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그 때, 그 순간

그 때, 그 순간

금강산에서 시작된
통일 돼지

성북리 양돈장 이야기

1998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과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남북 간 교류협력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2년 금강산 관광이 해상관광에서 육로관광으로 확대되면서 금강산 일대에서는 관광뿐 아니라 농업 분야의 교류사업도 하나둘 모색되기 시작했다. 양돈 분야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지원사업이 이어졌고, 2003년부터는 금강산 지역을 대상으로 양돈사료 지원이 진행됐다.

글. 김준영 수의사

금강산 자락의 성북리,
양돈협력의 현장이 되다

- 북측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일대와
성북리·금천리·삼일포 양돈장 위치

북측 강원도 고성군 성북리에 위치한 양돈장은 뒤편으로 금강산을 두고 앞쪽으로는 장전항이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2004년 대한민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지원 사업으로 성북리 협동농장 양돈장 개건(리모델링)이 확정되면서 남북협력기금이 시설 지원에 투입됐고, 통일농수산사업단의 양돈장 지원 활동도 본격화됐다.

2004년 말 설계를 마친 뒤 2005년 봄부터 성북리 양돈장 개건사업이 진행됐다. 당시 필자는 돼지 수의사로서 통일농수산사업단 양돈팀장을 맡아 사업에 참여했다. 기존 돈사를 정비하고 새로운 시설을 갖추는 공사가 이어졌으며, 사업 후반기에는 성북리 주민들이 양돈장 내부 시설 공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 2005년 6월 성북리 양돈장 개건 전
기존 돈사와 부지

- 2005년 7~8월 성북리 양돈장 공사 과정과
주민들의 내부 시설 공사 참여

시설을 갖추고,
남측 종돈이 들어오다

- 기존 북측 돼지의 모습

개건사업이 진행되던 당시 북측에서 사육하던 돼지는 생후 8~9개월에 60~80kg 정도로,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이었다. 양돈장 시설이 갖춰지면서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남측의 사육방식을 적용하기 위한 준비도 함께 진행됐다.

- 2005년 성북리 양돈장 신축 과정

2005년 9월에는 양돈장 신축과 양돈교육이 진행됐고, 10월에는 시설이 완공되면서 남측 종돈의 입식과 교육이 이어졌다. 남측에서 반입된 돼지는 검역 절차를 거쳐 성북리 농장에 들어왔으며, 현장에서는 북측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육기술과 관리방법을 공유했다.

- 2005년 9~11월 성북리 양돈장
신축·종돈 입식·양돈교육 및 관리 현황

남측 종돈이 입식된 뒤에는 북측 강원도 검역담당 수의사의 검역이 약식으로 이루어졌다. 양돈장에서는 개체별 관리와 기록, 방역시설 점검 등 사육관리 체계를 갖춰 나갔다

- 2005년 10월 남측 종돈 입식과
북측 수의사의 검역 장면

- 2005년 12월~2006년 2월 남측 방식으로
사육된 종돈과 개체관리·사료 관리 모습

첫 분만과 자돈의 탄생

- 2006년 4월 성북리 양돈장의 첫 분만돈과 자돈

남측 종돈의 입식 이후 북측 현지에서 교배와 사육이 이루어졌고, 2006년 4월에는 첫 분만이 이루어졌다. 첫 분만돈에서 자돈 11두가 태어나면서 성북리 양돈장에서 새로운 사육방식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 2006년 4월 성북리 양돈장의 첫 분만돈과 자돈

이후에도 사육관리와 교육은 계속됐다. 2006년에는 자돈과 모돈의 상태를 살피고, 북측 관계자들과 사육기록을 점검하는 등 현장 중심의 기술교육과 관리가 이어졌다.

- 2006년 6월 성북리 양돈장의 자돈·모돈과
사료 공급 및 현장 교육

- 2006년 8~12월 성북리 양돈장
관계자 교육과 사육관리 모습

성북리에서 금천리·삼일포리,
그리고 개성으로

성북리 양돈장의 성과를 경험한 북측의 요구로 양돈협력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2005~2007년에는 고성군 금천리와 삼일포리 협동농장 양돈장 지원사업이 진행됐고, 2007년에는 개성시 봉동에서도 양돈장 건립·지원사업이 이어졌다.

필자는 성북리 양돈장을 포함해 북측 강원도 고성군의 3개 양돈장 지원 협력사업과 개성직할시 봉동 협동농장의 양돈장 건립사업에 참여했다. 성북리 양돈장 역시 정기적으로 방문해 시설과 사육상태를 점검하고 기술교육을 이어갔다.

더 큰 남북 농업협력으로
이어진 경험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이어진 양돈장 지원사업은 남측 통일부는 물론 북측 관계기관에도 알려졌다. 이러한 경험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다 큰 규모의 농업협력을 논의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같은 해 11월에는 평양 인근 고읍리에 5,000두 규모의 남북 합작 양돈장을 건립하기로 남북이 합의했다.

다만 이후 남북관계와 정치적 상황의 변화로 이 합작 양돈장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금강산 성북리에서 시작된 양돈장 지원사업은 시설 지원을 넘어 종돈 입식, 검역, 사육기술 교육과 현장 관리가 함께 이루어진 남북 농업교류의 한 사례로 남아 있다.

사진 속에는 새로 지어진 양돈장과 돼지들뿐 아니라 시설을 함께 만들고, 사육기술을 배우고, 현장에서 의견을 나누었던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남아 있다. 성북리 양돈장에서 축적된 경험은 이후 금천리·삼일포리와 개성 봉동으로 이어졌고, 당시 남북 농업협력이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되었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기고자 개인의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