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미세먼지 대응,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남북 기상 협력
봄철이 되면 한반도는 어김없이 황사와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최근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국민 건강과 일상생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겪는 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 내몽골 고원 등에서 발생해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는 곳이 바로 북한 지역이다. 즉, 북한의 대기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황사 예보도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글·사진. 남재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교수 / 제12대 기상청장
출처 : 기상청
우리나라 황사는
어디에서 올까?
실제로 내몽골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는 대부분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유입되며, 이 과정에서 농도와 이동 경로가 크게 변한다. 금강산 지역에서 관측된 미세먼지(PM10)는 우리나라 속초 등 인접 지역과 매우 높은 상관성을 보였는데, 이는 북한 관측자료가 우리 예보 정확도 향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현재 남북 간 기상자료의 직접적인 공유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황사·미세먼지 대응에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위성, 레이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등 첨단 관측망을 활용하여 대기환경을 실시간으로 촘촘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약 30~40개의 주요 기상대를 운영하고 있으나, 장비의 노후화와 데이터 통신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관측 정보가 서로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상은 국경을 넘는 자연현상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는 '정보 단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장비 설치 개요도
금강산 관광지구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와
황사관측장비
남북기상협력 현황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다. 2007년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 황사관측장비와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되었다. 이는 북한 지역에 설치된 최초의 남측 기상관측장비로, 남북이 공동으로 기상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준공식
황사장비 제막식
금강산 관광지구 한복판에 설치된 전광판
(삼각기둥 형태)
남북기상협력 현황
같은 해 12월에는 개성에서 제1차 남북기상협력 실무접촉이 개최되어 기상정보 교환, 장비 현대화, 인력 및 기술 교류 등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제1차 남북기상협력 실무회의('07.12.17~18, 개성)
- 기상정보교환, 장비 현대화,
인력 및 기술 교류 등 협력사업 추진에 합의
WMO를 통한
남북기상협력
2008년
ο 제2차 남북기상협력 실무접촉 회의
('08.2., 개성)
- 북측 무응담으로 무산
※ 남북 경색 국면 지속 ->
WMO를 통한 교류 추진
ο WMO 사무관 파견 및 정책연구 수행
('08.7.~10.)
- WMO-북한대표부-기상청 파견관
협력회의 (2회, 제네바)
- WMO 지원대상 및 규모 파악을 위한
현장조사 계획 논의
2009년~2010년
ο WMO 집행이사회 참석 시 담당국장 협의
('09.6., 제네바)
- WMO 북한 현장조사 추진
ο WMO 북한 현장조사 추진 제안
('10.2., 제네바)
- 조사단 구성(총 5명 / WMO, 한국, 중국)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관측자료의 실시간 전송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자료 수집 자체가 중단되었다. 금강산에서 확보된 자료도 제한된 기간에 그쳤으며, 현재는 북한 지역의 대기 정보는 세계기상기구(WMO) 기상통신체계(GTS)를 통한 일부 자료를 받을 수 있을 뿐 직접 북한의 황사 미세먼지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는 물론, 태풍·집중호우 등 재해 대응에서도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는 남과 북을 구분하지 않는다. 태풍 하나의 크기가 한반도 전체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크고, 장마전선 역시 남북을 오가며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상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남북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 북한을 경유한 황사나 집중호우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피해 대응이 늦어진 사례도 있었다.
WMO 아시아 지역 총회
(2008.12.9.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앞으로 남북기상협력은 더욱 실질적인 방향으로 다음과 같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첫째, 황사·미세먼지 관측자료의 실시간 공유 체계 구축이다.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된 ‘예외적 협력 채널’을 설정해 최소한의 대기질 정보는 상시 교환해야 한다. 재난 정보에 국경은 있을 수 없다.
둘째, 북한 기상관측 인프라 현대화에 대한 공동 투자다. 이는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상호 이익의 문제이다. 북한의 관측 공백은 곧 남한의 예측 오차로 이어진다.
셋째, 국제기구를 활용한 우회 협력의 제도화다. 세계기상기구와 같은 다자 협력 틀을 활용하면 정치적 부담을 낮추면서도 실질적 협력을 지속할 수 있다. 기상협력은 인도적·비군사적 영역으로 국제사회에서도 충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넷째, 공동 연구와 인력 교류의 단계적 시행이다. 데이터만으로는 예보가 완성되지 않는다. 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사람 간 협력이 병행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기대 효과는 매우 크다. 우선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또한 태풍, 홍수, 가뭄 등 기상재해에 대한 공동 대응 능력이 강화되어 남북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 나아가 기상협력은 정치·군사적 갈등과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정치적 협력 분야'로, 한반도 신뢰 구축과 평화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상은 나눌 수 없는 공공재이다. 하늘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바람은 국경을 넘는다.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 역시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정보의 장벽'을 넘어 남과 북이 함께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남북기상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한반도 재해 대응의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기고자 개인의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