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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감염병협력센터 설립’
을 구상하며..

지난 '한반도 평화교류 정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계 없는 생명'팀의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글. '경계 없는 생명'팀 팀장
임상균(경희대학교 자율전공학부)

우리 팀이 제안한 정책 아이디어는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협력의 통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2023년 이후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교류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2024년 북러조약 체결 이후 러시아와의 협력이 확대되면서 남한과의 협력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상황이라는 점을 문제로 인식했다. 또한 개성공업지구 폐쇄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례에서 보듯, 기존 남북교류사업은 북한 관할 구역 내에 위치해 정세 변화에 따라 일방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았다.

'2024년도 말라리아 매개모기지수 수치'
(출처: 질병관리청)

이러한 한계 속에서 우리는 남북이 공동의 이해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찾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주목한 것이 감염병, 특히 말라리아였다. 말라리아는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모기 매개 전염병으로, 북한에서도 2021년 2,357명, 2022년 2,136명이 발생하는 등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과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남북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을 통해 발생 건수가 2007년 2,227건에서 2012년 542건까지 감소한 사례는 협력의 효과를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공동방역이 중단된 이후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지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건의료 분야는 대북제재 면제 대상 비중이 높고, 인도적 공간의 설치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얻는 데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우리는 의료연구 시설이자 공동 방역 거점이 되는 감염병협력센터를 DMZ 내에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DMZ는 유엔군사령부 관할 구역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중립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일방적 시설 철거나 사업 중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보았다. 동시에 DMZ 내 인도적 사업이라는 점은 남북교류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북한의 공동 전염병 방역 및 대응을 통해 남북 간 협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양호한 DMZ 구역 내’ 공간에 감염병협력센터를 설치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조건에 맞는 구체적 후보지로 ‘파주시 장단면’ 지역과 ‘연천군 중면’ 지역의 부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부지가 속한 지역들은 각각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에 위치해 있고, 해당 구역으로의 출입은 유엔군사령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두 지역은 모두 도라산역(직선거리 기준 2km), 연천역(직선거리 기준 10km)과 인접하여 남북한 인력 출입이 다른 지역보다 용이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두 지역은 말라리아 고위험 지역으로서, 남북 간 공동 협력 및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팀은 파주와 연천에 각각 제1·제2 감염병협력센터를 설치해 서부와 중부 접경지역을 포괄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센터의 운영 구조도 구체적으로 구상했다. 중립국감시위원회를 통해 북한 측이 지명한 국가를 위원회에 포함시켜 실질적 참여를 유도하고, 공동방역과 의료협력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약 50개 내외의 병상을 운영해 접경지역 주민과 군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실시하고, 북한 환자의 경우 남한 측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외 의료 인력 파견과 북한 의료 인력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두어, 협력의 폭을 확장하고자 했다.

구분 시설명 면적(m²)
지하 1층 주차장, 기계실, 전기실, 통신실 등 2,000
지상 1층 로비 공용면적 공용휴게실 행정실 창고 2,000
지상 2층 병상 공용면적 2,000
지상 3층 수술실 병상 공용면적 2,000
지상 4층 연구실(실험실) 샤워실/탈의실 당직실 장비실 2,000
지상 5층 연구실(실험실) 공용회의실 공용면적 2,000
합계 12,000

재원 마련 역시 다층적으로 설계했다. 건립 비용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활용하고, 지방자치단체와 NGO, WHO·IVI·UNICEF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중국 민간단체 및 기업의 자금 활용 가능성도 검토했다. 공사비는 유사 공공청사 사례와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해 약 573억 원 규모로 추정했으며, 대지면적 5,000㎡, 연면적 12,000㎡ 규모의 시설을 계획했다.

법적 기반의 필요성도 중요하게 보았다. 기존 남북교류협력법에서 의료협력의 구체적 절차를 보완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통해 의료서비스 제공 보장과 공동 대응 체계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 부처와 지자체, 유엔사와의 협력을 아우르는 거버넌스 구축도 함께 제시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검토했다. 대북제재 면제를 위해 지원 물자의 HS코드 적합성, 전략물자 해당 여부, 모니터링 체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의 건강권을 함께 보장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팀은 이 'DMZ감염병협력센터'가 단순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남북 간 신뢰를 축적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독일이 통일 이전 접경위원회를 통해 보건의료 협력의 틀을 마련했던 사례처럼, 질병 예방과 관리, 보건 안전망 구축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나아가 홍수, 산불, 산림병충해 등 재난재해 공동 대응 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DMZ 내 인도적 공간의 확보는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염병은 군사분계선도, 국경도 가리지 않는다. 접경지역 주민의 건강 역시 남과 북으로 나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팀 이름을 ‘경계 없는 생명’으로 정한 이유도 남북관계가 아무리 경색되어도 생명과 안전의 문제만큼은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협력의 출발점으로 감염병 공동 대응을 선택했다. 위기를 관리하는 최소한의 협력에서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자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감염병협력센터 설립을 제안한 이유이다.

ㆍ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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