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 ASF, 국경 없는
위협에 맞서는
남북 협력의 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는 국경 없는 위협으로 남북이 함께 협력해야 하는 대표적인 야생동물 질병입니다. '한반도 재해·재난 대응 협력' 코너의 두 번째 이야기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질병대응팀 정원화 과장님을 찾아가 취재했습니다.
글. 김건주, 장예원 대리
Question_01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야생동물로 인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동물·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One-Health) 체계 완성을 목표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설립되었다고 들었는데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이후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사람과 동물,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One-Health)' 체계의 필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10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환경부 소속 기관으로 설립되었고, 현재 광주광역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관 설립지로 광주가 선정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주로 2010년 이후로 반복적으로 발생했으며, 특히 2014~2015년에는 피해가 매우 컸습니다. 이 중 호남 지역은 철새의 주요 도래지이자, 전국 오리 사육 농장의 약 90%가 전라남도에 집중돼 있는 곳입니다. 순천만, 영암호, 군산 새만금 등 주요 철새 서식지가 광주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질병 확산 차단과 모니터링의 거점으로 광주가 매우 전략적인 위치라는 판단하에 이곳에 기관이 설립되었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예찰, 감시, 방역, 진단 연구, 백신 개발, 대응체계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며, 질병관리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동물, 생태계의 건강을 함께 지키는 국가 차원의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uestion_02
질병대응팀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질병대응팀은 야생동물 질병 발생 시 현장 대응과 방역 조치의 중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질병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출동해 시료를 수거하고, 서식지나 구조시설, 수렵장 등에 대한 방역과 관리 조치를 시행합니다.
또한 역학조사, 예찰기법 연구, 야생동물 질병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을 통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 발생 정보의 분석과 통계를 정리해 대응 역량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주요 질병에 대해서는 백신 개발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감염병 위기 시 관계기관과 협력해 공동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I 바이러스의 숙주동물(큰고니, 큰기러기)
(출처 :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Question_03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철새의 번식지에서 변이를 거쳐, 가을철 이동 경로를 따라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9월은 철새들이 국내 주요 서식지를 거쳐 남하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철새 도래지 및 AI 감시체계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철새가 보유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형 16종 × N형 9종 조합)에서 유래하며, 이 중 일부가 고병원성으로 변이되어 닭·오리 등 가금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H5, H7형은 고병원성으로 분류되며, 일부는 포유류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있어 철새를 통한 AI 유입 경로에 대한 감시가 매우 중요합니다.
AI(H7N9)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출처 : WHO)
철새는 단순한 생물다양성 보전의 대상일 뿐 아니라, AI 방역의 중요한 관문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9개의 주요 철새 이동경로(플라이웨이)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동아시아-호주(EAAF), 중앙아시아, 태평양 철새 이동경로 등 3개 경로가 중첩되는 지역입니다. 특히 시베리아는 이러한 철새 경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유럽·중국·미국 등지에서 유행한 AI 바이러스가 이곳에서 섞여 겨울철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AI 감시체계는 크게 해외 사전 예찰, 국내 도래지 모니터링, 유전자 분석, 정보 공유 네 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몽골 현지 포획망 설치 및 분변 채취
(출처 :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우선 여름철에는 몽골 동부 지역 등 철새 번식지에서 포획을 통해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분변 및 혈액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합니다. 이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몽골 국립 수의대 등 현지 기관과 협력해 수행하며, 국내 유입 전에 철새의 이동 경로와 감염 여부를 추적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됩니다.
국내에서는 매년 9월부터 철새가 도래하기 시작하며, 김포·철원·서해안 일부 지역은 주요 초기 기착지로 집중적인 예찰이 이뤄집니다. 환경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조사원들이 전국 약 102개 철새 도래지에서 약 1만 건 규모의 분변 예찰을 실시하고 있으며, 철새 포획도 연간 1천 마리 내외로 허가 범위 내에서 수행됩니다. 포획된 개체는 혈액을 채취한 뒤 방사하며,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및 병원성 판별을 위해 전장 유전체 분석이 활용됩니다.
AI 시료채취 과정 및 조류 부검
(출처 :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또한 철새 폐사체가 발견되면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여부를 파악하고, 양성 판정 시 관계기관에 통보되어 농장 방역 등 대응 조치로 이어집니다.
한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국제 철새 정보 협의체인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와도 지속적으로 정보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철새 모니터링을 통한 AI 선제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uestion_04
과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주로 조류나 가금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변이를 통해 야생 포유류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며, 감염 범위와 위협 수준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WHO는 AI를 차세대 팬데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숙주 확장 및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계신지요?
인체 감염 가능성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분명히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숙주 특이성이 강해 대부분 조류에만 감염되지만, 일부 유형(예를 들어 H5, H7, H9, H1 등)은 변이를 거쳐 포유류나 사람에게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분류됩니다.
최근에는 과거 감염 사례가 드물었던 포유류에서의 감염 보고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에서는 젖소, 물개, 심지어 고래에서도 H5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 3월 전남 화순의 야생 삵에서 H5형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바 있습니다. 이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국내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그에 따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서는 기존에 제한적으로 진행하던 야생 포유류 대상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너구리, 족제비, 삵 등 야생동물의 폐사체 신고나 구조 사례를 표본으로 감염 여부를 선별 조사하고, 고위험 지역에서는 신속한 방역 조치와 출입 통제를 통해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부 표본조사 위주였다면, 지금은 시료 수와 조사 지역을 확대해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감시 체계로 전환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AI는 단순히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제적인 여행·물류·무역 등을 통해 언제든 국경을 넘어 유입될 수 있는 감염병입니다. 과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상륙했듯, 해외 발생 상황도 국내와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상시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Question_05
철새는 남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오가는 생물인 만큼, 감염병 확산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EAAFP의 회원국에 북한도 포함되어 있던데, 북한을 포함한 국제공조를 통해 AI 감시체계를 강화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요?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이걸 하자"고 해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에서 소통과 공감이 먼저 이뤄져야 그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는 통일부나 관계 부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잘 모르니까 혹시 "이게 북한이 문제 아니야?"라는 식의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협력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감염병이나 재난 대응 같은 건 함께 하면 좋은 일인데, 소통이 되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순수 연구 차원에서는 북한에도 유능한 연구자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과의 소통이나 협력도 가능하다면 좋겠다고 보이며,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정확한 조사나 근거없이 감염병 확산과 영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떠한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통을 통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야한다고 보이며, 남북 간 여건이 조금씩 나아진다면, 그때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도 하나둘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Question_06
우선 남북관계에서의 소통과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조사한 결과, 감염병 대응 차원을 넘어 철새 보호를 통한 생태계 회복력 강화나 자연 기반의 재난 완화 기능 측면에서도 남북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철새에게 꼭 필요한 휴식·서식지(서해안 갯벌, DMZ, 한강하구 등)는 홍수·폭우 완화, 수질 정화 등 자연기반 재난 방지 역할도 수행하는 만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에도 북한과의 정보 공유 필요성이 크다고 확인했는데, 어떤가요?
감염병이라는 건 사실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북한도 당연히 철새가 오갈 텐데, 특별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결국은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연구하고, 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정도겠죠. 농장 차원에서는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게 가장 기본이기도 하고요.
ASF 바이러스의 숙주동물(흑맷돼지, 유라시아 맷돼지)
(출처 : CDC)
ASF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인데, 1957년 유럽으로 한 번 넘어갔다가 90년대 후반쯤 종식됐고, 다시 2007년 조지아를 거쳐 확산됐습니다. 오염된 기내 음식물 잔반이 돼지 농장에 들어간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후 동유럽, 서유럽,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확산됐습니다.
북한은 2019년 5월, 자강도 협동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현 WOAH)에 단 한 건을 공식 신고했습니다. 북한은 원래 AI를 비롯한 질병을 잘 신고하지 않는데, 그때는 왜 신고했는지 지금도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그게 유일한 공식 사례였고, 그 이후로는 전혀 정보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중국을 통해 간접적인 정보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간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 모두 원활하지 않으면서 그 통로도 막힌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북한 관련 수의사 단체나 일부 학자들과 비공식적인 소통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연결도 거의 단절된 상태입니다. 국내에 있는 탈북 수의사 모임에서 들은 비공식적인 정보에 따르면, 2019년 당시 이미 평양 이남까지 ASF가 확산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맷돼지에서 ASF 임상증상
(눈주위 출혈, 피부의 충출혈)
(출처 :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9월 16일, DMZ 인근에서 ASF가 처음 발생했는데, 접경 지역의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당시는 집중호우가 있었던 시기였는데, 북한 지역의 폐사체 일부 조직이 물에 떠내려오면서 감염이 확산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2020년에 발표한 중간 역학조사 보고서에서도 여러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확증이 있는 건 아닙니다.
질병청 사례를 보더라도, 말라리아 때문에 접경 지역에서는 아직도 헌혈 제한이 있을 정도로 감염 사례가 계속되고 있잖아요. 결국 북한의 질병 발생 정보가 정말 중요한데, 지금은 그게 전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농림부든 질병청이든 정보가 있어야 대응도 가능한데, 현재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과의 정보 교류나 공유는 통일부 같은 관계 기관에서 역할을 해주셔야 저희도 대응 체계를 제대로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내 ASF 확산 지역 범위
Question_07
DMZ에서 ASF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와 지금처럼 감염 범위가 경북, 부산까지 확산된 상황은 대응 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피해가 심각해지기 전에 막기 위한 대응 체계는 어떤 점에서 달라졌나요?
네, 정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ASF가 처음 발생했던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는 신속한 현장 대응 중심이었어요. 해당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포획·수색을 강화했죠. 당시엔 엽견 사용도 금지됐고, 기관 간 협조 체계도 집중적으로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ASF는 세계적으로도 장기간 지속되는 질병이라, 이런 초기 대응만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한계에 곧 부딪혔습니다. 발생 지역이 넓어지면서 모든 현장에 신속히 대응하는 게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울타리 설치와 폐사체 수색, 포획 병행 체계로 전환됐습니다. 울타리는 확산을 완전히 막는다기보다, 대응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고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ASF 실시간 모니터링
그러다 2022년부터는 전국 단위의 상시 감시 체계로 대응 전략이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발생 지역은 100%, 비발생 지역은 30% 정도만 조사하던 것을, 전국 전수 조사로 확대해 시료 수가 7만 건 이상으로 늘었죠. 이후 전국 모든 멧돼지 사체는 개인이 수렵하거나 소유할 수 없고, 실험 분석 후에만 처리됩니다.
이와 함께 2024년에는 인위적 확산 방지를 위한 추가 조치도 시행됐습니다. 부정신고를 막기 위해 멧돼지 유전자 분석을 도입해, 동일 개체를 중복 신고하거나 타 지역 개체를 허위 신고하는 사례를 걸러내고 있습니다. 연 3천 건 이상의 유전자 분석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데이터는 감염 경로 추적에도 활용됩니다.
ASF 예찰 (출처 :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또한 대응의 과학화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열화상 드론과 전략적 포획 방식을 도입해, 드론으로 멧돼지 위치를 파악하고 엽사에게 실시간 정보 제공이 가능해졌습니다. 심지어 새끼 멧돼지 소리를 녹음해 접근 시 멧돼지가 경계하지 않도록 하는 음향 실험도 병행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폐사체 탐지견 운영도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2023년부터 본격 운영된 탐지견은 살아있는 개체를 쫓지 않고, 죽은 멧돼지만 후각으로 탐지하도록 훈련돼 있어 폐사체 수색의 효율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현재 10마리가 운영 중이며, 추가 확충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국내 ASF 확산세 그래프
이러한 다층적인 대응 노력 덕분에, 2024년 하반기부터 ASF 확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계절적으로 발생이 많아야 할 2025년 1~2월에도 확진 사례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전수 감시, 전략적 포획, 탐지견 운영, 인위적 오염 방지 등 대응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Question_08
ASF는 야생 멧돼지뿐만 아니라 사육돼지에서도 발생하고 있고, 먹거리 안전과도 연결되는 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서 대응하시면서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나 주의가 많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SF는 발생 시점이나 장소를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장 대응 인력은 항상 긴장 상태로 근무하게 됩니다. 저희 팀은 인원이 많지 않아 몇 명이 현장에 나가면 남은 인원이 기존 업무를 전부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발생 지역이 대부분 산지나 외딴 지역에 위치해 있어, 무더위나 한파 속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환경적인 어려움도 큽니다. 실제로 벌레에 쏘이거나, 미끄러져 부상을 입거나, 차량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한 전국 전수 감시 체계로 전환되면서 분석해야 할 시료가 급격히 늘어나, 데이터 관리와 분석 부담도 상당합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저희는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전수 감시, 전략적 포획, 인위적 확산 방지 대책 등을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대한민국 지식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었는데, 과학적 조사·분석 기법을 도입하고 현장 대응의 효율성을 높인 점이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성과는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임해 준 직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저희에게도 큰 자부심과 보람이 되었습니다.
Question_09
어려운 환경에서 대통령상 수상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최근 ASF 백신과 관련해 미끼 형태의 야생동물용 백신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어느 정도로 개발 된 건지, 향후 현장 도입 가능성 등 계획이 어떻게 될까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약 18만 베이스페어에 달하는 대형 바이러스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약 3만 베이스페어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큰 셈이죠. 이처럼 구조가 복잡해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백신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2021년부터 도전적으로 야생동물용 ASF 백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22년 국내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에서 후보주를 선발해 안전성과 방어효과를 평가했고, 그 결과 'MC01'이 탁월한 효과를 보여 현재 필리핀에서 현지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실험 단계에서는 현재 유행 중인 G2형 바이러스에 대해 99% 이상의 방어율을 보였고, 최근에는 중국발 변종(G1·G2 재조합형)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를 착수했습니다. 이 변종에 대해서는 70% 이상의 방어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8월 중 공격접종(Challenge test)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ASF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출처 : CDC)
ASF는 국가 경계를 넘어 확산되는 국제적 문제입니다. 유럽에서도 17개국이 참여하는 'ASF 백신 연구 협의체'가 2024년 발족해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실제로 2024년 한 해에만 유럽 야생멧돼지에서 7천 건, 올해 상반기에만 6,900건의 ASF가 발생했고, 독일·폴란드·리투아니아·이탈리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세계 최초로 G2형에 대한 고효율 백신 후보를 개발한 것은 국내 방역 역사뿐 아니라 국제 ASF 대응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은 모돈, 야돈, 자돈, 임신돈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으며, 변종 바이러스 방어율 평가와 대규모 야외 임상시험만 마치면 개발이 완료됩니다. 이후에는 사육돼지용 주사 백신에서 미끼형 백신으로 전환하는 연구를 통해, 야생멧돼지 확산 차단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완성된다면, 이는 단순한 국내 방역 역량 강화를 넘어 전 세계 ASF 대응에 기여하고, 학술적·산업적·국가적 위상을 모두 높일 수 있는 쾌거가 될 것입니다.
Question_10
전세계 최초 ASF 백신이라니, 자랑스러운 결과이네요. 저 역시 자부심이 샘솟는 것 같습니다. 아까 통일부가 남북관계에서 공감대 형성과 정보 공유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질병 대응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또 조심스러운 말씀이시겠지만 앞으로 통일부의 협력 체계가 어떻게 마련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남북과 주변국 간 질병 대응은 정치적인 사안과도 맞물려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요청드리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 간 소통과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SF나 AI와 같은 야생동물 질병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 러시아, 몽골 등과도 연결된 국제적인 문제입니다. 각국이 신속한 확인·감시 결과를 공유하고, 초기 차단 방역이나 소독 등의 조치를 적시에 취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북한, 중국, 러시아처럼 접근이 쉽지 않은 국가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통일부에서 정보 공유와 협력 기반을 마련해 주신다면 이후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개성공단 환경조사 차 방북했을 때, 북한 참사와 정이 들어 수육과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다시 그런 날이 찾아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