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누리길 청년 플로깅'
행사 현장 스케치
지난 4월 4일 파주에서 열렸던 'DMZ 평화누리길 청년 플로깅'행사는 남북청년협회가 기획하고 주최한 활동입니다.
'남북청년협회'는 남북청년들이 모여 자원봉사라는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순수 자원봉사 단체입니다.
글·사진. 남북청년협회 윤희
DMZ에서 우리가 주운 것들
임진강을 따라 이어진 길 위에서 우리는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선선한 바람, 과하지 않은 햇빛, 느린 걸음…
분단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이 곳, 경기도 파주의 율곡습지공원은 참으로 평온했습니다.
너무 평온해서일까요. 이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닿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우리가 주운 것은 단순한 쓰레기만은 아니었습니다. 걸음을 옮길수록,
질문들이 하나씩 길 위에 놓였고 이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마음 속에 담았습니다.
우리는 통일을 왜 해야 하는 걸까?
누군가는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를 떠올렸습니다.
"북한이 가진 자원과 가능성을 생각하면, 통일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편에서는 "굳이 이유를 따지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그 말끝에는, "그 당연함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조심스러운 덧붙임이 이어졌습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여러 생각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떠오른 단어는 '이해'였습니다. 제도를 바꾸기 전에,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며, 결국 사람 사이의 거리부터 좁혀야 한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어진 질문은 조금 더 현실적이었습니다.
통일 비용과 통일가치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비용에 대해서는 쉽게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막대한 규모일 것이라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그 크기를 정확히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가치에 대해서는 비교적 또렷한 생각들이 이어졌습니다. "분단이 만들어낸 긴장과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으며, 지금은 비용이 크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큰 가치를 남길지도 모른다"는 말이 조용히 덧붙여졌습니다. 그 말에 바로 마지막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통일은 청년들에게 기회일까, 부담일까.
처음에는 부담이라는 쪽에 더 많은 공감이 모였습니다.
경제적 격차를 맞추는 과정에서 청년 세대가 감당해야 할 몫이 클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시선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부담이라는 말이, 어쩌면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를 설명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더 넓은 기회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새로운 시장과 환경이 열린다는 점에서 도전해 볼만한 미래'라는 시선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날 우리의 대화는 하나의 결론으로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부딪히기보다는,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주운 쓰레기처럼. 모양도, 이유도 제각각이지만 결국 한 봉투 안에 담겼듯이 말입니다.
플로깅이 끝났을 때 우리는 꽤 많은 쓰레기를 수거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질문을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 돌아왔습니다.
이후 이어진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서는 같은 길을 걸었음에도 서로 다른 기억들이 흘러나왔습니다. 누군가는 생각보다 가까이 느껴졌던 임진강 너머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함께 걷고 대화했던 시간이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짧은 퀴즈 시간. 무거워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며 웃음이 오가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서로에게 조금 덜 낯선 사람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그날의 활동은 단순한 '환경 정화'라고만 말하기는 어려운 경험이었습니다. 쓰레기를 줍던 손끝의 감각, 강을 따라 이어진 풍경, 그리고 그 위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까지. 어쩌면 우리는 그날, 버려진 것들을 줍는 동시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을 하나씩 주워 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통일도 어쩌면 그런 모습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작은 이해와 대화가 쌓이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 이날 우리가 주운 것들 속에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미래도 조용히 섞여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기고자 개인의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