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재해·재난 대응·협력 ⑤

재해·재난 대응·협력

백두산 화산 재해 대응을 위한

남북협력의 중요성

백두산은 우리 국민에게 역사-문화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 산입니다. 동시에 백두산은 중국과 북한의 경계에 위치한 활화산으로, 화산 활동이 국경을 넘어 확산될 수 있어 초국경 재난의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두산과 관련된 핵심 질문은 언제 분화하느냐보다도, 이상 징후를 얼마나 정확히 감지하고 관련 국가들이 과학적으로 협력해 대비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화산 재난은 예언이 아니라 관측과 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권창우 책임연구원

백두산은 살아있는 화산

백두산은 동북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활화산입니다. 정상에는 칼데라 호수인 천지가 있으며, 담수량은 약 20억 톤에 이릅니다. 이는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단순한 분화를 넘어 화산성 홍수 같은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진파 속도구조·MT 탐사·중력 등의 지구물리학 연구를 통해 백두산 아래 마그마 공급시스템이 작동중임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지하 5~8km 부근에 마그마방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백두산은 죽은 화산이 아니며, 지하 마그마 활동이 지속되는 살아있는 화산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이 사례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의 화산불안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간 동안 지진 발생은 평시 월평균 약 7회보다 크게 증가해, 평균 약 72회, 2003년 11월 243회까지 기록됐습니다. 동시에 GPS 관측을 통해 화산체 융기(최대 68mm), 온천수 가스 변화가 관측되었으며, 이는 천지 하부 마그마방으로의 마그마 재공급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핵심은 매우 간단합니다. 화산 분화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는 변화들이 실제로 관측된 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화산 분화 전조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감시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백두산 화산활동 가능성과
100년 주기설의 의미와 한계

서기 946~947년의 천년대분화(밀레니엄 분화)는 초대형 분화(VEI 7, 화산폭발지수*)로 분류되어, 지난 2,00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규모가 큰 사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매 세기마다 분화 기록이 계속되었으며, 1668년·1702년·20세기 초(1903년) 등 소규모 분화 기록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 화산폭발지수(VEI, Volcanic Explosivity Index)는 화산의 폭발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0에서부터 8까지 총 9단계로 구분됩니다.
VEI 5 이상이면 중형 이상의 화산 분화로 간주됩니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일부에서 100년 주기설이 언급되곤 합니다. 백두산 분화 기록을 시기별로 재분류하여 분석하면, 평균 분화 간격은 약 100~200년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은 VEI 7 이상 초대형 분화는 비주기적이고 비선형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기 분석만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매우 드문 사건이기 때문에, 천년대분화급 대규모 분화가 단기간 내 반복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부 마그마방과 공급시스템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조건이 맞으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의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폭발이 바로 일어나지 않더라도, 상시 화산감시의 필요성은 분명합니다. 주기설은 단순 예측의 근거로 활용하기보다는, 참고용 평균 범위로만 이해해야 하며, 재난 대비의 핵심은 관측과 대비체계라는 점입니다.

분화하는 경우 우리에게 닥치는 것은
무엇인가 ? 화산재와 복합 재난

백두산 분화로 인한 피해는 근거리와 원거리 재해로 나누어 고려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근거리에서는 화쇄류(화산 폭발 시 고온의 화산 가스, 화산재, 암석 파편이 혼합되어 빠른 속도(시속 100~700km)로 지면을 따라 휩쓸어 내리는 파괴적인 화산현상)·화산이류(화산 분출로 쌓인 화산재, 암편 파편이 빗물, 녹은 빙하 등과 섞여 산비탈을 따라 빠르게 쏟아져 내리는 진흙 흐름)·화산성 산사태 등이 주요 위험요소이며, 연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천지를 중심으로 반경 100~150km 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장 현실적인 위험은 화산재(낙진)입니다. 화산재는 황사·미세먼지처럼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며, 폭발력·분연주 높이·기상 조건에 따라 유입 양상이 달라집니다. 특히, 가을과 봄철 기류 조건에서는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으며, 분화 후 2~3일간의 하층 기류 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산재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항공 및 물류 차질, 초정밀 제조설비 오염, 전력과 도로 등 인프라 장애, 호흡기 건강 문제, 농축산 및 식수 관리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 현황과 한계 :
남·북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은 장백산화산관측소에서 화산 감시와 관측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경 지역 특성상 외국 연구진의 현장 접근에는 일정한 제약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실시한 한중 공동연구에서도 현지 조사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남북 공동연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지속적인 공동연구 체계가 정착되지 못했고, 국제제재와 관련된 제도적 제약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백두산 화산연구그룹(MPGG) 사례처럼 민간 학술 교류 형태의 협력을 통해 제재를 준수하면서도 연구 협력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권과 국제 인식의 문제도 함께 존재합니다. 중국은 장백산 명칭으로 국제 학술 활동과 국제 등재(예: 2024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를 확대하며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에 관련 국제 홍보(예:2025년 백두산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연구진이 백두산 관련 자료 축적과 국제 학술 네트워크 참여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화산재해 대응 협력 모델 :
적은 규모로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점차 확장하는 전략

첫 번째 단계는 최소한의 협력으로, 남북 과학자 간 학술적 교류 채널을 단계적으로 재개하여 본격적인 화산 연구 협력의 기초를 다지는 것입니다. 국제공동세미나, 워크숍, 학술회의를 개최하며, 필요 시 제3국에서 개최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만남 자체가아니라, 그 자리에서 백두산 감시와 연구의 공동 의제를 정하고, 자료 공유 범위, 분석 방법, 관측망 구측 방식 등 공동연구를 위한 로드맵을 도출하는 데 있습니다. 협력의 시작은 연구 협력 구조와 계획을 설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핵심 협력)는 지진계·GNSS·가스·수문 관측을 연계한 다중 관측망을 구축하고, 핵심 지표를 공동 데이터 허브에서 공유하며, 공동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변국과의 다자 협력 체계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대응 협력)는 현실적인 화산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관 간 협업 체계를 점검하고 모의훈련을 정례화하는 것입니다. 화산재는 한 기관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재난이기 때문에 평시부터 부처 간, 지역 간, 체계 간의 연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백두산은 언제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한 화산 재난입니다. 화산분화 전조는 관측 가능하며, 준비는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국경을 넘는 재난에는 국제 협력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입니다. 백두산 남북 공동연구는 한반도의 안전을 지키는 과학기술 협력일 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을 위한 신뢰 기반을 축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백두산은 언제 폭발할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화산분화 징후를 관찰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년대분화급 초대형 폭발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백두산은 분화 기록과 불안정 사례가 확인된 동북아의 대표 활화산이며, 화산 재해는 한반도 전체의 사회·경제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백두산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남북이 협력하여 관측, 공유, 대응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한반도 안전의 시작점이며,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