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금강산 관광 이야기

기획연재 '사진으로 보는 그 때, 그 순간' 세 번째 순서로 금강산 관광 이야기를 준비하였습니다. 남북교류 상징의 공간인 금강산으로 지금부터 떠나봅시다!

글. 현대아산 백천호 경협사업본부장
사진. 현대아산

현대, 금강산을 열다

< 1989년, 금강산관광 등을 포함한 의정서 체결 >

현대 정주영 회장은 우리 정부의 '북방정책'이 한창 진행되던 1989년 경제인 최초로 북한의 평양을 방문하였습니다. 북측의 고위층과 면담을 통해 <의정서>를 체결하였고, 의정서에는 금강산지구 관광개발, 소련의 시베리아 공동개발, 원동지구 공동진출이 담겨있었습니다. 특히, 금강산지구 관광개발 관련해서 '남측에서 금강산지구 관광을 위하여 들어오는 사람들은 양측 당국의 심사증을 받아 동부지구 군사분계선을 통과하여 왕래하기로 하였다'. 라는 중요한 문구가 담겨있었습니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그 당시 군사분계선을 통해 금강산을 왕래한다는 내용은 파격적이었고, 이 합의 문구는 향후 금강산 육로관광의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 1998년, 500마리의 소와 함께 북한 방문 >

1998년 6월, 현대 정주영 회장은 500마리의 소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현대그룹은 그 이후에도 2차례 더 소떼 방북을 하였으며, 최종 1,501마리의 소를 북에 보냈습니다. 끝을 상징하는 "0"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1". 그 "1"이라는 숫자가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가 금강산사업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1998년, 금강산으로 출항하는 금강호 >

1998년 11월 18일, 마침내 50여 년간 끊어졌던 남북의 뱃길이 열렸습니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를 극복하고 공동의 번영을 위해 협력하자는 남북경협사업의 첫 결실인 만큼 엄청난 관심 속에 그 첫 운항을 시작하였습니다. 오후 5시 42분 동해항을 출발한 '현대금강호'는 공해로 나가 직선항로를 타고 5~10노트의 속력으로 북측을 항하였습니다. 관광객들은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갑판에 나와 서성이는 등 곧 금강산을 오르게 된다는 감격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현대금강호는 남북의 뱃길을 12시간에 걸쳐 달린 끝에 드디어 북측의 고성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이 광경은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널리 퍼져갔습니다. 이틀 후 두 번째 관광선이 떠나던 날 저녁, 서울에 도착한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숙소인 신라호텔에서 TV보도를 통해 관광선 출항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이튿날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매우 신기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고 말하였습니다. 클린턴의 이 발언은 IMF의 위기 속에서 한반도 위기를 외치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안보 불안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던 사람들의 마음을 변하게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 1999년, 현대아산 창립 기념식 >

1999년 2월 5일,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현대아산이 창립되었고, 대규모 창립기념식 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정주영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남북경협사업은 남북이 각자 우위에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서로 교류하여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동반자적 협력시대를 열어갈 것임"을 다짐하였습니다.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의 창립기념행사를 통해 그동안 사업단의 형태로 운영해 온 남북경협사업을 확대, 발전시켜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또한 분단 이후 민간 차원에서는 최초로 남북경협 전문회사를 설립함으로써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 2003년, 금강산 육로 답사 >

2002년 11월, 현대 정몽헌 회장은 북측과 금강산 육로관광을 합의하였습니다. 기존의 해로관광보다 육로관광은 상징적인 측면 뿐 아니라 경제성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군사적으로 긴장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는 육로관광의 첫 시작, 합의를 이끌어 낸 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2003년 2월, 정몽헌 회장은 금강산 육로 답사를 실시하였습니다.

< 2003년, 금강산 육로관광 개시 >

2003년 9월, 드디어 본격적인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되었습니다. 1953년 군사분계선이 설치된 지 50년, 1989년 현대가 대북사업을 꿈 꾼지 14년 만에 그리고 1998년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누구도 감히 생각지 못한 '휴전선 넘어 북으로의 육로'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금강산 육로관광은 현대아산의 남북경협사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육로관광이 실현됨에 따라 금강산관광상품 역시 당일, 1박 2일, 2박 3일 등 다양하게 개발되었고,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현대아산의 경영여건은 점차 개선되었습니다.

< 2005년, 금강산관광객 100만 명 돌파 >

육로관광이 순조롭게 정착되면서 1998년 11월 18일 '금강호'가 출항하여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이래 2005년 6월 7일, 관광객이 100만 명(해로 관광객 55만 7,681명, 육로 관광객 44만 3,90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2005년,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원산 면담 >

현정은 회장은 2005년 7월 12일부터 17일까지 금강산을 방문하였습니다. 방문일정 중인 16일 원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오찬을 나누었습니다. 이 면담에서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두산 관광, 개성 시범관광 등을 협의하였으며, 금강산 내금강구역 노정 확대, 원산 관광, 북측의 주요 명승지 관광에 대해서 점차 확대 검토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금강산에 한정되었던 북측 관광 루트가 東(금강산)·西(개성)·北(백두산)으로 확장되었습니다.

< 2006년, 내금강 답사 진행 >

2005년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을 기반으로 2006년 5월 27일, 마침내 금강산 내금강 지역 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1998년 금강산 관광 개시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현정은 회장을 포함한 관광공사, 조계종 관계자 등 총 30여 명이 참가하였고, 북측 아태와 국제관광총회사 관계자도 동행하였습니다.

내금강 구역은 기암절벽이 이루는 산악미가 장관인 외금강 구역과 달리 여러 갈래 계곡과 수많은 폭포 등 우아한 계곡미가 일품인 곳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장안사, 표훈사, 보덕함, 마하연 등 유명 사찰과 다양한 문화유적이 많아 본 관광이 실시되면서 금강산의 절경 감상뿐만 아니라 문화유적 체험도 가능해져 금강산관광이 새롭게 활성화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 >

더불어,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2002년 4차 상봉부터 2018년 21차 상봉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열리는 날 금강산은 항상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이산가족상봉 대상으로 선정되면, 선정자들은 휠체어와 이동침대에 의지해서라도 상봉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다시는 언제 볼지 모르는 남북의 가족들을 보기 위해 금강산을 찾았던 이산가족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오래오래 건강히 사셔서 꼭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금강산은 아직 그대로 있다

(사진 : 금강산 사진작가 이정수)

<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 >

< 팔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전해오는 상팔담 >

< 조선의 3대 폭포인 구룡폭포 >

< 만 가지의 모습을 보이는 만물상 >

금강산은 계절마다 이름이 다르게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으로 유명합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벌써 17년이 되었지만, 금강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계절 옷을 갈아입으며 아름다운 광경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강산을 넘어 원산으로!

2025년 7월, 북측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대규모 리조트를 준공하였습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천혜의 백사장과 다양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서 앞으로 북측의 관광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남북관계가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남측의 관광객들이 원산을 방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나, 머지않은 시점에 우리도 원산 관광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해 봅니다.

지난 9월 22일 현정은 회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공식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금강산관광,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던 2004년 개성공업지구에서 열린 첫제품 생산기념식에서 만났으며, 그 후에도 금강산관광, 개성공업지구 사업의 주요시점마다 면담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정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북에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크게 개발했던데 원산과 금강산을 연계해서 관광이 다시 시작됐으면 한다"고 하였고, 정동영 장관도 "금강산과 원산을 연계한 관광이 현실적이고, 실현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현대는 지금 <원산~금강산~속초>를 연계하는 관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경색된 남북,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머지 않은 시점에 금강산, 원산을 방문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현대의 마음은 지금 금강산을 넘어 원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