 길은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남북한 경제협력공동체를 구성하여 경제를 회복하는 길이 최선의 지름길이고 선택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