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을 보세요!

성동 보도블록 거리전시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밟고 다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보도블록인데요! 어디를 가도 보도블록이 깔려있으니 우리는 늘 보도블록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웹진 <이음> 독자님들은 보도블록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깨진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거나 질퍽이는 진흙을 밟을 때에야 비로소 '여기 왜 보도블록이 왜 이러나'하고 생각할 뿐, 어떤 과정을 통해 시공되고 어떤 노력을 통해 개발되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침 웹진 <이음> 5월호에서 보도블록의 한 종류인 투수블록에 대해 '에디터의 사심'(기사 읽으러 가기*)에서 나왔다기에, 우리 주변의 보도블록을 더 자세히 알아보러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성동 보도블록 거리전시관에 가봤습니다.

개발협력부 김두영 대리

화려한 철쭉이 곱게 핀 보도블록 거리전시관

우리나라 보도블록 변천사 거리

용답동 토속공원 옆에는 성동구가 조성한 폭 3~4m, 길이 100m 정도의 길이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간의 보도블록 변천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길인데요, 여기에는 사각블록부터 투수블록까지 다양한 종류의 보도블록이 연대별 명패와 함께 설치되어 있어요.

* 위치 : 서울특별시 성동구 용답동 223-1 인근(천호대로 342) 서울교통공사 옆 용답토속공원 앞

1960~1970년대

보도블록의 등장! 사각블록

· 한 눈에 보기에도 연식(!)이 되어 보이는 1960년대 보도블록들

· 이런 다이아몬드 모양이 그려진 사각블록 위에서 고무줄놀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길은 1960년대 사용된 사각블록으로 시작됩니다. 이 블록들을 보는 순간, 어릴 적 동네 주택가 골목에 깔린 사각블록 위에서 고무줄놀이나 구슬치기 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을지로, 종로처럼 오래된 동네에서 가끔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보도블록은 흙바닥 평탄화 작업만 하고 그 위에다 블록만 엎어놓는 시공방식 때문에 비만 오면 울퉁불퉁해지고 깨지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한국은 1982년까지 보도블록 생산이나 시공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흙길이나 맞물리지 않은 사각보도 블록 위를 걸어야 했습니다.

· 1970년대에 가까워지며 조금 더 깔끔하고 튼튼한 사각블록이 등장

· 1970년대가 되니 블록들이 훨씬 더 촘촘하고 견고해졌다. 사진 속은 S자형 블록

1980~1990년대

콘크리트 보도블록의 호황기
S형, U형, T형 등 다양한
형태의 인터록킹 블록 사용

·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록들이 탄생한 1980년대.
사진 속 지그재그로 생긴 U자형 블록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1985년부터 콘크리트 인터록킹 블록이 본격적으로 시공되었습니다. 인터록킹은 우리나라 말로 ‘맞물림’이라는 뜻이에요. U형 인터록킹 블록은 지그재그 면끼리 딱 맞물리게 돼있어 견고합니다. 이 인터록킹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선 보도블록 사이에 ‘줄눈 모래’를 채우는 것이 중요한데요. 줄눈 모래를 잘 채우면 단단해지지만, 느슨하게 채우면 쉽게 빠질 수 있다고 합니다.

· 서로 꼭 맞물린 인터록킹이 대세가 된 1990년대 블록

인터록킹 블록은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올림픽 게임의 특수를 누리며 호황기를 맞이했습니다. 당시 비포장으로 남아있는 도심의 많은 곳을 보도블록으로 포장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분당, 평촌, 부천중동 등 신도시 건설로 주택 200만호가 개발되면서 보도블록이 얼마나 많이 필요했을지 짐작이 되는데요. 수요에 비해 보도블록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춘 대형공장이 당시 급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1994년에는 점토바닥 벽돌이 고급포장재로 유행하기도 했는데, 덕수궁 돌담길이나 명동성당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1990년대 점토바닥 벽돌

· 점토바닥벽돌의 다양한 모습(출처: 동양기업 홈페이지)

· 1990년대에는 이렇게 독특한 모양의 보도블록도 생겨나기 시작

2000~2010년대

기능성 보도블록(포장)의 등장

· 폭신한 특성상 운동장이나 공원에 자주 사용되는 탄성포장(출처: ㈜한길알엠비 홈페이지)

· 목재바닥(데크길) 또한 2000년대부터 활성화

한편 2004년 경 도입된 인조화강 블록은 디자인 블록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제품이 정사각형 모양의 인조화강석 블록입니다. 과거의 사각블록보다는 사이즈가 작고 표면처리가 고급스럽게 변했습니다. 천연골재의 질감을 가진 인조화강블록은 화려한 색상을 접목시킬 수 있어 인기가 많았습니다.

· 탄성포장이 등장하는 2000년대

2000년대 보도블록의 제2호황기가 열립니다. 그리고 다양한 기능성 포장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흙 운동장이 초록색의 말랑한 바닥으로 바뀌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바로 탄성포장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보도블록 전시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목재블록(데크길)도 등장했다는데, 아마도 당시 웰빙 열풍과 함께 둘레길, 전원주택 등에서 자연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소재라 사랑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디자인 보도블록 시대를 연 2000년대의 인조화강블록

· 무채색과 다양한 패턴으로 놓는 것이 특징인 2000년대 이후의 직사각형 보도블록

· 연도별 보도블록 거리 안내판 우측 옆 회색 블록이 투수블록

그리고 요즘에는 무채색이 유행하는 추세죠! 과거 초록색이나 갈색이었던 직사각형블록도 회색이나 흰색 등 어두운 무채색으로 고급스럽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색깔만큼 중요한 게 패턴인데요, 1자 패턴으로 깔기도 하고 지그재그로 깔기도 하는데요, 패턴을 다르게 하면 되면 1자로 놓는 것보다 더 견고해진다고 합니다.

2010년부터 보도블록은 보다 기능적인 측면과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기능성 블록으로 진화, 단순한 바닥 포장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해 도시가 가진 문제점까지 해소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빗물을 투과시켜 땅 속으로 환원하는 투수블록, 열섬현상을 막아주는 차열블록, 비를 머금을 수 있어 수해피해를 줄여주는 투수콘 포장 등이 있답니다. 급격한 도시화로 지표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보도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투수 및 저류 블록이 각광받고 있다고 해요.

마무리하며

생각보다 우리가 밟고 다니는 보도블록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죠?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 표면 처리나 디자인을 보며 만들어진 시기를 추측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호 참여코너로 고고!)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장애인의 나침반(점자블록) 역할을 해주는 보도블록, 앞으로 어떤 제품들이 유행을 이끌어갈지 기대되네요. 보도블록 파이팅!

* 참고자료 : 성동구, 보도블록 변천사 "보도블록 족보관" 탄생(성동저널), 보도블록 모양에 대해 생각해본적..없나요?(스브스뉴스)