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의 변화와
반려동물 인식

문학과 일상에 나타난
인간-동물 관계의 재구성

글. 통일연구원 이지순 연구위원

1. 애완에서 반려로 :

인간-동물 관계 인식의 변화와
북한의 특수성

21세기에 들어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동물은 더 이상 소유물이나 오락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존재로 인식되며, 이는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대체된 데서 잘 드러난다. 펫팸족(Pet-Family 族), 펫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와 같은 용어는 동물을 가족처럼, 혹은 인간과 동등하게 가족으로 대우하는 신조어이며 펫코노미(Pet+Economy)라 부를 정도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반면 북한에는 반려동물 개념이 없다. 동물은 주로 집짐승이나 가축으로 불리는 실용적 대상이자 노동력과 생존 자원의 가치가 우선한다. 그럼에도 북한 문학에 서술되는 개와 고양이는 소와 돼지, 닭, 오리처럼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동물에 대한 서술과 다른 지점이 있다. 특히 개는 일상에서 인간과의 정서적 관계 중심으로 묘사된다. 북한은 '단고기'를 민속음식으로 장려하지만, 문학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서술하지 않는 역설이 있다. 이는 공식 담론과 다른 차원에서 북한 사회의 의식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2. 북한 문학 속 동물 표상 :

고양이의 관찰과 개의 친밀성

오늘날 반려동물의 범주는 다양해도, 일상에서 빈번하게 마주하는 동물은 개와 고양이이다. 흔히 말하는 '고양이 집사'는 북한 문학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양이걸음", "고양이 앞의 쥐걸음", "고양이 젓갈종지에 덤벼들 듯", "눈먼 고양이 갈밭 헤매듯"과 같은 표현은 고양이의 습성을 관찰해야만 나올 수 있다. 매우 바쁘고 일손이 부족한 상황을 비유할 때는 "고양이손도 빌려쓴다는 모내기철"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비유나 속담이 관찰과 비유에 근거하고 있다면, 개는 일상 생활공간에서 함께하는 모습으로 출현한다. 아이들 주변을 쫄랑거리는 '복슬강아지', 논에 함께 나가 흥이 나서 괜스레 짖어대는 강아지, 혹은 주인의 슬픔을 알아채 손등을 핥으며 위로하는 강아지 등은 인간과의 정서적 유대를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어두워서야 집에 돌아온 나는 대문앞에서 한동안 서성거리였다. 나를 알아보고 어느새 뛰어나온 복슬강아지가 바지가랭이를 물고 안으로 끌어당겼지만"

- 김명호, 단편소설 <학부형위원장>에서
(조선문학, 2015.9)

"발소리를 죽여가며 살금살금 들어가니 줄을 늘여놓고 매놓은 강아지가 멀리서도 나를 알아보고는 짖지 않고 껑충거렸다."

- 황영애, 단편소설 <가풍>에서
(청년문학, 2022.2)

위의 두 구절은 개가 주인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존재로 충성과 순종, 무조건적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에게 충실한 동반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게다가 묶여 있는 강아지라는 부분에서 개를 자유롭게 풀어 기르는 반려동물 문화가 아니라, 집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이 기본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어린이가 등장하는 일부 장면은 정서적 교감이 적극적으로 묘사된다.

3. 어린이와 동물 :

사적 공간에서 실천되는 반려의 실천

"기관차가 흰 김을 뿜으면서 완전히 멎어섰다. 숙영차의 문이 가볍게 열리였다. 문가에 빨간 나비리봉을 단 어린 소녀가 가슴에 복슬강아지를 안고 나섰다."

- 김창옥, 단편소설 <숙영차는 어디까지
왔는가>에서 (조선문학, 1988.11)

소녀의 모습은 도구적 동물관과 다소 결을 달리하는 장면으로, 동물이 사적 공간이나 개인의 감정 영역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반려의 주체가 어린이라는 점에서 이념적 부담이 적은 순수한 감정이자 자연스럽고 무해한 정서 표현으로 허용되는, 아동의 감정 세계에 국한된 예외적 관계일 수 있다. 또한, 열차라는 공공 공간에서 강아지를 안고 내리는 장면은 북한 사회에서 소형 동물의 사적 동반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제도화된 반려동물 문화라기보다 규범의 사각지대에서 가능해진 비공식적, 일상적 관행으로 해석할 수 있다.

4. 생존과 돌봄의 경계 :

가난 속에서 드러나는 동물 인식의 이중성

"강아지는 나를 무던히도 좋아했다. 비록 먹을것을 변변히 주지 못하는 주인이었지만… 날마다 여위여가는 《친구》를 보면서 나는 이제 만약 먹을것이 생긴다면 꼭 왕왕이와 나누어먹으리라 결심다지였다."

- 손유성, 단편소설 <우리 가정>에서
(청년문학, 2022.10.)

고난의 행군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왕왕이'는 이름이 있는 개별적 존재로 승인되며, 인간의 감정에 반응하는 주체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살림 속에서 부모가 강아지를 팔자고 논의하는 장면은 북한 사회에서 동물이 여전히 재산이자 교환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됨을 드러낸다. 가족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부모의 현실적 논리에 대한 소년의 반대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동물을 시장 논리로 환원하려는 부모에 대한 정서적, 윤리적 거부이다. 한편, 어려움 속에서 먹을 것을 나누는 소년의 행동은 희생을 전제로 한 돌봄의 윤리이다. 이는 동물을 동등한 생존의 주체로 인정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이 또한 기차에서 강아지를 안고 내리는 소녀와 마찬가지로 어린이라서 가능한 문학적 허용일 수 있다. 제도나 문화에서 반려동물 개념이 부재한 북한이지만, 소녀와 소년의 행위는 개인의 차원에서 반려에 가까운 윤리적 실천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5. 가시화되는 변화 :

평양 일부 계층의 반려동물 문화

1990년대 후반 평양의 외화 상점에서는 외래 품종의 애완견이 판매되었고, 김정일이 키웠다고 알려진 소형견을 중심으로 실내 애완견 유행이 나타났다. 이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는 상징으로 기능했으나, 애완동물 문화는 곧 '부르주아적 행태'로 규정되어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유행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 러시아 인플루언서가 2024년 4월부터 7월에 올린 영상에는 다른 모습이 들어 있다. 이 인플루언서는 릴스에서 자신이 6개월 넘게 평양에 살면서 북한 주민들이 매일 동물을 산책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본 것은 대부분 작은 개이며, 갈색 푸들이 가장 일반적인 것 같다고 견해를 덧붙인다. 영상에는 목줄을 한 강아지와 산책하고, 눈 내린 공원에서 강아지와 노는 사람 등이 나온다. 문학이 보수적으로 북한 사회 변화를 반영한다면, 러시아 인플루언서가 본 장면은 평양 일부 계층 중심으로 반려동물 문화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6. 제도 밖에서 형성되는

북한 반려동물 문화의 가능성

최근 북한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정보 유입의 확대는 이러한 인식에도 서서히 변화를 가져왔다.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가정의 생활 방식이 다양해지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부로 대하는 태도 역시 점차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영상물과 남한의 대중문화가 비공식적으로 유입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이나 호기심도 커졌다. 물론 북한의 제도적 환경은 아직 반려동물 문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미 변화의 토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