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DD+에서 PFI까지,
기후위기 시대의
남북 산림협력 로드맵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과 산사태가 잦아지며, 숲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림은 이러한 재해를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이자, 남북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협력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번 '한반도 재해·재난 대응 협력' 코너에서는 국립산림과학원 박소영 연구사님을 만나 숲을 지키는 일이 어떻게 남북의 평화와 기후위기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글. 김건주, 장예원 대리

Question_01
국립산림과학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 그리고
연구사님께서는 어떤 일을 맡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려요.
국립산림과학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림을 연구하는 국립 연구기관이에요. 우리나라의 산림 정책이나 산림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래산림전략연구부 산림전략연구과의 남북산림협력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앞으로 남북이 산림 분야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산림 현황, 정책, 제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Question_02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산림 협력이
먼저 논의됐다고 들었어요. 어떤 배경이 있었던 건가요?
남북이 산림 협력을 제일 먼저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남한에서 북한 산림에 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축적돼 있었기 때문이에요. 북한 산림 모니터링은 1999년부터 시작됐고,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연구가 이어졌어요. 그렇게 약 20년간 쌓인 자료를 토대로 2018년에 남북이 협력 의제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uestion_03
현재 북한의 산림은 어떤 상태인가요?
저희가 1999년, 2008년, 2018년 세 시점에서 북한 전역의 산림을 모니터링했어요. 그중 2008년이 가장 황폐했어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로 벌목이 많아지면서 산이 망가졌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2018년에는 황폐화 속도가 조금 느려졌어요. 김정은 정권 이후 '산림복구전투'를 추진하면서 조금씩 회복세가 나타났습니다. 동네 야산 같은 곳에서 조림 흔적이 확인됐고, 나무가 자라나는 모습이 위성영상으로도 보였어요.

김정은 시기 산림복구정책과 결과
(출처 : '기후위기에 따른 북한 산림·자연재해 현황과 남북 공동대응 방향', 북한바로알기아카데미('24.10.31.) 박소영 연구사 강의자료)
Question_04
북한의 '산림복구전투'라는 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나요?
북한은 2015년부터 2044년까지 '국가 산림건설 총계획'을 세웠어요. 그중 첫 10년을 '산림복구전투' 기간으로 정해 집중 복구를 추진했죠. 당, 인민군, 과학기술 조직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적 사업이었어요.
올해(2025년)는 북한이 '완충의 해'라고 표현하면서 부족했던 지역을 보완하는 시기로 두고 있고, 2026년부터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림복구전투 이후 산림 복구 및 회복 유형(구글 위성 자료 활용)
(출처 : '기후위기에 따른 북한 산림·자연재해 현황과 남북 공동대응 방향', 북한바로알기아카데미('24.10.31.) 박소영 연구사 강의자료)
Question_05
산림복구전투가 실제로 효과가 있었나요?
지역별 편차가 커요. 어떤 곳은 조림이 잘 되어 있고, 어떤 곳은 여전히 황폐해요. 북한은 조림 면적이 160만 헥타르에 이른다며 성과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건설용 목재 수요로 나무를 많이 베어 쓰기도 하거든요.
또 조림 면적에는 도시공원 조성도 포함돼 있어서, 실제 산림 복원 정도는 지역마다 다릅니다. 도심이나 마을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을 '원림화', 산에 나무를 심는 것을 '수림화'라고 하는데요. 원림화와 수림화를 통해 도시와 산을 동시에 녹화하는 것을 목표하는 것 같아요.

북한의 산림재해 현황 - 산사태
(출처 : '기후위기에 따른 북한 산림·자연재해 현황과 남북 공동대응 방향', 북한바로알기아카데미('24.10.31.) 박소영 연구사 강의자료)
Question_06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자연재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산사태, 토사유출, 하천 범람 같은 자연재해는 대부분 산림 황폐화에서 비롯됩니다. 산이 물을 잡아주지 못하니까 토사가 쓸려 내려가고, 하천이 넘쳐 도시가 침수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죠. 기후위기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남북 모두 이런 피해가 늘고 있어요. 그래서 북한도 최근에는 재해관리 체계를 상설화했어요. 과거엔 비상시에만 운영하던 조직이었는데, 지금은 중앙에서 기상예보·복구·관리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Question_07
그렇군요. 남북산림협력 방안에 대한 주제로 넘어오자면
첫 번째 질문으로 2018년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는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4가지 의제가 있었어요. 병해충 공동방제, 양묘장 현대화, 임농복합경영, 과학기술 교류입니다. 그중 병해충 공동방제는 실제로 협력이 이뤄졌어요. 우리나라 병해충 약제를 북한에 보냈고, 기술자들이 금강산과 개성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어요. 양묘장 현대화는 기자재까지 준비했지만, 제재 문제로 반출하지는 못했어요. 북한은 이후 자체적으로 각 도 단위에 스마트 양묘장을 세웠다고 합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소나무 공동 식수(출처 : 대통령기록관)
Question_08
최근 통일부 장관께서도 과학기술 교류를
많이 강조하시던데, 2018년 당시에는 어떤
과학기술 협력이 논의됐나요?
당시 북한이 산림과 관련해서 요청했던 과학기술 분야가 몇 가지 있었어요. 하나는 임농복합경영과 관련된 기술, 그리고 또 하나는 위성을 활용한 과학적인 산림 경영 기술이었어요. 이런 부분들에 초점을 맞춰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남북이 서로의 기술 수준과 필요를 공유하면서,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북한이 요청하는 기술을 어떻게 맞춰볼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수준이었어요. 즉, 원칙적으로는 남북이 서로 보유한 기술을 비교하고, 현실적으로 교류 가능한 부분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Question_09
임농복합경영은 어떤 개념인가요?
산에 나무를 심으면서 농작물을 함께 재배하는 방식이에요. 북한은 산이 많고 식량이 부족하니까 이런 과도기적 경영 방식을 택했어요. 저희 국립산림과학원은 임농복합경영과 관련하여 북한 각 지역의 지형과 기후에 맞는 수종과 작물을 연구하고, 주민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임산물 가공이나 재배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콩이나 옥수수 같은 작물보다는 산나물이나 약용식물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함께 재배하도록 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Question_10
주민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산림을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하시면,
경제적인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 건가요?
북한은 산을 여러 용도로 활용하는데요. 우리나라 산은 관상용이나 휴식용이지만, 북한은 땔감, 열매, 식량 등 생활자원으로 쓰이죠. 그래서 '이용림'이나 '경제림', '열매림' 같은 개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땔감이 필요한 마을에는 빨리 자라는 포플러 같은 나무를 심어서 '뗄감림'을 조성하고,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지역에는 오미자 같은 수종을 심어 ‘열매림’을 만드는 식이에요. 이렇게 하면 주민들은 필요한 나무를 정해진 구역에서만 사용하고, 다른 산림은 보호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산불피해방지 정보체계 및 평양 산불관리 지휘소
(출처 : '기후위기에 따른 북한 산림·자연재해 현황과 남북 공동대응 방향', 북한바로알기아카데미('24.10.31.) 박소영 연구사 강의자료)
Question_11
DMZ 산불 대응이나 병해충 방제 분야에서는
남북 대응 협력 체계가 있나요?
2018년 남북 간에 '재해 공동대응'을 위한 약속이 있었어요. 그래서 남쪽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북한에 그 사실을 통보합니다. 특히 고성처럼 대규모 산불이 나면, "북쪽으로 불길이 번질 수 있다"는 내용을 방송으로 알리거나, 통신이 끊긴 경우에는 실제로 확성기나 스피커를 이용해서라도 전달한다고 합니다.
산림청은 이런 접경지역 산불에 대비해서 강원도 철원에 산불전용 헬기 기지를 만들어 두었어요. 헬기가 바로 출동해 남측 지역의 불길을 끄고, 만약 남북 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DMZ 내부까지 진입해 진화 작업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10대를 목표로 했는데, 현재 몇 대가 이미 배치되어 있다고 해요. 이 헬기들은 동해안 등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도 출동해서 실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산불 확산을 막는 데 관심이 있어요. 다만 지형적으로 남한 동쪽의 산불이 번지는 경우, 북한 쪽에는 민가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긴급성은 덜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불길이 금강산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고, 바람의 방향이 점점 불규칙해지면서 위험성이 커지고 있어서, 북한도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산불보다 병해충 방제 분야에도 점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기후변화로 해충이 빠르게 번지다 보니까, 새로 조림한 어린 나무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거든요.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산림병해충 방제'를 국가적 과제로 강조하고 있어요. 실제로 2018~2019년쯤 '시베리아송충(씨비리송충)'이 백두산 일대에서 대규모로 번졌을 때, 하루에 수십 그루의 나무를 갉아먹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고 합니다. 당시 북한은 FAO 등 국제기구에 약제 지원을 요청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방제 지원을 검토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실행되지는 못했어요.
이건 단순히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러시아·북한으로 이어지는 북방 삼각 지역 전체가 함께 겪는 현상이에요. 그래서 북한·중국·러시아가 공동으로 방제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기후위기로 인해 예전에는 '북상화'되던 병해충이 이제는 남하하거나 양방향으로 확산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요. 즉, 남북이 따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남한도 병해충 예찰 시스템이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데, 북한도 자체 예찰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해요. 다만 기술적·인프라적 한계로 실시간 모니터링 수준은 다를 수 있겠죠. 이런 이유로 남북이 병해충 예찰 데이터를 공유하고, 조기경보체계를 협력 구축한다면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재해·재난 대응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uestion_12
국제기구를 통한 남북 협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국제기구를 통한 남북 협력은 매우 중요해요. 남북관계는 늘 오르락내리락하잖아요. 잘 될 때는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완전히 막히기도 합니다. 그럴 때 국제기구가 남북관계를 보증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또 남북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국제기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을 이어가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국제기구의 효용성과 역할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예전부터 국제기구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어요. FAO(유엔식량농업기구)나 UNDP(유엔개발계획) 같은 국제기구 사무소가 평양에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인력이 철수하면서 아직까지 사무소를 다시 열지 못한 상태입니다. 다른 유엔 회원국 대사들은 일부 복귀했지만, 유엔 기구들은 여전히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 쪽에서는 북한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제안하고 있어요.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받은 건 결핵약이나 위생용품 같은 일부 의약품뿐이에요. 그 외에는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북한이 국제기구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주목되고 있어요. 당장은 내년 초까지는 상황이 쉽지 않을 것 같고, 9차 당대회가 끝난 뒤에야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REDD+ 사업
(출처 : '기후위기에 따른 북한 산림·자연재해 현황과 남북 공동대응 방향', 북한바로알기아카데미('24.10.31.) 박소영 연구사 강의자료)
Question_13
REDD+와 같은 국제 산림 협력 모델과 연계해
남북 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레드 플러스는 산림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그만큼의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국제 협력 메커니즘이에요. 사실 북한은 예전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관심이 많았어요. 2000년대 초반부터 CDM(청정개발체제) 관련 사업을 추진했고, 파리협정 이후에도 스스로 감축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북한은 저탄소 배출국이지만, "국제사회가 지원해주면 더 많이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어요. 이건 기후변화 대응과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외 감축분을 활용하고 있어요. 국내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개발도상국과 협력해서 상호 감축을 인정받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같은 한반도 안에서 남북이 함께 감축 사업을 하면 훨씬 효율적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레드 플러스를 남북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로 제안했습니다.
Question_14
그럼 실제로 북한과 논의된 적이 있나요?
2018년에는 논의하지 못했어요. 그때는 레드 플러스가 아직 제도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거든요. 이후 2019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회의에서 "남북이 함께 레드 플러스를 추진하자"는 취지로 언급했지만, 이후 교착 국면이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논의로 발전하지는 못했습니다.
Question_15
만약 추진된다면 남북 모두에게 이득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레드 플러스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협력'이에요. 북한이 산림 복구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그로 인한 탄소 배출권을 남북이 분배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50대 50 정도로 나누는 형태죠. 이렇게 되면 남한은 감축 실적을 확보하고, 북한은 국제 지원과 기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존의 병해충 방제나 식량 지원 같은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기후 협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호이익적 남북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uestion_16
REDD+ 외에도 산림 협력이 환경 보호를 넘어
평화나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모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레드 플러스(REDD+)뿐 아니라 PFI(Peace Forest Initiative, 평화의 숲 이니셔티브)라는 개념도 있어요. 이건 갈등 지역의 산림을 함께 가꾸면서 서로의 이해를 넓히고 평화를 증진시키는 국제 협력 방식이에요. 접경지 중에서는 DMZ가 가장 적합한 지역이에요. 민가가 없고 숲이 잘 보존돼 있지만, 지뢰가 제거된 GP 철거 지역부터 조림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역은 민간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고, 생태 치유나 관광 등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돼요. 북한도 요즘 생태관광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숲을 잘 보전하고 트레킹 같은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Question_17
그렇군요. PFI는 처음 듣는데, 오늘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워 좋습니다. 남북 산림협력이 재개된다면,
산림과학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현재 진행 중인 레드 플러스(REDD+) 연구를 내년까지 이어가고 있어서, 우선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싶어요. 이제는 단순히 "북한에 나무를 심어주겠다"는 식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사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 연구와 함께 산림을 활용한 관광, 생태산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추진하고 싶어요. 또 남북이 분단돼 있지만 백두대간처럼 하나로 이어진 공유 산림 생태계를 함께 가꾸고 보전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속에는 멸종위기종 같은 생물도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이런 연구가 결국 미래 세대에게 좋은 자산을 남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uestion_18
마지막으로 웹진 독자분들,
특히 청년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옛날에는 남북 통일이나 평화 같은 건 정치인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지도자가 만나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봤죠. 그런데 제가 산림을 연구하면서 느낀 건, 아주 사소한 분야에서도 통일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거예요.
저는 북한학과 출신이라 예전엔 통일 정책의 변화 같은 것을 연구했는데, 이제는 생태계나 자연환경, 기후위기처럼 생활 속에서 통일을 고민하게 됐어요. 그래서 독자분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통일을 조금이라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정치인들만의 영역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과학기술이에요. 과학기술은 협력할 여지가 정말 많아요. 우리나라가 위성을 쏘면 한반도 전체가 다 찍히잖아요. 그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고 같이 활용하면 좋겠어요. 어차피 계속 카메라는 돌고 있으니까요. 북한도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고, 새로운 경제 발전의 모멘텀으로 삼고 있어요 서로 관심이 많으니까 이런 건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북한의 산도 마찬가지예요. 북한의 산림이 황폐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전체 산림의 70% 이상은 훼손되지 않았어요. 그런 지역은 보호림으로 지정돼서 주민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데, 그런 숲을 함께 잘 가꾸면 좋겠어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처럼 한반도의 산은 이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멸종위기종이나 제주도의 구상나무 같은 식물들을 북쪽에 '피난림' 형태로 옮겨 보존한다면, 생물 다양성 보전에도 도움이 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의미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